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 라밸 에 대해 어떻게 생각 - wo labael e daehae eotteohge saeng-gag

이직 준비하면서 4월부터 면접을 두루두루 봤는데
이직 사유 못지 않게 많이 들은 질문이
워라밸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어었어.

주 52시간제 도입과 함께 채용에서도 이슈인것 같아. 면접자로서는 어떤 답변으로 해야할 지 아직은 아리송하기도 하고 이직러들도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올림!

각자 워라밸에 대한 답변 시나리오를 공유해봅시다. 🥳

내가 생각하는 답변 시나리오

1. 워라밸은 개인과 회사에 모두 시너지.
2. 개인은 퇴근 후 친목이나 취미활동, 자기계발을 통해 만족감, 성취감 향상.
3. 만족감, 성취감이 회사에서도 선순환되고 회사차원에서
업무 효율성은 유지하면서 근무외수당 등 제비용 절감효과.
4. 직무별 답변) 하지만 회계업무를 하면서 업무특성상 부득이하게 야근이나 주말 근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예외적으로 일정에 맞춰 근무하겠다. etc..
5. 회사별 답변) 그렇기 때문에 워라밸은 개인과 회사에게 시너지가 되며 나와 회사가 함께 성장하여 (회사의 비전)에 기여하는 직원이 되겠습니다.

이런 시나리오..?
면접용으로 하기에 길면 4번을 생략

"멘토님, 과연 제 문제가 뭘까요?"

5번의 입사와 신입 생활 그리고 퇴사.

가장 길었던 신입 생활은 6~7개월 남짓이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역으로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은 한 번 입사하기도 힘든데, 이 후배는 5번이나 서류와 최종면접에 합격한 것이다. 한편으로 보면 정말 뛰어나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후배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바는 취업보다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자신도 맡은 바 업무를 잘 해내고 승승장구하는 직장인을 꿈꿨을 테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는 건 없었고 몇 개월 만에 여럿 회사를 뛰쳐나온 결과를 맞이했다.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시간을 내어 그 후배와 깊은 대화를 나눴다.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여러 포인트들이 튀어나왔다. 직무, 사람, 조직, 문화, 비전 등. 한 회사에선 이것이 마음에 안 들고, 다른 회사에선 저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힘들었다고 했다. 가장 오래 있었던 회사는 웬만큼 견댈 수 있던 곳이었는데 결국 사수와 갈등의 골이 깊어져 도망쳤다고 한다. 대화를 하는 내내, 나는 그 친구 입에서 스스로 자신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도록 가이드했다. 문제의 원인을 밖에서 찾으면 답이 없다. 문제는 나에게 있고, 그것은 나쁘고 비난해야 할 것이 아니라 내가 외부를 받아들이는 방식이란 고찰을 한 뒤, 개선해 나가야 한다. 하나 둘, 그 후배의 입에서 스스로의 문제점을 되짚어보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워라밸에 대한 환상"

앞서 언급한 대로 그 후배는 취업을 한 사람이라면 겪게 되는 다양한 고민과 문제를 맞이했었다.

그런데, 공통분모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워라밸'이 보장이 안되어서...라는 것이었다. '워라밸'이라는 키워드에 좀 더 집중해보니 그 후배의 잦은 퇴사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자신은 '워라밸'을 보장해주는 회사를 원했는데, '워라밸'은 둘째치고 이런저런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후배가 원하던 '워라밸'은 무엇이었을까?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하는 것. 정해진 시간에 칼 같이 퇴근하고, 이후 시간이나 주말엔 간섭받지 않는 것. 당연한 것이었다. 한국 기업 문화가 그것에 이르지 못하여, '워라밸'이라는 것이 핵심 키워드가 되는 세상. 분명 한국 기업도 변화가 되고 있는데 그 후배는 그 과정조차 납득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물론, 기업이 앞서 직원의 '워라밸'을 보장해줘야 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 후배는 '워라밸'에 대한 환상이 컸던 게 분명했다. '워라밸'은 회사가 해주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노력하여 꾸려나가야 하는 것이다. 회사가 정해진 시간에 퇴근을 시켜줬다고 해도 그 나머지는 자신이 채워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시간에 본인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일을 할 수도 있다. 특히, 신입사원이라면 더 그렇다. 우리는 외국 사람들이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서 일하는 것을 보고는 자유롭다는 생각을 한다. 네덜란드에서 주재원으로 있을 때, 네덜란드 사람들은 업무 시간엔 집중해서 일하는 것을 봤다. 점심도 자리에서 샌드위치로 대신했다. 시간에 맞추어 퇴근을 하더라도, 필요한 일이라면 집에서든 휴가지에서든 이메일이 날아오곤 했다.

