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홀랜드 드라이브 분석 - meolhollaendeu deulaibeu bunseog

데이비드 린치 David Lynch (1949 ~ ). 미국 영화감독, 순수 미술 아티스트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데이비드 린치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한 2001년 작품이며 BBC가 21세기 최근 16년간 나온 작품 중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한 바 있다(2016년 발표).

2001년 54회 깐느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고, 2002년 세자르 영화제에서 최고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다.

2002년 76회 오스카시상식에서 감독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지만 최종 수상은 하지 못했다.

나에게 있어 데이비드 린치는 영화감독 이전에 현대미술 작가로서 떠오른다.

그는 그림, 사진같은 비쥬얼 아트 작업을 끊임없이 하고 있으며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인물표현은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이 연상되기도 한다.

대체로 그의 작품 분위기는 아래와 같다. 영화에 나타나는 취향과 별로 다르지 않다.

어젯밤 이 영화를 밤늦게 보고 감상을 간단히 메모를 하고 잤는데 

내가 이해하고 느낀 바 리뷰를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시작한다.

요즘 내가 시간이 있어서.. 

멀홀랜드 드라이브 분석 - meolhollaendeu deulaibeu bunse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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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더 재밌게 보실 분들은 글을 읽기 전에 영화를 먼저 보는 것이 좋겠다.

*오로지 내 감상과 분석이기 때문에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

*반대의견이나 의문점이 있으신 분들은 글 남겨주시면 반가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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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영화를 절반 이상까지 보면서도 나는 정확히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뭔가 판타지적이고, 미스테리하다고 생각하며 계속해서 봤는데 

그 이유는 시간적 흐름의 설명에 친절하지 않은 이 146분짜리 영화가

시작부터 대략 115분까지 여자 주인공 다이앤의 꿈 또는 망상만 보여줬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마지막 30여분 정도의 영상에서

꿈이 아닌 (영화상) 실제 이야기를 보고

이 모든 것이 감독이 의도적으로 설정한 편집장치임을 깨달아야 한다.

간단한 플롯도 영화의 편집에 따라 그 시간 순서가 뒤섞일 때 관객들은 혼란에 빠지게 되고 

그 흐름을 정리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게 되며 실패할 경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로 끝나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메멘토를 보며 시간의 순서대로 보여주지 않는 영화적 편집에 혼란을 겪게 되는데

메멘토는 관객이 금방 그것이 시간적 흐름대로 편집 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영화를 끝까지 보고서도 깨닫지 못할 수 있다.

그만큼 모호하게 나열된 이야기이며 감독은 끊임없이 관객의 머릿속에 ??를 심으려 애썼다.

어쨌든,,교묘한 편집은 감독이 노리는 제작자와 관람자의 두뇌싸움이며 

그 기술에 따라 영화에 대한 인상과 해석이 완전히 달라짐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오스카든 아카데미든 "촬영상"과 "편집상"이 언제나 따로 존재함은 

편집이 영화에서 부정할 수 없는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간단히, 영화의 줄거리를 정리해보자면,

이 영화는 다이앤 셀윈(Diane Selwyn)이라는 

캐나다 온타리오 립리버 출신의 무명배우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녀는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LA로 건너와 단역생활을 시작하지만, 

배우로서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지도 못하였으며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 카밀라 로즈(Camilla Rhodes)를 

당시 유명 감독인 아담 캐셔(Adam Kesher)에게 뺏기면서 분노와 배신감, 열등감에 돌아버리게 된다. 

아담 피셔와 카밀라의 행복한 모습이다.

카밀라도 LA에서 활동하는 배우로 다이앤과 동거하고 있었으나 

그녀는 "멀홀랜드 드라이브"에 있는 아담 캐셔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결혼"인지 "임신"인지 알 수 없는 둘(아담과 카밀라) 사이의 무언가 축하 받을만한 발표를 하며 

다이앤을 좌절시킨다.

여기 이 장면의 나오미 왓츠의 눈물 흘리는 연기는 정말이지 대단하다. 

이 장면 뿐만 아니라 나는 영화 전체에서 나오미 왓츠의 연기가 그 해 여우주연상을 받아야 할 정도가 아니었나 생각했을 정도로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이에 분노에 찬 다이앤은 청부살인대리인을 만나 

전연인이었던 카밀라를 살해해 줄 것을 부탁하고, 

- 내가 못 가질 바에 죽여버리겠다는 심리..-

그는 그 "일"이 성사되면 파랑색 열쇠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파랑색 열쇠는 임무완성의 증거인 셈이다.

