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시대 개인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bigdeiteo sidae gaein-eun eotteohge daeeunghal geos-inga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2016년 3월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세기의 바둑 대결을 펼쳤다. 많은 사람이 “알파고가 판후이 2단과 두었을 때보다도 더 늘기는 했을지라도 이세돌을 이기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4대 1로 알파고가 승리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데미스 하사비스 대표는 “그들은 프로그래머가 아니다!”라며 이 대결에서 알파고의 승리를 확신했다. 바둑을 제외한 모든 고전 게임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정복했지만, 이제 바둑도 인공지능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알파고가 프로 선수를 이길 수 있는 성능을 발휘하게 된 데는 딥러닝(Deep Learning)의 대표적인 기법인 심층 인공신경망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심층 인공신경망은 비교적 새로운 기계학습 이론이지만, 각종 패턴 인식 대회에서 탁월한 효과를 내고 있다. 이 기법은 2012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활용되었지만,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발전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는 이세돌 9단과 대결에 앞서서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했을까? 첫 번째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보를 추가적으로 입력하지 않고, 단지 자기 자신과의 수천만 번의 대국을 계속 학습함으로써 알파고의 정확도를 개선했을 것이다. 알파고는 쉬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지치지도 않고 학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는 알파고를 그야말로 세계 최고수로 만들기 위해 아시아 최정상 프로의 기보도 입력해서 학습했을 것이다. 모든 기계학습 알고리즘이 그러하듯이 알파고의 능력은 학습에 사용한 데이터의 양뿐만 아니라 질에도 좌우된다. 세 번째는 스파링이다. 이세돌과 대결에 앞서서 최종적으로 이세돌과 동등한 수준의 중국 기사들과 실전연습 대결을 가졌음이 틀림없다. 구글 딥마인드가 이세돌과의 대결에서 ‘자신 있다’고 당당해했던 확신은 바로 이 스파링에서도 압승했음을 입증한다. 알파고는 이 모든 준비를 끝내고 확신에 차서 이세돌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고를 개발한 지 1년 반 만인 2015년 10월 판후이 2단과의 대결에서 압승한 이후 6개월 만에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승리함으로써 위대한 도전을 마무리했다. 알파고 개발에는 지난 10여 년에 걸쳐 이 위대한 도전을 성공시키려는 많은 천재 과학자의 노력이 최상의 조건에서 합쳐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성공의 배후에는 구글의 에릭 슈밋 회장이 있었다. 그는 “앞으로 인공지능에서 무슨 혁신이 벌어진다면 그것은 모두 ‘구글이 이룰 것’”이라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바둑에 대한 위대한 도전도 에릭 슈밋 회장의 이런 성취욕에서 시작된 것이다.

숫자를 경영하라

영국의 문명비평가인 허버트 웰스는 “언젠가는 숫자를 올바로 이해하는 능력이 쓰기나 읽기처럼 유능한 시민이 되는 데 꼭 필요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현대는 숫자정보사회 혹은 숫자화사회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 확률은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일기예보,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 각종 사고(번개, 자동차 사고, 다리 붕괴 등)를 당할 확률 등은 우리가 매일 대하는 정보들이다. 그런데도 확률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확률이 사람들의 직관과 크게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확률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는 매우 낮은 편이어서 확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확률과 관련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개인이나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레드오션이 아닌 블루오션을 찾아야 한다. 겉으로 말만 번지르르할 뿐 실제 내공은 부족한 사람들이 많은 오늘날, 숫자와 통계와 이를 토대로 한 분석 능력이야말로 자기계발의 블루오션이다. 많은 사람이 통계를 어려워하고, 숫자만 나오면 피하고 싶어 하고 재미없어 한다. 미국의 템플대학 존 앨런 파울로스 교수는 “현대에 문맹이란 글을 읽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숫자에 두려움을 갖고 편안하게 다루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수맹(數盲, innumeracy)’이라고 표현했다. 많은 사람이 어려워하며 자신 없어 하는 분야야말로 경쟁이 적고 광활하게 열린 블루오션이다.