"워라밸은 말 그대로 Balancing(균형 잡기)다"

균형을 잡는다는 것은 '과함'과 '부족함'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것의 중심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내 역량이 부족하다면 '일'에 무게를 좀 더 둘 수 있다. 너무 힘들다면 '일'을 줄이고 '휴식'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만 마냥 쏠릴 수 없다. '균형'이 잡히는 건 순간이다. 우리는 평균대를 걸어갈 때, 좌우로 흔들린다. 체조 국가대표도 좌우의 쏠림이 덜할 뿐이지, 팔을 뻗어 균형을 잡는다.

다시 그 후배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자신이 '균형'을 잡겠다는 생각보단 이미 '균형'이 잡힌 곳에 있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즉, '환상'이 컸다. '워라밸'은 일찍 끝나서 하고 싶은 일 하고 쉰다는 게 아니다. '직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역량'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 중엔 '휴식'도 포함되어 있다. 즉, 잘 쉬는 것도 실력인 것이다. 본질적으로 다시 돌아가 보면, 직장인이라는 '업'을 가지고 있다면 결국 '쉬는 것'도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한 '수단'이다.

'균형'을 잡으려면 아등바등해야 한다.

한쪽으로 쏠린 걸 인지 했다면, 다른 한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 처음부터 '균형'이 잡힌 길로 가거나, 누군가 그것을 잡아주길 바라는 건 욕심이자 환상이다. '균형'은 내가 잡아야 한다. 취업을 하여, 처음 하는 모든 일이 낯설다면 그것을 catch-up 할 노력이 필요하다. 퇴근 시간을 좀 더 늦추더라도,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일을 알아가야 한다. 아니면, 퇴근해서라도 노력을 해야 하고 자존심은 살짝 접고라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달려들어 물어봐야 한다. 직장은 사람을 '자원'으로 본다. 그래서 우리는 'HR'이란 말을 쓴다.

후배에게 물었다.

혹시 본인이 생각하는 '워라밸'이 자기중심적으로 편향되어 있는 건 아닌지. '균형'이라는 요소를 망각하고 일을 덜 하거나, 회사에 대한 기여도는 고려하지 않은 자신만의 '시간'을 바란 건 아닌지. 아마도, 우리네 직장인들이 그동안 직장에 뜯겨온(?) 것들이 많은 약자이기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적대적으로 마주하기엔 '직장'이라는 대상은 소중한 부분이 생각보다 많다. 잘 들여다보면 상부상조하여 서로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요소들이 분명 있다.

그리고 그 요소들은 '균형'을 잡는데서 더 명확하게 그 존재를 드러낸다.

함께 이야기하던 후배도 고개를 끄덕이고, 스스로를 돌아보아 새롭게 다시 시작하겠노라고 했다. 그리고,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다시 연락하자고 했다. 후배의 뒷모습에서 새로운 다짐과 열정을 보았다. 그리고 예전에 썼던 글 하나를 링크로 보내줬다. '워라밸'보단 회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좀 더 필요해 보였기 때문이다. 더불어, 나 또한 스스로를 돌아봤다. 멘토링의 묘미다. 결국,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

[참고 글: 회사를 악용할 것인가, 이용할 것인가, 활용할 것인가]

스테르담 작가님의 더 많은 글 '보러가기'

워라밸(Work-Life Balance)는 말 그대로 일과 내 삶의 밸런스를 의미하는 것이다. 사실 이 단어는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필자가 굳이 이게 뭐다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일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부터 출발한다.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최신 유행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Work-Life Balance라는 말은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등장한, 벌써 50년 정도 된 유래가 깊은 단어이다. 필자는 이 단어가 직원들을 쥐어짜내어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기업들의 풍토와 딱히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직장인들의 애환이 합쳐져서 나온 비운의 단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워라밸의 현 주소

평소 쏟아져나오는 기사를 보면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 중에서 근로시간은 엄청 길고, 생산성은 많이 떨어지는 나라라고 극딜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기사들에 대한 신뢰가 그렇게 큰 편이 아니기에 직접 OECD 사이트에서 통계를 직접 찾아보려고 한다.

