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빛 파티 시엘 3 기 - kkumbich pati siel 3 gi

졸업을 한 우리는 이제 어엿한 21살.

내 이름은 감딸기.

우연히 가게 된 제과 페스타에서 만난 앙리 선생님의 추천으로 세인트 마리 학교 입학하여 가온이, 로진이, 도하, 바닐라 등 많은 친구들을 만나며 파티시엘의 꿈을 키워왔다.

여러 그랑프리에도 나가보고, 프랑스 유학과 런던 유학까지 다녀오며 6년 전의 나였다면 상상도 하지 못 했을 일들을 경험한 후 이렇게 ‘le reve couleur’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감사합니다, 손님. 다음에 또 오세요!”

열심히 일하다보니 단골손님들도 점점 늘고 있고, 내 케이크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던 그 목표를 점점 이뤄가고 있는 중이다.

“으차차.”

저녁 시간이 되자 사람들은 드물어졌고, 딸기는 아무도 없는 가게의 의자에 앉아 기지개를 피며 숨을 돌리고 있었다.

잠깐 쉴 수 있나 했더니 다시 가게의 문이 열리고.

“뭐야, 지금 쉬고 있는 거야?”

익숙한 목소리였다.

“가게 주인이 이렇게 농땡이 부려도 되는 거야? 후훗.”

목소리의 주인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린 딸기는 환하게 웃었다.

그들은 바로 ‘몽월’의 친구들인 유리와 미키였다.

“!... 유리야, 미키야!”

“후훗, 나도 왔어.”

그 뒤로 가을이 문 뒤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어 손을 흔들었다.

“뭐야, 가을이도 왔네? 이제 가?”

“응. 딸기야,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아아, 후훗. 고마워! 너희들도 수고 많았어. 내일 봐!”

“그래.”

모두 하고 인사를 나눈 후, 유리와 미키, 가을이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딸기는 테이블을 닦으며 가게의 마무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철컥.

“어? 도하야!”

도하였다.

“아직 집에 안 들어갔어? 가을이랑 애들은 다 갔는데?”

“아, 내일 필요한 재료들 좀 사고 냉장고에 넣어놓고 왔어. 애들보고는 먼저 가라고 했고.”

“그렇구나. 시간도 늦었는데 그냥 가지. 맨날 이렇게 안 와도 되는데.”

“가온이 명령이라, 하하. 그리고 네가 마리즈 가든 가게 중에서 제일 늦게 퇴근하잖아. 나도 걱정 되고.”

“그러다가 네 여자친구 님, 화내도 난 몰라.”

“후훗, 가을이도 다 이해하는 걸.”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야!”

“참, 가온이는?”

가온이는 지난 크리스마스 이후 ‘le reve couleur’에 자주 들른다.

병원 일에 늘 바쁜 가온이이기 때문에 오지 말라고는 하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병원 일이 끝나고 저녁마다 가게로 올 때마다 힘든 내색 하지 않고 열심히 케이크를 만드는 온이를 보면 괜히 마음이 뭉클해진다.

저렇게 케이크를 좋아하는데, 저렇게 초콜릿을 좋아하는데.

“아... 오늘 당직이래.”

“... 그래?”

도하는 딸기를 잠시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딸기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말했다.

“왜 그런 얼굴 해!”

“... 내, 내가 무슨 얼굴을 했어.”

“나 괜찮거든요? 가온이 바빠서 못 온 게 하루 이틀인가.”

“.....”

“이제는 진짜 그러려니 하는 거지. 나도 뭐 바쁜 사람이거든? 후훗.”

“... 그래, 네가 괜찮다면 다행이지.”

“너도 얼른 들어가, 가족들 걱정하시겠다.”

“응, 너도 얼른 집으로 들어가.”

“응, 잘 가.”

도하는 늘 어렵사리 발길을 돌려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딸기가 애써 그의 등을 밀어야 돌아가는 도하였다.

