혼수상태 밥을 어떻게 - honsusangtae bab-eul eotteohge

"(...) 영국과 프랑스의 언어가 다른 것은 뇌에서 프랑스어 부위와 영어 부위가 다르게 발달하기 때문이 아니라 같은 언어 부위가 서로 다른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뇌 - 주로 피질 - 에는 기능이 대체로 정해지지 않은 커다란 부위가 있을 것이다. 유아에게서는 이 부위가 별 영향을 미치지 않기에 조율되지 않은 효과만 나타난다. 하지만 성인에게서는 크고 합목적적인 효과를 발휘하는데, 이 효과는 아동기의 훈련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 유아기의 임의적 행동 중에서 많은 부분은 성인기에도 남아 있다.

  이 모든 현상은 유아의 피질이 비정형 기계이며 적절한 개입 훈련으로 정형화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정형화는 기계를 만능 기계나 그와 비슷한 것으로 바꿀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성인을 '적절한 언어로 제시되는 명령을 - 심지어 매우 복잡하더라도 - 따르는 존재'로 간주할 수도 있다. 그는 상식이 없으며 아무리 터무니없는 명령이라도 무작정 따를 것이다. 명령을 완수했으면 그는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밥을 먹으라 같은 상시적 명령을 따를 것이다. 이와 다르지 않은 피조물이 실제로 존재할 수는 있지만, 대다수 사람은 많은 상황에서 사뭇 다르게 행동한다. 하지만 만능 기계와의 유사승은 여전히 크며이는 비정형 유아에서 만능 기계로 넘어가는 과정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것을 온전히 이해하면 우리는 정형화 과정이 어떻게 변경되어 더 정상적인 마음을 만들어 내는지 훨씬 잘 이해할 수 있을것이다.

  피질을 비정형 기계로 보는 시각은 진화와 유전학의 관점에서 매우 만족스럽다. 매우 복잡한 유전자 계통이 없어도 A형이나 B형의 비정형 기계 같은 것을 만들 수 있음은 분명하다. 실은 호흡 중추 같은 것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쉬울 것이다. 이는 지능을 가진 존재를 비교적 쉽게 만들어낼 수 있음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발상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이를테면) 인간의 피질을 가졌어도 이것이 정형화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지능을 가진 기계>, 앨런 튜링, 노승영 역)

// 이해 되는 부분만 슬렁슬렁 읽으니 재미있는 책이다. 다만 인공지능의 기원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의 무게에 비해 비전공자가 교양서 수준의 해제를 쓴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름값 때문에 청탁했겠으나 이과 출신 글쟁이들이 이렇게 없나 싶어 아쉽기도 하고.. 차라리 번역가가 더 좋은 해제를 쓸 수 있지 않았을까.

  같은 글에서 튜링은 '기계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에 알맞은 생각 분야'로 1) 게임 2) 언어 학습 3) 언어 번역 4) 암호학 5) 수학을 꼽는데, 언어학습의 경우에는 '감각기관과 운동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커서 현실성이 낮다'고 되어있다. 어둠 속에서 등불을 들고 혼자 미래를 더듬어 보는 모습이 상상된다..

  기후를 관측하는 행위가 기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J지돈은 썼다. 미래를 관측하는 행위가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그가 가능성으로 제시한 분야들부터 연구가 이루어졌다고, 수학적이고 논리적인 절차와 순서를 넘어선 무엇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