먼저 필자는 OECD 데이터 사이트에서 2018년 1년 간 평균 근로시간인 Hours Worked 통계를 한번 찾아보았다. 혹시 기사들이 잘못된 통계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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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들의 연 평균 근로시간
[출처] https://data.oecd.org/emp/hours-worked.htm

…는 부정할 수 없는 탑 티어였습니다.

통계를 보니 슬프게도 대한민국은 실제로 OECD에 가입한 국가 중 근로시간 탑 티어가 맞는 것 같다. 모두 알다시피 하루는 24시간으로 제한되어있기 때문에 이렇게 근무시간이 길면 길수록 자연스럽게 하루 중에 나를 위해서 쓰는 시간은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사람들은 이로 인해 워라밸이 붕괴되어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실 이미 우리 모두 야근에 시달려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굳이 이렇게 OECD 통계를 까보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의 근무시간 자체가 긴 편이라는 것은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 모두가 느끼고 있기는 하다.

그렇다면 최근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처럼 근로자들의 업무시간을 정부에서 확 규제해서 줄여버리면 국민들의 워라밸이 좋아지지 않을까?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 방법도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생산성 때문이다.

OECD 통계를 보면 대한민국의 생산성은 2010년 이후로 점점 좋아지고는 있지만, 근무시간 대비 GDP 생산량은 그렇게 뛰어난 편이 아니기 때문에 쉽사리 근무시간을 줄이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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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들의 근무시간 대비 GDP
[출처] https://data.oecd.org/lprdty/gdp-per-hour-worked.htm#indicator-chart

물론 GDP는 단지 근무시간에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각 국가의 산업 구조나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 등 여러가지 지표의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위 그래프를 보면 우리나라보다 경제 규모가 작고 근무시간이 적은 폴란드나 슬로바키아 같은 국가보다도 우리나라의 근무시간 대비 GDP가 낮기 때문에 생산성이 좋은 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사실 GDP는 우리가 일상에서 직접적으로 맞닥뜨리는 것이 아니라서 잘 와닿지 않을 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GDP가 떨어진다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의 규모가 줄어든다는 것이니 길게 보면 우리에게는 연봉 동결이나 일자리 부족과 같은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오게 되어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국민들이 너무 힘들어한다고 시행된 것이라기보다, 대한민국의 근무시간 대비 생산성이 이전에 비해 높아졌으니 이제 근무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제한하더라도 국민들의 워라밸과 국내 총 생산량을 함께 지킬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행될 수 있었던 것이다. (국가 경제를 포기하면서까지 워라밸을 보장할 국가는 아마 없다고 본다)

이런 점은 정부 뿐만 아니라 기업도 마찬가지인데, 필자는 손해를 보면서까지 직원들의 워라밸을 챙길 각오를 할 수 있는 회사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워라밸을 잘 지켜주는 회사는 그렇게 하는 것이 직원들의 생산성이 더 높아진다고 믿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자, 여기까지 대한민국의 현재 워라밸 상황을 한번 가볍게 흝어보았는데, 여기까지의 내용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대한민국의 업무 효율이 급격히 좋아지지 않는 이상 정부는 국민들을 주 52시간 보다 더 적게 일하게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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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좋든 싫든 하루에 8~10시간 정도는 회사에서 굴러야한다

우리는 건물주가 되지 않는 이상 은퇴하기 전까지는 항상 일을 하면서 살아야하는데 워라밸은 이 일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개인의 삶에 있어서 마이너스 요소라고 바라보고 있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워라밸의 의미는 일(-)와 나만의 시간(+)을 합쳐 삶의 질을 최소한 0에 가깝게 만들자는 것이다. 또한 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 늘어날수록 내 삶의 질은 점점 플러스(+) 쪽으로 기울게 되기 때문에 일을 적게 하면 적게할 수록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가치관 또한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일을 하는 시간이 반드시 내 삶의 질을 떨어트리고 에너지를 소비하기만 하는 행위여야만 한다는 이유가 있을까? 일을 하는 중에도 내 삶의 질을 끌어올리고 나에게 가치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일은 정말 내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가

우리는 회사에 출근을 하면 빨리 퇴근하고 싶어한다. 얼른 퇴근해야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집에서 혼자 맥주 한 캔하면서 영화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우리는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보다 퇴근 후 가지는 시간들이 더 좋다고 느끼는 것일까?