단지 가온이의 부탁 때문이 아니라 정말로 친구로서 딸기를 걱정하기 때문에 이렇게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신에게 온다는 것을 딸기,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그런 도하에게 늘 고마웠다.

“하아...”

하지만 힘든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늘 바쁜 가온이가 안쓰럽기도 하고, 그런 그가 안타깝기도 하지만 나의 욕심 때문에, 혼자 있는 외로움이 너무 크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애꿎은 그를 괜스레 미워하게 된다.

그녀는 가게의 문을 잠그고 나와 어두컴컴한 마리즈 가든의 길목을 거닐었다.

터벅. 터벅.

늘 가는 길이지만 쓸쓸한 것을 감당하기에는 내가 너무 마음이 좁은 것 같았다.

**

거의 자정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도 바쁜 걸음으로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

“비켜주세요! 여기 환자 지나갑니다.”

“이 환자, 바이탈 체크 좀 해주세요.”

“지금 당장 CS (흉부외과) 김 교수님 콜 해주세요! 빨리!”

여러 명의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곳, 병원.

삶이 시작되기도 하고, 삶이 끝나기도 하고.

인간의 생명을 살린다는 것은 얼마나 막중한 일일까?

나로 인해 한 생명이 살기도 하고, 나로 인해 한 생명이 죽기도 한다.

그 마음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방심해서는 안 되는 직업, 의사.

가온은 지금 그 막중한 일을 담당하는 한 의사이다.

파티시에가 아닌, 쇼콜라티에가 아닌 의사.

“막내, 오늘 당직이야?”

“아, 예. 근데, 저 이제 막내 아니거든요? 조금 있으면 인턴들 새로 들어오는데 무슨 막내예요.”

“입에 붙어서 떼어지지가 않는다. 쿡쿡, 너도 이제 선배 된다, 이거야?”

“저도 이제 인턴 이름표 뗐습니다, 레지던트라고요, 선배랑 똑같은.”

“아으, 이 당돌한 자식. 한 번을 안 져, 한 번을!”

가온보다 먼저 의사의 길을 걷고 있는 2년차 레지던트 김지호 선생.

7년 째 공부만 하다 보니 연애를 해본 적 없는 27살 불쌍한 남자이다.

“그럼 당직 열심히 해라, 난 그럼 퇴근!”

“들어가세요.”

무뚝뚝한 말투로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가온이었다.

그때, 작은 진동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울리고 있다는 것을 느낀 그는 자신의 주머니 속에 있는 폰을 꺼내어 확인했다.

발신자는 다름 아닌 도하였다.

“어, 웬일이야.”

-“전화는 받네. 바빠서 못 받을 줄 알았는데.”

“지금은 조금 한가해. 이 순간도 5분을 못 넘길 걸?”

-“... 그래, 그렇게 바쁘구나.”

“그래, 맞아. 엄청 바쁘다. 참, 딸기는?”

-“방금 만나서 헤어졌어. 금방 퇴근할 거래.”

“아직도 퇴근 안 했던 거야? 웬만하면 네가 데려다주지.”

-“그게 지금 남자친구란 놈이 할 소리야? 그렇게 걱정되면 네가 데려다 줘야 할 것 아니야.”

“... 바쁜 거 알잖아.”

-“알지. 너무 잘 알지. 딸기도 너무 잘 알고, 나도 너무 잘 알지. 그렇지만 그거 안다고 서운한 마음이 가시겠어?”

“.....”

-“바쁜 건 알겠는데, 그래도 딸기 자주 보러 와. 많이 힘들어 보이더라.”

“... 많이?”

-“응, 많이.”

“.....”

-“하여간 너 때문에 이게 뭐야. 나도 가을이랑 같이 퇴근하고 싶은데 자꾸만 먼저 보내고. 누구 커플 상태 살피느라 바쁘다, 바빠.”

