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 외반증 수술 후기 - muji oebanjeung susul hugi

무지외반증 수술후기 - 수술 3주차(15~2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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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외반증으로 양발 수술을 한지 딱 2주가 지났다. 원래 병원에 방문해야 하는데, 나처럼 집이 먼 사람은 맨발 사진과 탄력붕대를 감은 사진 한 장 씩을 문자로 보내면 된다. 귀찮아서 사진을 안보내고 있었더니 오후에 병원에서 바로 전화가 왔다. ㅋㅋㅋ 2주간 하던 소독을 끝내고 스테리스트립 위에 흉터연고(프로실)를 바른 후 코반붕대를 감으면 된다고 했다.

계속 붓기가 빠질 수 있게 붕대를 이전보다 좀 더 탄탄하게 감아달라고 했다. 스테리스트립 위에 연고를 바르는게 과연 효과가 있긴 한걸까 싶었지만... 안바르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서 열심히 발랐다. 이 때 부터는 개봉된 상태의 거즈를 사용해도 된다고 해서 이전에 쓰고 남았던걸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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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원래 2주가 지나고 3주차 부터는 물이 닿아도 괜찮은데, 나는 오른발 엄지발가락에 실밥이 남아있기 때문에 아직 물에 닿으면 안됐다. 아쉬운대로 왼발만 살살 물에 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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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는 뭐 2주가 지났다고 해서 딱히 안아파진건 아니라 여전히 계속 누워서 지내고 있었다.

그래도 걷는건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꽤 잘 걸을 수 있는 것 같아서 좀 뿌듯하기도 했다. 하지만 밖에 나가면 울퉁불퉁한 곳은 못걷고, 경사진 곳도 못걸었다. 특히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럭 중에 멈춤표시는 밟으면 바로 발목이 꺾였다. 발꿈치랑 발날로만 걸어서 발바닥에 힘을 다 못실으니까 조금만 울퉁불퉁해도 균형을 잡을수가 없었다. 그리고 발 날로만 걸어서 발목하고 무릎 맨날 아픔 ㅜ

4/18(수) - 수술 16일차

새벽엔 여전히 아파서 자는게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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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전녁에 사진 두 장을 보냈었고, 오전에 전화가 왔었는데 받지를 못했더니 병원에서 문자가 왔다. 엄지로 너무 딛고싶어요... 오른발 엄지발톱 실밥은 진짜 이것때문에 샤워도 맘편히 못하는거 너무 불편해서 집근처 병원에서 풀기로 했다. (사실 전에 발목때문에 집근처 병원 갔을때 의사가 이미 다 아물었는데 도대체 그 병원은 왜 3주 4주씩 기다리게 하냐고 이상하다고 했음 ㅋㅋㅋ 보통 2주면 실밥 푼다고 함)

흉터연고 프로실을 바르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테이프 위에 흉터연고 바르는거 진짜 이상하다.... 프로실은 립밤처럼 생긴건데 그냥 문질문질 바르면 살살 녹으면서 잘 발라진다. 바다건너 들어온 흉터연고인데, 손가락 하나만한게 6만원이나 한다. 제발 흉터 안생기게 해주라 ㅜㅜ

저기 오른발 엄지발톱에는 피랑 거즈랑 소독약이 엉겨붙어 아주 딱딱한 덩어리가 되었다. 퇴원하기 전에 병원에서 분명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건드리지 말라고 했는데, 점점 더 딱 붙는것 같다...? 그대로 두면 절대 저절로 안떨어질 것 같아서 실밥 뽑으러 가기 전에 뜯어보려고 했는데 꿈쩍도 안했다.

그리고 답답해서 밖에 한 번 나갔다 왔다. 휠체어 안타고 아주 조금 걷고 들어왔다. 종아리 근육은 아주 완전히 다 빠져버려서 엄청 가늘어졌다. 손으로 툭 치면 살이 힘없이 출렁출렁.... 엄마도 내 인생 중에 지금이 다리 제일 가늘다고 하셔따........ 내 근육 ㅠ

4/20(금) - 수술 18일차

몰랐는데 장애인의 날이었다. 휠체어를 타고 나갔었는데, 하교길에 지나가던 초딩이 나를 빤히 보다가 갑자기 "헐 장애인이다!"하고 소리쳤다. 당황해서 걔를 봤더니 갑자기 발표하듯이 한손을 번쩍 들고 "오늘 장애인의 날인데!!!!!"하고 엄청크게 소리쳤다. 덕분에 지나가던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봤다. 분명 학교에서 오늘 배운거라고 그렇게 크게 소리쳤겠지. 그리고 내일 학교에 가서 자랑을 하겠지. 그렇다면 그 애의 담임교사는 오늘이 장애인의 날이라는걸 가르치기 전에 장애인을 보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건지를 먼저 가르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짜증났다.