솔직히 말해서 답은 너무나도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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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일하기 존x 싫으니까. 그냥 놀고 먹고 싶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회사에서 하는 일들은 모두 치열함과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모든 일에는 끝내야하는 기간이 정해져있으며 나를 평가할 수 있는 동료와 상사들과 함께 있어야하고 내 속마음을 동료에게 모두 털어놓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모든 것을 참고 버틸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것들을 참았을 때 받을 수 있는 보상인 “돈” 때문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지난 학창시절 우리가 해왔던 모든 것은 결국 좋은 직장에 취업해서 안정적으로 돈을 벌기 위한 것들이었다. 좋은 대학에 가는 것,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 심지어 봉사활동을 하는 것까지도 말이다. 이게 다 나중에 취업 전선에 섰을 때 남들보다 조금 더 눈에 띄어 좋은 점수를 받고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이렇게 살아왔던 우리는 회사를 다니면서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자연스럽게 돈 때문에 참게 된다. 내가 이 직장을 그만 두면 고정 수입이 끊기게 되니 내 휴대폰 요금, 전세자금대출 이자와 같은 고정 지출도 내기가 부담스러워지고, 그러다 보면 돈을 아껴야하기 때문에 내가 지금까지 누리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허리띠를 졸라매야한다.

월급의 가치가 회사에서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버티는 것보다 더 크고 무겁기 때문에 우리는 버틸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월급의 가치가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보다 가벼워졌다고 판단하면 연봉 재협상을 하거나 이직을 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들을 보면 우리가 일을 한다는 것이 우리 삶에 마이너스 요소인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 같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일은 정말 돈을 벌기 위해서만 하는 것일까? 그 외의 의미는 없는 것일까?

우리는 왜 일하는가

미국의 심리학자인 배리 슈워츠는 지난 2014년 TED에서 “우리는 왜 일하는가”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었는데,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강연을 굉장히 재밌게 봤었던 기억이 있다.

배리 슈워츠는 강연을 시작하며 “우리는 왜 일하는 걸까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물론 우리는 돈을 벌기위해 일을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알고 있지만, 정말 그것만이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일까라는 것이 이 형의 질문이다.

근대 경제학의 아버지인 애덤 스미스는 자신의 저서인 국부론에서 인간이란 본능적으로 어떤 순간이든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동물이고, 이런 인간의 본능적인 이기심 때문에 시장에는 분업이 발생하며, 각자가 각자의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시장은 점점 발전하고 국가의 부 또한 축적된다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애덤 형은 자신의 노동에 합당한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이기적인 본성을 가진 동물인 인간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이고 인간에게 일을 더 많이, 그리고 효율적으로 시키고 싶다면 그에 합당한 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해줘야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러한 애덤 스미스의 가치관은 지금 우리가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다닌다”라는 가치관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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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기적이기 때문에 보상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하려고 할 거임ㅇㅇ"

물론 애덤 형의 견해도 어느 정도 타당하다고 볼 수 있는게, 예컨대 김밥천국에서 매일 김밥을 만드는 아주머니가 “내가 김밥을 만듦으로써 사람들이 배를 곯지 않았으면…”하는 인간애 가득한 마음으로 김밥을 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 택한 방법이 김밥천국을 운영하는 것일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리 형의 견해는 다르다. 배리 슈워츠는 인간의 본성은 원래 정해져있던 것이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규제와 제도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하며, 애덤 스미스의 잘못된 견해로 산업시대 때 만들어진 여러가지 제도들이 아직까지도 우리를 돈만 보며 일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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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고 있네 임마, 네가 이상한 가치관을 내세우니까 사람들이 진짜 그런 줄 알잖아"

물론 배리 슈워츠나 애덤 스미스의 말 모두 맞는 부분이 있고 틀린 부분이 있을테니 모든 것을 비판없이 수용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배리 슈워츠가 왜 저런 말을 하는 지는 한번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인간을 일하게 하는 것

앞서 이야기 했듯이 애덤 스미스의 “인간은 노동에 따른 합당한 보상을 원한다”라는 견해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그 영향을 끼치고 있고, 그 중 대표적인 한 가지가 바로 인센티브 제도이다.