“... 미안하다, 도하야.”

-“풋, 농담이야. 나도 뭐, 딸기 혼자 늦게까지 일하는데 걱정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걱정도 덜 할 겸, 보고 오니까 마음이 놓여. 그리고 너.”

“... 응?”

-“나한테 미안해야 할 게 아니라, 딸기한테 미안해해야 한다고. 알고는 있는 거지?”

“.....”

미안하지, 항상 미안하지.

딸기한테는 정말... 너무 많이, 미안해하고 있지.

말로 다 할 수 없이... 미안해.

“딸기야.”

-“응? 웬일이야, 전화를 다 하고. 오늘은 좀 한가해?”

“저기... 나 오늘 저녁에 못 갈 것 같아. 갑자기 급한 회의가 잡혀서.”

-“... 아, 그래? 너무 힘들 게 일하는 거 아니야? 밥은 챙겨 먹었어?”

“그냥 간단하게 먹었어. 넌?”

-“나는 그냥저냥 먹었지. 배 안 고파?”

“괜찮아. 아, 지금 치프 선생님이 부르신다. 내가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아... 응.”

그때 너무 바빠서 말하지 못 했다.

미안하다고.

-“여보세요? 가온아, 오늘...”

“오늘 저녁에도 못 갈 것 같다. 진짜 미안해.”

-“그래?... 너 오늘 올 줄 알고, 케이크 몇 개 만들었는데.”

“정말 미안, 이번에는 진짜 빠질 수가 없다.”

-“늦게 와도 되는데...”

“새벽 내내 있어야 돼. 너 그때까지 기다리려면 내일 가게 문 못 열어, 피곤해서.”

-“... 그래도.”

“내일 저녁에는 꼭 갈 테니까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자.”

-“... 가온아.”

“아, 네. 지금 갈게요, 선배. 미안, 끊을게.”

결국에 다음날에도 못 갔다. 그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의 다음날에도.

-“원가온, 듣고 있어?”

“... 응.”

-“진짜 너 딸기 같은 애 어디에서도 못 만나.”

“... 알아.”

-“딸기가 너 기다리게 하지 마. 그러다가 딸기 떠나도 난 네 편 못 들어줘.”

“.....”

-“... 늦었다, 일 열심히 하고.”

“... 그래, 너도 얼른 집에 들어가.”

-“응.”

통화가 끊기자 가온은 귀에 대고 있던 폰을 스르륵 내려놓았다.

딸기를 잃는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렇게 딸기를 기다리게 했는지도 모르지.

오늘 낮에도.

“미안해, 오늘 나 당직이야.”

-“... 하루가 멀다 하고 일이 늘어서 어떡해.”

“어쩔 수 없잖아. 의사 일이 원래 다 그런 걸.”

-“... 열심히 해, 내일 보자.”

“그래.”

가온은 도하의 말에 마음이 무너지기라도 한 듯 심장이 심하게 뛰었다.

정말로 그래버릴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는 연애만큼 힘든 건 없다.

그는 지금 당장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Rrrrr-

그러나 계속 신호음만 들릴 뿐, 그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더 마음이 다급해졌다.

지금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간절했다.

미안했고, 자신의 지난 잘못들이 뼈저리게 후회되었다.

늦게라도 갔어야 했어.

그렇게 늘 안 된다고 선을 그으면 어떡해.

대체 왜 그랬어!

Rrrrr-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리 전화를 해도 그녀가 받지를 않았다.

이 잠깐도 나는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녀가 전화를 받을 시간, 그 잠깐도 나는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녀는 어떻게 하루를 기다리고, 이틀을, 사흘을, 나흘을 기다린 것일까.

“... 누나!”

어느새 그가 서있는 자리는 자신의 누나, 소아의 집무실 안이었다.

“!... 가온이, 네가 웬일이야? 너 당직 아니니?”

“맞아.”

