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프루나 - dangnagwi peuluna

당나귀 프루나 - dangnagwi peuluna
프루나 홈페이지 캡처

[인사이트] 김남하 기자 = "민수야 나 당나귀 아이디 좀 빌려줘! 영화 좀 다운받게!"

위 대화 속 '당나귀'라는 말을 듣고 동물이 아닌 P2P 사이트 이름을 바로 떠올렸다면 인정하자.

당신은 최소 삼엽충, 오스트랄로피테쿠스급 고인물이다.

최근 몇 년간 온라인에는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이 생겨났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은 물론 속도가 빠르고 볼거리가 넘치는 P2P 사이트가 무수히 생겨 누구나 이 사이트들을 통해 영화나 예능 프로그램을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다.

당나귀 프루나 - dangnagwi peuluna

당나귀 프루나 - dangnagwi peuluna
온라인 커뮤니티

그런데 15년 전,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파일 공유 시장은 프루나와 당나귀 등의 P2P 사이트들이 꽉 잡고 있었다. 

프루나와 당나귀는 P2P 사이트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파일 공유 사이트다. 수 천개가 넘는 파일이 마치 바다를 이루듯 사이트 안에 가득했다.

물론 고용량의 파일을 단 몇 초 만에 P2P 사이트에서 다운받을 수 있는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전송 속도도 느렸고 복제된 파일도 많이 돌아다녔다. 

낚시 파일도 많았다. 그럴싸한 제목으로 낚는 파일이 많아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게다가 전송 게이지가 100% 중 99.9%에서 무한루프되는 경우도 있어 답답함을 유발했다. 

밤새 기다려도 100%가 채워지지 않아 결국 포기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였다. 

당나귀 프루나 - dangnagwi peuluna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응답하라 1994'

그래도 그 시절 프루나와 당나귀의 위엄은 대단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들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특히 수 많은 중·고·대학교의 남학생들의 밤을 책임져 주기도 했다. 

다만 프루나의 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2008년 유료화 서비스 시작 후 급속히 몰락하기 시작했고, 당나귀는 불법 파일 공유 등의 문제로 법정 싸움에 크게 휘말렸다가 결국 패해 서버가 문을 닫게 됐다.

지금은 추억 속 이름으로 잊혀지고 있지만 80~90년대 '고인물'들에게 여전히 프루나와 당나귀는 익숙한 이름으로 기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