인간은 이기적으로 자신의 보상을 위해 노동을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일을 해냈을 때 더 큰 보상을 준다고 약속한다면 그 일을 반드시 해낼 것이라는 생각에서 발생한 인센티브 제도는 아직도 우리 곁에 남아서 우리의 통장을 짭짤하게 채워주고 있다. (돈이면 다 된다…?)

그러나 아무리 조상님의 말씀이라고 해도 곧이 곧대로 믿을 수는 없는 법 아닌가. 전 세계의 학자들은 이 인센티브가 정말로 인간의 업무 능률을 올려주는 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단순 반복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인센티브가 효율적으로 작용했지만, 반대로 복잡하고 창의성을 요구하는 작업에는 인센티브가 오히려 정반대로 작용한 것이다.

이건 필자가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미연방준비은행이나 프린스턴 대학, 런던 정경대와 같은 이름있는 대학, 그리고 여러 경제학자들에 의해서 실제로 꽤나 많이 시행되었던 실험이고, 거의 대부분의 결과에서 인센티브는 창의성이 필요한 작업의 생산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창의적인 작업에 좋은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업무에 대한 자율성과 주도권, 일에 대한 재미, 더 잘하고 싶다는 성장욕 등이었다.

인센티브와 이런 요인들의 차이는 바로 외적인 동기부여와 내적인 동기부여의 차이이다. 인센티브는 “네가 이 일을 잘 하면 이 만큼 보상을 줄게”라는 외적인 동기부여이기 때문에 그 작업을 하는 사람은 이 일이 좋든 싫은 돈을 위해 할 수 밖에 없고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목표만을 빠르게 달성하려고 하기 때문에 작업에 대한 시야도 좁아지지만, 이 일의 가치를 알고 즐기면서 이 일을 잘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좁은 목표가 아니라 더 넓은 목표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작업에 대한 창의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구글이나 아틀라시안이 하루 중 20% 정도를 사이드 프로젝트에 할당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이 시간은 온전히 작업자가 모든 주도권을 가지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고, 실제로 이 시간 동안에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수 많은 제품들이 탄생했다.

이런 인센티브에 대한 내용은 주로 기업 컨설팅에 자주 등장하는 내용이라 오너들을 타겟으로 많이 이야기되고는 하지만, 필자같은 피고용자들에게도 이 내용은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바로 돈만 보고 일하면 일을 잘 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일 자체를 즐겨야한다.

물론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기업은 직원들에게 자율적인 업무환경을 제공하지 않는데다가 직원들에게 멋진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당장 하루하루 매출 채우기가 급급하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 속에서 스스로 일에 대한 재미를 찾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필자도 자율적이지 못한 근무환경과 단순히 회사의 매출이나 나의 월급만 보고 개발을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공감이 간다. 그러나 필자는 그런 호의적이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에게 제시할 수 있는 비전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이직도 방법이다. 물론 이직이 쉬운 일도 아니고 익숙했던 환경에서 벗어난다는 불안감도 당연히 있겠지만, 필자는 이직 기간 두 세달 동안의 불안감보다 앞으로 내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조직에서 일할 수 있다는 가치가 훨씬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약 현 직장이 도저히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없는 곳이라면 손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은퇴할 때까지 30년 정도는 어쩔 수 없이 매일 일해야하는 우리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필자는 누구도 돈을 위해 기계처럼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해야하는 일이라면 조금 더 재밌게, 행복하게 일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배리 슈워츠는 마치 변하지 않는 현실 같았던 “돈 때문에 일한다”라는 생각 자체가 결국 제도가 만든 프레임이며, 우리가 일을 어떻게 대하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깨부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냐에 따라 단지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아니라 조금 더 가슴 뛰는 무언가를 위한 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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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TED 강연보다는 책으로 보는게 더 자세히 배리 슈워츠의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으니
필자는 TED 강연보다는 책을 한번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다면 내 워라밸은 어떨까?

이렇게 끝내기에는 뭔가 섭섭하니 이런 워라밸에 대한 필자의 가치관을 한번 자세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일단 들어가기 전에 솔직히 말하자면, 필자는 속세와 연을 끊고 모든 욕심에서 초월한 부처님이 아니다. 당연히 필자도 돈 엄청 좋아한다. 돈이야 당연히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은 것이 아닌가. 필자도 이번에 애플이랑 테슬라 액면분할 할 때 제발 떡상하라고 냉수 떠다놓고 기도했던 개미들 중 한 사람이다. (이번 추석 때 엄마가 테슬라 주식 얼마나 있냐고 물어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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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님들...테슬라 600달러 가게 해주세요 제발요...