집에 돌아와서는 오른발 엄지발톱 거즈를 다시 뜯어봤다. 역시 잘 안뜯겼다. 가위로 겉부분만 조금씩 잘라냈는데 엄청 끈적거리고 이상하다. 조금 잘라낸 후에 거즈를 들춰서 수술 이후 발톱을 처음으로 봤다. 울었다. 의사가 수술을 이상하게 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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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성발톱이 있어서 5년 전쯤 수술을 한번 했는데, 그 때 오른발에 마취가 안들어서 의사가 결국 수술을 중단했었다. 그 때 발톱을 뿌리까지 잘라내지 못하고 연두색 부분만 제거해서 발톱이 아래쪽에만 작게 남아있었다. 발톱을 깎을 때마다 살을 벌리고 파내듯이 깎아야 해서 힘들었다.

그래서 무지외반증 수술 상담 때 내가 상황 설명을 했고, 의사가 파란 부분만 제거해줄 수 있어서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었다. 내가 여러 번 신신당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빨간 선까지 발톱을 잘라놨다. 결국 발톱의 반 정도만 남게 되었고, 발가락의 오른쪽 부분에만 발톱이 치우쳐 있었다.

이렇게 될 수 있다고 미리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었고, 수술에 들어갔을 때 엄마도 아무런 전달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수술을 할 줄 알았다면 아예 수술을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말 너무너무 속상했다. 겉으로 보기엔 예뻤던 발톱이 반밖에 남지 않은게 너무 속상했다. 뿌리까지 파낸 발톱이 다시 자라날 리가 없어서 어떻게되 되돌릴 수 없다는게 너무 속상했다. 이 날 이후로 2주 정도를 발톱을 볼 때마다 울었다.

엄지발가락 실밥을 풀기전에 엉겨붙은 거즈를 꼭 내 손으로 떼고 싶었다. 병원에 가면 의사가 아프게 잡아 뜯을 것 같았기 때문에...하지만 결국 뜯지 못했다.

차타고 조금씩 조금씩 걸어서 동네 정형외과에 갔다. 의사가 엉겨붙은 거즈를 핀셋으로 살살 뜯는데, 엄청 꾸덕하게 달라붙어서 역시나 떨어지지 않았다. 의사가 도대체 이렇게 피딱지져서 덩어리지면 거즈를 어떻게 떼내라는 거냐며 그 병원은 드레싱을 어떻게 한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헤헤 맞는 말입니다. ^0^ 결국 의사도 그냥 거즈를 떼는건 무리라고 식염수같은걸 발에 엄청 부었다. 거즈를 불린 다음에 핀셋과 가위로 거즈를 잡아 뜯었다. 여러 번 가위질을 하고 잡아당긴 다음에야 뜯을 수 있었다. 아파서 진땀이 뻘뻘 났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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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실밥은 그냥 빡빡 순식간에 뜯어냈고, 살도 잘 아물었다고 했다. 이틀 후부터 물에 닿아도 된다고 했다. 이제 거즈 많이 감을 필요도 없고, 그냥 작게 잘라서 반창고로 붙이거나 코반으로 감아주면 된다고 했다.

그래도 산책도 다녀왔다. 집앞에 한바퀴 돌고 들어왔는데, 원래 5분이면 걷고 들어오는 거리를 20분이나 걸려서 걷고 왔다.

그리고 병원에 산책까지 한게 좀 무리였는지 밤에는 발이 아주 탱탱탱탱 부어버렸다. 발등도 부어오르고 발가락들도 부어서 사이사이 틈이 다 사라졌다. ㅋㅋㅋㅋㅋㅋ

실밥 풀고 이틀이 지나 드디어 발에 물이 닿아도 되는 날이었다. 처음으로 붕대 풀고 진짜 편하게 샤워를 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세하게 살펴본 엄지발가락... 발톱을 잘라낸 부분이 텅텅 비었다. 한 2~3mm 정도를 잘라낸 것 같다. 내 멀쩡한 발톱...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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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뭐 친구가 병문안이라고 집에 놀러왔는데 나를 보더니 아주 놀랐다. 살이 너무 많이 빠져서 왜소해 보인다고 했다. 움직일수가 없어서 근육이 남아나질 않으니 그럴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