다이앤은 저 파랑 열쇠를 보고 "그 열쇠로 무엇을 열 수 있죠?"라고 묻는데

이 청부업자는 하하하하 어이없다는 듯 웃고 화면은 전환된다.

이 영화에는 이 파랑 열쇠 말고도 다른 파랑 열쇠와 파랑 상자가 등장하는데 일단 그건 넘어가자.

얘기가 너무 복잡해짐.

그 후, 집에서 잠이 들었던 다이앤은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노크소리에 깨어나게 되고

찾아온 사람은 옆집에 사는 여자로, 놓고 간 자신의 물건을 찾으러 왔다.

그녀가 간 후 테이블에 놓여있는 파랑 열쇠를 보고 다이앤은 카밀라 살해가 완료되었음을 깨닫는다.

이에 환각을 보며 정신발작을 일으킨 다이앤은 

권총으로 자살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이렇게 보면 굉장히 간단한 스토리이다.

하지만 데이비드 린치는 그녀가 청부살인을 의뢰한 후 집으로 돌아와 잠들었을 때 꾼 꿈(또는 망상)을 

이 영화의 처음부터 다짜고짜 배치하여 총 영화의 2/3이상을 할애함으로써 관객들에게 혼란을 가져다 준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배우 김정은이 온갖 신데렐라적 환상을 다 채우고 

제일 마지막에 "꿈"이었어~하며 깨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간단할 것이다.

영화의 구성은

1.[다이앤이 청부살인을 의뢰하고 집으로 돌아와 꾼 꿈]- 2.[다이앤과 카밀라의 배우로서의 모습] - 3.[멀홀랜드 드라이브에 있는 아담 캐셔의 집에서 열린 파티] - 4.[살인청부] - 5.[잠들었다 깨어나서 청부살인이 완료되었음을 깨닫고 정신발작이 와서 자살함]의 순서로 편집되어있고, 

실제 사건의 순서는 2, 3, 4, 1, 5 였음을 알 수 있다.

현실세계에서 자괴감과 열등감, 분노, 허망함에 빠진 다이앤은 

꿈속에서, 또는 정신분열로 인한 망상으로 현실도피를 시도한다.

나는 계속해서 앞 부분들을 "꿈" 또는 "망상"으로 적고 있는데

그 이유는 영화 후반부 노크소리에 잠을 깬 다이앤에게 옆집 여자가

"어디 갔었어? 3주나 되었잖아?"라고 하는 점에서

나는 꿈보다 정신착란의 망상에 가깝다고 이해했다.

이 망상 속에서 자신은 캐나다 온타리오 출신의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베티(Betty)이며 

위험에 처한 카밀라를 도와줌으로써 그녀와 연인이 되고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고자 한다.

열등감에 가득 찬 다이앤은 어떤 망상을 했을까? 

그녀는 LA에 갓 도착한 밝고 순수하며 아름다운 배우 지망생이다.

그녀는 자신을 "베티"로 소개한다.

베티라는 이름은 살인청부할 때 만났던 까페에서 커피를 서빙하던 웨이트리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이앤이 자신을 의식적으로 부정하며 베티인 척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진심으로 이 망상 속에서 그녀는 베티이다.

영화 셔터아일랜드에서 디카프리오가 

자신을 아내를 살해한 정신질환자 '앤드류 레이디스'가 아닌 형사 '테디 다니엘스'가 된 것과 같은 자아 바꿔치기로 생각할 수 있다.

LA에 살고 있는 유명한 배우 이모를 가진 그녀는 이모가 출장을 간 사이 그 집에 머물 수 있게 되었다.

굉장히 친절하게 맞아주는 이 관리인 여자는 사실 현실에서 감독 아담 피셔의 "엄마"로

파티 때 초대된 자신이 늦게 도착하자 반기지 않고 저녁식사가 늦어짐에 투덜대는 사람이다.

그녀의 꿈속에서 아담의 엄마는 이모집을 관리하는 매니저로 나타난다.

교통사고로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리타(Rita)로 등장하는 카밀라의 모습이다.

당분간 머물게 된 이모집에서 리타를 발견한 베티는

그녀의 기억을 되찾아 주고 다친 몸을 회복시켜주기 위해 도와주는 

경계심 없이 친절하고 다정한 인물로 나타난다.