“그런데 왜 여기로 왔어, 얼른 응급실로 가야지.”

“누나, 미안한데. 나 오늘 당직 좀 빼줘.”

“... 뭐?”

“진짜 급한 일이 있어서 그래. 나 오늘만 빼줘.”

“... 무슨 일이야?”

“급한 일이 있다고!”

“... 네 담당은 내가 아닐 뿐더러, 내가 네 담당이라고 해도 못 빼줘.”

“누나!!”

“너 여기가 뭐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니?”

“... 뭐?”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곳이야. 환자 고칠 사람 한 명이라도 부족해서 환자 죽기라도 하면?”

“....!”

“그럼 너 그거 책임질 수 있어?”

“.....”

“너한테는 이 일이, 심심풀이 어린 애 장난 같은 거야?!”

소아의 언성이 높아졌다.

가온은 소아의 말을 듣다가 점점 자신의 손에 주먹이 쥐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 내가 선택한 건 맞아.”

“....!”

“그렇지만... 내가 원했던 건 아니야, 이 일.”

“.....”

“내가 원하지도 않은 일, 이렇게 최선을 다하려고 하잖아.”

“.....”

“노력하고 있잖아!”

“.....”

“그런데 누나는 꼭 그렇게 말해야 겠어? 내가 어떤 마음으로 지금을 사는지 누나가 제일 잘 알면서 그런 말을 해야 겠냐고!!”

“가온아!”

“... 됐어.”

그는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소아의 집무실에서 나가버렸다.

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그 이후 소아의 한숨 소리도 들렸다.

“... 널 어쩌면 좋은 거니.”

**

가온은 병원을 뛰쳐나가 달렸다.

달리고 또 달렸다.

치프 선생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무단으로 나가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가온은 그것 따위를 걱정할 새가 없었다.

지금 그가 생각하고 있는 건 단 하나, 감딸기.

다른 누구도 아닌 단 하나의 존재뿐이었다.

빵- 빵-

정신을 차리지도 못하고 달리다 보니 어느새 차의 경적소리가 들렸다.

가온은 횡단보도를 건너려 했고, 빨간불이 그를 붙잡아두고 있었다.

그러나 눈에 뵈는 것이 없는지, 무작정 그 횡단보도에 뛰어든 것이다.

커다란 트럭이 그를 덮치려고 하자, 그는 얼른 뒤로 피했다.

목숨을 잃을 뻔했다.

진짜 미친 건지, 아니면 진짜 정신을 잃은 건지.

그 순간에 든 하나의 생각은.

‘딸기, 봐야 하는데. 날 기다리고 있을 텐데. 가야 하는데.’

정말 맹세코 이 생각이 번쩍 들었다.

무의식 속에서 나에게 가르쳐 주기라도 하듯 말이다.

그는 뛰고 있는 심장을 가라앉히며 또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곧, 그의 발길은 딸기가 사는 옥탑방 계단을 향해 있었다.

오르고 올라 집 앞까지 도착한 가온은 얼굴이며 등이며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쾅, 쾅.

가온은 문을 두드렸다.

“딸기야!”

계속 두드렸다.

“감딸기! 문 좀 열어봐!!”

나 지금 네 얼굴이 미치도록 보고 싶어.

문 좀 열어봐.

지금 당장 널 보고 싶어.

그는 계속해서 문을 두들겼고, 잠시 후 문이 열렸다.

“온아, 무슨 일,”

딸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온은 그녀를 자신의 품에 꼭 안았다.

“오, 온아... 가, 갑자기 왜 그래.”

“... 보고 싶었어.”

“... 가, 갑자기?”

“갑자기가 아니라... 늘, 언제나, 계속 보고 싶었어.”

“.....”

“... 미안해.”

“뭐가?”

“... 기다리게 해서.”

“.....”

딸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의 등을 쓸어내려 주었다.