사실 숫자와 통계를 기반으로 하는 분석 능력이야말로 이 시대 사람들이 갖춰야 할 필수 역량이기도 하다. 구글의 수석 경제학자인 할 베리언은 “데이터를 분석 활용하는 능력, 즉 데이터를 이해하는 능력, 데이터를 처리하는 능력, 가치를 뽑아내는 능력, 시각화하는 능력, 전달하는 능력이야말로 누구에게나 앞으로 오랫동안 매우 중요한 능력이 될 것이다”라고 예견한 바 있다. 이제 빅데이터 시대에 개인의 분석적 소양은 개인 자신뿐만 아니라 기업의 차별적인 경쟁력을 키워주는 핵심 역량이 되었다. 더욱이 모바일 디바이스, 센서, 소셜미디어에서 데이터가 폭증하고 있는 지금, 숫자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읽고 쓰는 능력 못지않게 빅데이터 시대에 효과적으로 적응하며 살아가는 데 이미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능력이 되었다.

하림의 사물인터넷과 유유제약의 리포지셔닝 전략

국내 최대 닭고기 전문 기업인 하림은 530여 개 직영·계약 농장에서 연간 2억 마리의 닭을 키워내는데, 2000년대 이후부터 수요처들이 까다로워져 세세한 무게 조건을 달기 시작했다. 이 무게 기준에 미달하거나 초과하는 경우에는 닭을 해체한 후 부위별로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제값을 받지 못했다. 그로 인해 연간 출하량의 10퍼센트인 2,000만 마리가 규격에 맞지 않는다면 그 손실은 40억 원에 이른다. 더욱이 무게 측정을 위해 사람들이 자주 농장에 들락거리다 보니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림은 정확한 무게 예측을 바탕으로 최적의 출하 시기를 결정하기 위해 시범농장에 사물인터넷을 도입했다.

하림의 직영농장인 ‘501 양계농장’에는 닭들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적외선 CCTV, 닭이 폴짝 뛸 때마다 10분의 1초 간격으로 무게를 재는 센서, 온도와 습도·벤젠·톨루엔·분진을 각각 측정하는 센서와 이러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무선통신 장비가 설치되었다. 센서를 이용한 측정, 데이터 무선 송신, 데이터 분석을 통한 예측 등 사물인터넷의 기본적인 틀을 농장에 적용함으로써 언제 몇 킬로그램의 닭을 몇 마리나 출하할 수 있는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스마트 농장’을 구현한 것이다. 하림이 ‘501 양계농장’에 설치한 시스템을 다른 농장으로 확산하려는 계획은 당연히 예상되는 수순이다.

유유제약은 ‘멍 치료제’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베노플러스겔의 인지도와 매출을 크게 상승시켰다. 타깃 고객층을 아이에서 성인 여성으로 바꾸고 단순 의약품을 넘어 미용에도 도움이 되는 뷰티 상품으로 리포지셔닝한 덕택이다. 유유제약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해 26억 건의 소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부기나 타박상에는 물파스뿐 아니라 멘소래담, 안티프라민 같은 제품과 정형외과 치료에 대한 연관 검색어가 많았다. 그런데 멍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에게 인식된 특별한 연고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욱이 블로그를 대상으로 3억 4,000만 건을 분석한 결과, ‘멍-여성’ 키워드 조합이 ‘멍-아이’ 키워드 조합보다 6배 정도 많았다. 이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잠재 시장이 아이를 대상으로 한 시장의 크기보다 압도적으로 크다는 것을 의미했다.