꿈속에서도 유명한 영화감독인 아담은

캐스팅 회의에서 제작투자자들(또는 갱스터)과의 이견으로 다투는 모습을 보인다.

투자자들은 "카밀라 로즈"라고 이름이 적힌 금발의 카밀라의 사진을 보여주며 그녀를 캐스팅 할 것을 강요했지만

아담은 크게 반발한다.

현실이었다면 자신의 연인인 카밀라를 오히려 더욱 더 적극적으로 캐스팅했겠지만

다이앤의 망상속에서 아담은 그녀를 극도로 거부한다.

집으로 돌아온 아담은 자신의 와이프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곧이어 파산을 하게 되었음을 통보받는다.

다시 말하지만, 이 모든 것은 아직까지 다이앤의 꿈 속 이야기이다.

다이앤은 망상 속에서 아담을 이렇게 그리면서 심리적 만족을 하고 있는 것이다.

꿈 속에서 다이앤은 뛰어난 연기 실력을 가진 베티다. 

캐스팅 현장에서 마주친 아담 또한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다.

기억을 잃어버린 리타가 떠올린 하나의 단서로 그녀가 살았었을 것 같은 집을 방문한 둘은

죽어있는 "다이앤"을 발견하게 된다.

다이앤은 이런 식으로 실제 자신인 다이앤을 죽여버리고 베티로서 살고 싶은 욕망을 드러냈다.

꿈 속에서 베티가 된 다이앤은 리타가 된 카밀라와 사랑을 이루게 된다.

현실에 이뤄지지 않는 소망을 꿈 속에서 대리만족하는 모습.

영화의 초기 부분에 보면 두 남자가 윙키스 까페에 있는 씬이 있는데,

이 남자는 마주 보고 있는 어떤 남자에게

"여기에, 윙키스 이 지점에 꼭 와보고 싶었어요. 두 번이나 꿈을 꾸었는데 같은 꿈이었죠."라고 말하며

"당신이 꿈 속에 나왔는데 겁에 질린 모습으로 저 계산대 앞에 서 있었죠. 겁에 질린 당신을 보며 나는 더 겁이 났어요"라고 한다.

이 남자가 왜 나왔는지, 왜 영화에 필요한지 전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이 남자는 다이앤이 윙키스 까페에서 살인청부를 의뢰할 때 그 까페 계산대 앞에 서 있던 인물이다.

까페에 앉아서 겁에 질린 남자를 본 것처럼 얘기를 하지만 그것이 아니고, 자신이 겁에 질린 남자이다.

사람을 죽여달라는 청부를 하면서 다이앤은 주위를 훑어보다 계산대 앞에 서 있는 이 남자가

혹시나 자신의 대화를 듣지 않았을까 염려가 되었던 것 같다.

그 남자의 겁 먹은 듯한 모습에 범죄가 발각될 시 목격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다이앤은 한건지

"겁에 질린 당신을 보며 나는 더 겁이 났다"라고 말하며 그 남자의 입으로 자신의 두려움을 드러낸다.

즉, 이 남자는 다이앤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무의식적 자아이다.

말이 안되는 것 같겠지만, 이것은 꿈이거나 망상이기에 

다이앤이 이 남자가 되었다가 베티가 되었다가 한다고 이해하면 더 쉬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장면에서 환청과 환각의 공포 속에 다이앤이 자살을 하는데

이 또한 현실인지 또 다른 망상인지 확실치 않다.

이 연기의 셋팅은 자살의 장면이 현실이 아닌 또 하나의 망상이거나 꿈 속임을 감독이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모든 것이 거짓이며 착각이라고 말했던 극장이 다이앤의 자살 장면 후 재등장하여

"Silencio"라고 속삭이며 영화는 끝난다.

다이앤이 자살함으로써 모든 혼란스러움은 끝이 나고 고요 속으로 빠져든다.

Silence !

영화에 등장하는 장면을 다 쓰진 못했지만 하나하나 모든 장면이 섬세하게 기획되어 상징으로 나타남을 알 수 있다.

내용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더 자세히 쓰기를 포기한다.

나는 영화의 30%쯤을 적었다.

분석하고 해석할 부분은 한참 많이 남았다.

영화제목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다이앤의 꿈이 깨어진 곳이자 그녀가 망상을 시작하며 카밀라를 사고로 밀어 넣고 그녀의 기억을 지워버리는 곳이다.

현실의 끝과 망상의 시작이 출발하는 지점

Mulholland dri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