무슨 일인지는 몰랐지만 그냥 그가 하는 모든 말이 진심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이렇게 안아줘야 할 것 같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의 심장이 나를 향해 뛰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그녀는 조심히 그를 떼어놓고 그의 두 볼을 만졌다.

“얼음장 같잖아. 차 안 타고 왔어?”

“뛰어왔어.”

“으이그, 추웠겠다.”

그의 양 볼에 가 있던 그녀의 손은 어느 샌가 그의 손을 잡고 있었다.

“손도 차갑다. 얼른 들어와, 몸 좀 녹이다 가.”

딸기는 그의 손을 잡고 자신의 집 안으로 그를 데리고 들어왔다.

그녀의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따뜻한 온기가 그의 차가운 온몸을 녹여주었다.

나름 깔끔하고 아담하게 꾸며져 있는 딸기의 방에는 딱 필요한 것들만 놓여 있었다.

가온은 들어오자마자 익숙한 듯이 딸기의 침대에 가서 몸을 누었다.

이불까지 덮으니 참 따뜻했다.

방금 전까지 딸기가 누워 있던 자리였는지 더 따뜻했다.

“전화라도 하고 오지.”

그녀는 자신의 방과 이어져 있는 개방적인 부엌으로 가서 주전자에 물을 끓이며 입을 열었다.

“네가 전화를 안 받았잖아.”

가온은 침대에서 눈을 붙이며 나지막이 이야기 했다.

“전화했었어? 자고 있어서 못 들었나봐.”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선반에서 머그컵을 꺼내어 식탁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가온이 누워 있는 자신의 침대에 가서 살며시 앉았다.

“어떻게 왔어? 오늘 당직이라며.”

“.....”

“응?”

가온은 잠에 들 것 같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 너 보고 싶어서... 뛰쳐나왔지.”

“피, 거짓말.”

“... 진짠데.”

딸기는 피곤해 보이는 그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잠시 동안 그를 바라보았다.

“... 감딸기 향 난다.”

“향은 무슨 향이 나.”

“있어, 그런 게. 너한테만 나는 향기.”

“어떤데?”

“그냥... 너랑 있는 것 같아서 좋아.”

“나랑 있잖아, 지금.”

“그래서 좋다고. 꿈이 아니라 진짜 같이 있는 것 같아서.”

“진짜라니까.”

가온은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하며 이야기를 이었다.

그렇게 몇 분이 흐르니 아까 딸기가 올려놓은 물이 끓기 시작했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끓은 물을 머그컵에 담고 꿀을 넣어 숟가락으로 조심히 섞었다.

호호 불며 꿀물이 담긴 머그컵을 들고 가온에게 가는 딸기였다.

“가온아, 잠깐만 일어나봐. 이것 좀 먹고 자.”

그녀는 꿀물을 침대 옆 협탁에 올려놓고 가온을 살며시 깨웠다.

“... 조금만 있다가 먹을게.”

“그래도 조금만 마셔.”

그는 하는 수업이 졸린 눈을 하고 일어나 딸기가 주는 꿀물을 한 모금 마셨다.

“... 뜨거워.”

“불어서 마셔. 아직 다 안 식어서 그래.”

불평해도 그녀가 마시라는 대로 깨끗이 잔을 비우려고 하는 그를 보며 딸기가 조심히 입을 열었다.

“안 가 봐도 돼? 지금 11시 거의 다 되가는데.”

“... 됐어. 나 여기서 자고 갈 거야.”

“그럼 안 되잖아. 가족들 아시면 어떡하려고 그래.”

몇 달 전부터 딸기의 가게에 들러서 케이크를 다시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안 가온의 가족들은 대책을 세웠다.

24시간 가온의 집을 감시하는 것. 즉, 가온의 집 앞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20살이 되고 독립을 하면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또 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울타리에 갇히게 된다.

심지어 23시까지 꼭 집에 들어오라는 통금까지 있다.