하지만 필자가 아무리 돈을 좋아하더라도 직장을 선택하는 이유 중 1순위는 연봉이 아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지는 돈 많이 버니까 그런가보지”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필자도 돈 그렇게 많이 못 번다. 물론 누군가보다는 더 받고 누군가보다는 덜 받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연봉 몇 천 차이나는게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정도도 아니지 않은가? (결국 집은 은행이 사줘야한다는 사실을 잊지말자)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그렇듯이 필자도 프로그래밍을 통해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좋아서 개발자가 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필자는 “이 회사에 가면 내가 어떤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것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필자의 워라밸은 바로 이 부분에서 크게 갈리기 때문이다.

어차피 어느 회사를 가던 간에 하루의 대부분은 사무실에서 코딩만 하면서 살텐데, 마음에도 없는 재미없는 제품을 만들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하루에 10시간 씩 수행하는 느낌으로 재미없는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필자의 삶의 질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당연히 이렇게 일해도 연봉을 2억씩 받는다고 하면 버틸 수는 있겠지만, 그건 말 그대로 버티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필자가 받는 스트레스는 여전할 것이다. 필자는 돈 많이 받는 것보다 하루의 대부분을 그런 스트레스 받으면서 살아야하는 것이 더 싫다.

필자가 현재 직장을 선택한 이유 또한 이 가치관과 부합한다. 이 회사는 “어려운 금융을 더 쉽고 간편하게”라는 흥미로운 비전을 내세우고 있었고, 면접을 진행하다보니 정말로 이 비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조직이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입사하고보니 이 조직은 내부적으로 팀원들이 이 방향을 놓치지 않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었다.

물론 이 회사는 업무강도가 높기로 유명한 곳이고 실제로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지금 만들고 있는 이 제품이 사람들에게 어떤 이득을 줄 수 있는지는 제대로 설득된 상태에서 제품을 만들 수 있고, 그리고 좋은 사람들도 많아서 지금까지 다녔던 다른 직장들에 비하면 일하는 게 재미있는 편이다.

아마 필자 뿐만 아니라 여러분도 하루에 대부분은 회사에서 업무를 하면서 지낼 것이다. 만약 워라밸의 의미가 단순히 근무시간을 줄여서 삶의 질을 높히자는 것 뿐이었다면 필자의 워라밸은 개판 오분 전이나 마찬가지일테지만, 필자 스스로 느끼기에 필자의 워라밸 수준은 나름 괜찮은 편이다.

마치며

물론 일을 하는 시간과 나를 위해 쓰는 개인적인 시간이 분리되어야 하며 이 시간들의 균형과 조화는 중요하다. 당연히 사람이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으니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 가족 또는 친구, 애인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거나 일과 관련없는 꿈을 이루기 위한 활동을 하거나 취미를 가지는 것 또한 삶의 질 향상에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는 앞서 말한 여러가지 이유들 때문에 일을 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워라밸의 의미를 단지 일을 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으로만 생각한다면 우리의 삶의 질에는 상한선이 명확하게 존재하게 되기 때문에 우리는 단순히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보다 조금 더 높은 가치를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하는 것이다.

물론 필자의 워라밸에 대한 가치관은 굉장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어떤 행위에 대한 가치를 다르게 부여하기 때문에 필자와 다르게 일에 크게 가치를 두고 싶지 않아하는 사람 역시 있을 수 있고, 이런 사람들은 필자처럼 일에서 가치를 찾기 보다는 근무 외 시간에서 더 자신에게 행복함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나설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이 포스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적어도 일을 돈 때문에 억지로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게 실제로 돈 때문에 하는 것이든 아니든 말이다.

배리 슈워츠가 말했던 대로 우리가 일을 돈 때문에 하게 되는지, 그 이상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지는 결국 우리가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자는 우리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쓰게 되는 일이라는 행위에 의미있는 가치를 주는 것만으로, 적어도 하루의 대부분을 무미건조하게 일을 하며 보내는 것보다는 조금 더 나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으로 일도 하면서 내 워라밸도 챙겨보자 포스팅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