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 아나토미 작가 - geulei anatomi jagga

숀다 라임슨(Shonda Rhimes). 그 이름으로는 한국에서 그다지 유명하지 않지만 그녀가 쓰고 제작한 작품은 모두가 기억합니다.  <그레이 아나토미 Grey’s Anatomy>의 작가 숀다 라임슨(Shonda Rhimes)이 또 대박을 기록했습니다. 그녀가 쓰고 제작한 넷플릭스 드라마 <브리저튼 Bridgerton>이 넷플릭스에서 상영된 드라마 중 5번째로 인기가 많은 작품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브리저튼, 역대 5위 흥행 성적표 기록]

넷플릭스는 지난 1월 11일(월요일) <브리저튼>이 공개 첫 4주 만(28일)에 6,300만 명의 시청자를 모아 역대 데뷔작 중 최소 흥행 성적 5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공개된 이 드라마는 아직은 이 같은 수치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흥행 성적을 유지한다면, 최근 몇 개월 간 호응이 가장 뜨거웠던 드라마 <퀸스 갬릿 The Queen’s Gambit>의 성과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평가입니다. 현재 <브리저튼>은 한국에도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퀸스 갬릿>을 넘어서지 못해도 최소 5위는 확보했습니다. 단기간에 엄청난 성적입니다.

참고로 넷플릭스는 2019년부터 특정 프로그램을 2분 이상 본 경우를 시청자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브리저튼>의 인기는 넷플릭스가 숀다 라임스를 데리고 오기 위해 쓴 돈과 노력을 보상할 만 했습니다. 넷플릭스는 ABC(디즈니)로부터 숀다를 영입하기 위해 1억 달러가 넘는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그레이 아나토미 작가 - geulei anatomi jagga

그녀는 <브리저튼>의 수석 프로듀서로 참여했습니다. 이 드라마의 원작은 쥴리아 퀸(Julia Quinn)이 쓴 소설로 런던 지역의 상류 가문 브리저튼 식구들이 자신들의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이 드라마는 전 세계 76개국에 서비스됐는데 일본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흥행 성적 10위 안에 포함됐습니다.

이 드라마의 성공 이면에는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라임슨은 넷플릭스와 지난 2017년 드라마 제작 계약을 맺었습니다. 라임슨의 계약은 큰 화제가 됐습니다. 메이저 각본가 및 제작자가 그 당시 TV제작사가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와 계약을 맺은 첫 번째 사례였기 때문입니다. 라임슨 이후 Ryan Murphy, Kenya Barris 등 유명 제작사들이 스트리밍 서비스와 계약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계약을 맺은 후 3년이 지나서야 첫 작품(브리저튼)을 내놨습니다. 보통 스트리밍 서비스 속도로는 이해가 안되는 상황입니다. 넷플릭스도 이런 느림을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할리우드의 한 임원은 이 계약에 대해 “넷플릭스에 라임스에 돈을 쏟아 붇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그레이 아나토미 작가 - geulei anatomi jagga

숀다 라임슨 <브리저튼> 제작자

그러나 그들의 불평은 모두 틀렸습니다. 앞서 언급한 머피(The Prom)나 배리스는 넷플릭스와 3편이 넘는 작품을 같이 했는데 그리 인상적이 않았습니다. 그러나 라임슨이 제작한 <브리저튼>달랐습니다. 제작에 오랜 기간이 소요됐지만 공개 이후 바로 최고 인기를 구가합니다.