정말 매일 매일이 지옥 같은 가족들의 간섭에 시달리지만 딸기와 함께 있는 이 시간이 모든 것을 완화시켜 주는 것 같았다.

오늘은 당직이라고 말씀 드렸으니까 11시까지 안 가도 되겠지.

내가 병원을 뛰쳐나온 걸 모르신다면 다행이지만, 다 알게 되시면 꽤 피곤해 질 텐데.

뭐, 상관없다.

너만 내 옆에 있으면 돼.

네가 이렇게 있는데 무슨 상관이야.

꿀물을 모두 다 마신 가온이 머그컵을 협탁 위에 올려놓고 딸기의 팔을 잡아 자신 쪽으로 당겨 침대에 누웠다.

“!... 뭐, 뭐야.”

“이러고 자자.”

“수, 숨 막혀.”

“손만 잡고 자자.”

“.....”

딸기는 발그레 해진 볼을 한 손으로 만지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따뜻한 품 안에서.

“...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이, 이상한 생각이라니. 그런 생각 안 했거든?”

“안 봐도 다 보여, 네 머릿속. 네가 원하는 건 좀 나중에 하자. 너도 오늘은 좀 쉬어.”

그렇게 말하고 그는 그녀의 뒷머리를 감싸며 자신 쪽으로 더욱 가까이 당겼다.

그리고 잠에 빠져 들었다.

‘많이 피곤했나보네.’

아까 잠을 자서 그랬는지, 딸기는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조용히 그가 자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오뚝하게 솟은 콧날, 날렵한 턱선.

딸기는 그의 감탄스러운 외모를 보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앞머리를 조심히 정리해주고 있었는데 그가 잠결에 중얼중얼 잠꼬대를 하였다.

“... 미안해. 앞으로 기다리게 안 할게.”

“....!”

“... 그러니까, 내 옆에... 계속 있어.”

“.....”

“... 내 옆에... 계속 있어줘.”

“.....”

“... 계속 사랑해줘.”

가온의 말에 딸기는 잠시 놀라다가 이내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가온이 깨지 않게 조용히 이야기 했다.

“나 기다릴 수 있어. 약속했잖아, 기다리기로. 그리고 기다렸더니 네가 이렇게 왔잖아.”

“.....”

“난... 언제까지나 네 옆에 있을 거야.”

“.....”

“계속, 계속 네 옆에 있을 거야.”

“.....”

“그리고 영원히 널 사랑할 거야.”

“.....”

“오늘도 수고했어, 온아.”

“.....”

그녀는 그렇게 나지막이 말하고는 그의 품속에 더욱 기대어 눈을 감았다.

“.....”

잠결에 누군가가 말한 것 같았는데, 딸기의 목소리였나?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굉장히 기분 좋은 목소리였다.

병원에서 일을 하게 되고부터 너무나 힘든 일이 많았는데, 잠결에 들리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모든 게 천국에 온 듯, 앞으로 행복하기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괜찮아, 내가 여기 있으니까. 아무런 걱정 하지 마.’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정말 따뜻한 온기만이 맴도는 그런 아늑한 느낌이었다.

드디어 1화!! 개봉박두입니당><

이제 Pink 체리의 꿈빛 파티시엘 소설 시리즈 중 마지막 3기가 시작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정말 기대가 많이 되는데욧!!

첫 화는 정말 아무런 문제 없이 따뜻한 소재로 시작해보았습니다>< 어떠신가요, 추운 겨울, 여러분들의 몸을 따뜻하게 녹여줄 내용이 되셨나요? ㅎㅎ 우리 온기 커플, 정말 따뜻한 온기만 전해주네요!>< 앞으로는 정말 어떤 내용이 있을지 기대 됩니다!!

2018년도 얼마 안 남았네요 ㅠㅠㅠ 꿈빛 파티시엘 소설 3기 2화는 2019년에 볼 것 같습니다! 다음 화도 꼭 봐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