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프는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시대에 책 읽는 뇌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기술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놀랍게도 울프는 젊은 시절 자신이 열렬히 사랑했던 헤르만 헤세의 소설 『유리알 유희』를 더는 읽을 수 없었다. 어려운 단어, 꼬인 문장, 느려터진 전개를 견디지 못했다. 책을 읽는 동안 울프는 책장을 빠른 속도로 앞뒤로 뒤적이면서 같은 문장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댔다. 울프의 뇌는 문장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이야기의 심층을 살피는 데 필요한 ‘인지적 참을성’을 잃어가는 중이었다. 어려운 책을 읽으면서도 마음을 모아 문장에 집중하는 대신 표층에 머물러서 핵심만 추리려 들었다. 아이러니하지만, 최고의 독서 과학자인 울프조차 책을 읽을수록 책이 점차 어색해지는 ‘독서 소외’에 빠져든 것이다. 디지털 정보 소비에 중독된 탓이다. 상시적 주의력 결핍 상태에 놓이는 것은 현대인의 무섭고 중대한 질병에 해당한다. 이는 독서가 힘을 잃자 우리의 자연적 본성이 드러난 것이기도 하다. 인간의 뇌는 물렁물렁하다. 뇌에는 주변 상황에 맞추어 자신을 바꾸는 성질, 즉 가소성(可塑性)이 있다. 덕분에 우리는 학습으로 뇌를 진화시킬 수 있다. 낯선 체험이나 자극은 뇌 뉴런의 새로운 연결망을 늘리고, 자주 쓰지 않는 연결망을 퇴화시킨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뇌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된다.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는 독서를 통해 뇌를 집중에 적합한 형태로 바꿀 수 있다. 또 얼마나 불행한가. 오래 책을 읽지 않는다면 뇌는 본래의 산만한 상태로 돌아간다. | 인간 사유·행동 독서에 최적화 독서는 우리의 감각 자체를 발달시킨다. 2006년 스페인 연구자들은 “커피 향이 좋다” 같은 문장을 읽을 때 뇌의 후각 피질 영역이, 프랑스 연구자는 “파블로가 공을 찬다” 같은 문장을 읽을 때 운동 피질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뇌는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을 구별하지 않는다. 독서를 통해 인간이 다른 이의 경험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자신이 직접 탐구하지 않은 지식을 이해할 수 있는 이유다. 독서는 같은 이유로 인간의 사회성을 증진한다.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낯선 환경에서 행동하는 방식을 배우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타인의 마음을 알아내는 훈련을 한다. 독서는 친구를 찾아내고 적을 판별할 수 있는 힘을 준다. 목록을 늘어놓으면 한도 끝도 없다. 인간과 독서의 관계는 너무나 긴밀하다. 우리의 사유와 행동은 모두 독서에 최적화되어 있다. 자신과 세계의 의미에 집중하는 시간 없이 인간은 인간으로 존립할 수 없다. 책은 사라지지 않는다. 독서는 분명히 되돌아온다. *전문
전안나의 똑똑한 독서법 1. 직장 다니고 애 키우면서, 책 읽을 시간이 있어요? 돌아보니, 1천권을 읽으면서 1천명 작가들의 수십 만개의 문장을 만났고, 그 중에서 필사할 문장을 고르면서 좋은 문장을 보는 안목이 생겼다. 손으로 몇 천개의 문장 따라쓰기를 하다 보니 작가들의 실력을 컨닝하여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었다. 『책을 읽으면 왜 뇌가 좋아질까? 또 성격도 좋아질까?』 신경영상술로 실증적 연구에 치중한 신경과학자 스타니슬라스 드앤은 "인간이 읽기를 학습할 때는 뇌의 방대한 신경회로가 변형되고 신경회로의 변화에 따라 인간은 시각을 통해 구어 체계로 접근하는 능력을 얻는데, 이는 읽기 습득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한다. 읽기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의 경우 독서학습은 그들의 삶에서 매우 중요하고 획기적인 사건이다. 인지신경과학이 그 이유를 보여준다. 문맹자의 뇌에 비해 문해자의 뇌는 거대한 변화를 겪는데, 초기에는 대부분 뇌의 시각 영역과 음운론적 영역이 상호 연결돼 발달하면서 뇌는 문해력을 습득해 독서능력을 갖추기 시작한다. 뇌는 큰 변화를 맞으며 ‘의미’라는 독서의 핵심적이고 방대한 영역으로 발전적으로 이행하는 데 초석이 된다. <102, 103쪽> 실험에 따르면 허구적 소설의 독자들은 논픽션 독자들보다 사회적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준다고 한다. 논픽션 독자들은 정보 제공에 중점을 둔 관념적 문제에 능숙한 반면, 소설 독자들은 공감의 체험과 이해를 통해 사회적 능력이 향상되고 직면한 사회문제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232쪽> 신경뇌과학이라면 전문 용어가 나오고 매우 어려운 개념이 등장할 것 같지만 친절한 용어 설명 등이 책 읽는 속도를 떨어지지 않게 한다. 젊은 엄마들이나 청년들이 많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인문형 선비’의 뇌과학 이론 터득이 놀랍고 독서문화 진흥을 위한 노 교수의 집념이 경이롭다. 한 명예교수의 뇌 백색질(독서능력과 매우 밀접한 관계)이 어떻게 변화했나 궁금하다. 노 교수의 노고의 땀이 백색질에 빼곡할 것 같다. / 엄정권 기자 출처 : 독서신문(http://www.readers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