[양보다는 질(quality over quantity), 그러나 양과 질을 모두 확보한 넷플릭스]

그렇다면 라임슨이 머피나 배리스와 달랐던 점은 뭘까요. 바로 원칙에 대한 준수입니다. <브리저튼>의 성공은 이미 사라진 개념으로 여겨졌던 ‘양보다는 질(quality over quantity)’의 원칙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라임스는 분명 요즘 트렌드와는 다른 제작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느리고 여전히 하나의 작품에만 신경을 집중합니다. 지난 2005년 첫 방송을 시작한 <그레이 아나토미 Grey’s Anatomy>는 TV의 전성 시대와 스트리밍 서비스의 부상을 함께 했습니다. 다시 말해 HBO의 <소프라노스(The Sopranos)>와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프 카드 House of cards>의 시작을 모두 경험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과거 15년 기간 동안, 많은 유명 작가들은 영화에서 TV로 작업 무대를 옮겼습니다. 이 시기의 유명 제작자의 특징은 한번에 하나의 작품만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몰입도를 높이고 극의 완성도에 충실하기 위해서입니다. 데이비드 체이스(David Chase, 소프라노스The Sopranos)가 그랬고 빈스 길리건)Vince GiIligan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들은 수년 간 그들의 작품 등장 인물을 연구하는데 몰입했습니다. 그들은 5편의 평범한 작품을 만드는 대신 한번의 위대한 드라마를 완성하는데 관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스트리밍 시대, 틱톡 등 다양한 이용자들이 제작한 영상이 실시간 공유되는 시기에는 이런 완벽주의가 짐이 되기도 합니다. 인터넷의 시대에는 TV가 아닌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 트위터, 틱톡 등 다양한 플랫폼에 영상이 올라옵니다. 그래서 일정 수준 수익을 달성하기 위해선 적정한 양의 콘텐트를 생산해야 합니다.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Spotify)의 CEO 다니엘 EK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크리에이터(Creator)들이 수익을 많이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제공하는 콘텐트 양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꾸준한 유튜브 작업이 향후 성공을 보장한다는 개념입니다.

그레이 아나토미 작가 - geulei anatomi jagga

넷플릭스 역대 흥행작 리스트(Variety)

이런 다작, 특히, 생산성에 대한 강조는 할리우드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TV전성시대에서 TV의 최고 정점 시대(the age of peak TV)로 이동시키는 겁니다. 양보다는 질이라는 진리가 확인되는 순간입니다.

[스트리밍 시장 경쟁 속 넷플릭스의 전략]

넷플릭스는 수개월 동안 많은 수의 쇼를 만드는 것이 아닌, 매일 새롭게 다른 쇼를 만들어내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국가에서 그리고 수많은 제작사들이 콘텐트를 제작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선 매일 새로운 작품이 선보입니다. 때문에 넷플릭스는 앞서 말한 머피(Murphy)와 라임스(Rhimes)와 계약을 맺은 겁니다.

최근 넷플릭스와 일하고 있는 프로듀서들은 제작하는 양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실제, 제작자 그레그 버랜티(Greg Berlanti)는 현재 한번에 20편이 넘는 TV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Law & Order>등 범죄 및 스릴러 작품을 주로 제작하는 머피(Murph)의 경우 6편의 작품을 한번에 돌리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3편의 영화까지 만들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넷플릭스는 단연 압도적입니다. 개별 작품이나 프로듀서들의 제작 기간이나 환경을 지켜주면서도 다작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HBO MAX 등 경쟁사들은 넷플릭스의 접근 방식을 무시했습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답게 품질에 기반한 양질의 콘텐트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장은 넷플릭스의 성공으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HBO MAX는 매일 새로운 프로그램 공개하고 있고 디즈니+도 스타워즈, 마블, 픽스 스튜디오가 만든 시리즈 작품을 매주 한 편 이상 내놓고 있습니다.

라임스는 최근 할리우드를 강타하고 있는 다작 트렌드를 과감히 거부합니다. 최소 당분간은 그녀와 그녀의 동료들은 그들의 시간을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데 쓸 겁니다. 넷플릭스도 그녀의 창작력이 완벽히 충전되길 기대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이미 작품성을 추구하면서도 시청자들이 원하는 수준과 양의 콘텐트를 내놓을 준비가 됐습니다. 넷플릭스의 시대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두렵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한국 미디어 기업들의 선전을 기대합니다.

한편, <브리저튼>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도 매우 좋습니다. 영화 드라마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에 따르면 평가자들의 평점은 긍정률이 92%(10명 중 9명 찬성)에 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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