유유제약은 베노플러스겔이 지향해야 할 목표 시장은 일반 의약품뿐 아니라 미용, 더 나아가 성형외과도 연관시켜 포지셔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먼저 베노플러스겔의 타깃 고객층을 아이에서 성인 여성으로 바꾸면서 포스터부터 새로 제작했다. 일러스트 형식으로 새롭게 바꾼 광고에서는 치마를 입은 여성이 멍든 무릎을 보면서 ‘이런 멍 같은 경우엔 베노플러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게 했다. 특히 겨울철 성형 수요를 의식해 겨울용 광고 포스터도 따로 제작했다. 제품 포장지의 용도 설명도 ‘멍, 부기, 타박상, 벌레 물린 데’식으로 순서를 바꿔 멍이라는 단어가 맨 앞에 오도록 디자인했다. 베노플러스겔의 리포지셔닝 전략은 일반 약국은 물론 성형외과나 정형외과에서도 문의해올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베노플러스겔의 검색 건수가 5배 넘게 늘어난 반면 ‘멍 빨리 없애는 법’이라는 검색어는 33퍼센트 줄어들었다. 그에 따라 매출액도 1년 만에 50퍼센트 늘어났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의 빅데이터 경영 전략

빅데이터 시대에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이 빅데이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빅데이터 도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빅데이터 도입의 목적, 즉 왜 빅데이터를 도입하는지 명확히 하는 것이다. 빅데이터를 도입한다는 것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비즈니스 문제를 대부분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해결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문제와 관련한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이를 분석해 데이터 속에 숨은 인사이트를 찾아내서 문제 해결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 경험이나 감이 아니라 바로 데이터, 즉 사실에 근거해 의사결정을 하고 경영을 하는 것이다.

기업에서 하는 빅데이터 분석은 자료의 수집, 처리, 분석이 더욱 복잡하다. 하지만 분석 목적은 여전히 같다. 즉, 데이터 속에 숨어 있는 인사이트를 찾아내 문제 해결에 활용함으로써 기업 가치를 증대시키는 것이다. 흔히 빅데이터는 3V, 즉 엄청난 크기(Volume), 다양한 형태(Variety), 빠른 데이터 유입 속도(Velocity) 등 3가지를 특징으로 정의된다. 하지만 빅데이터에서 중요한 것은 ‘빅’도 아니고 ‘데이터’도 아니다. 빅데이터의 진정한 효용은 또 다른 V, 즉 빠른 속도로 유입되는, 엄청나게 큰 규모의,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 속에서 인사이트를 추출해 기업 가치(Value)를 증대시키는 데 있다. 아마존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제프 베저스는 “미지의 바다에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되느냐, 아니면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기업이 되느냐는 데이터와 정보의 활용 여부에 달려 있다”고 설파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창의적인 기업들이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을 두고 경쟁 우위를 구가한다는 사실은 다음의 2가지를 시사한다. 첫째, 빅데이터 시대에 기업 창의성의 원천은 새로운 원유(原油)라고 일컬어지는 데이터 분석에 있다는 것이다. 둘째, 개인의 창의성도 분석 능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통해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기업들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분석 능력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분석이 일상화된 조직 문화를 조성함으로써 창의성을 높일 수 있다. 빅데이터 시대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빅데이터 시대에 경쟁의 승부는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고, 누가 그것을 다른 사람들보다 잘 활용하는지에 달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직시해 조직 문화와 직원들의 마인드를 분석 지향적으로 이끌며 데이터 분석을 위한 인프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려는 리더의 의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구글, 애플, 아마존, 이베이, 넷플릭스, 캐피탈원, 시저스 엔터테인먼트 등 글로벌 유명 기업이 갖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빅데이터 분석으로 최고 경쟁력을 구가하는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이 글로벌 기업들은 빅데이터 시대의 화두는 기계학습을 통해 데이터 속에서 인사이트를 캐내는 것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데이터가 넘쳐날수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필요한 정보를 추출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성공의 배후에는 언제나 분석 지향적인 조직 문화를 구축하고 강요한 리더가 있었다. 이 리더들의 공통된 신념은 “우리는 신을 믿는다. 하지만 (신이 아닌) 모든 다른 사람은 (근거가 되는) 데이터를 가져와라”는 유명한 문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