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교전 영화 - ag-ui gyojeon yeonghwa

영화리뷰:: 악의 교전 결말,

줄거리 및 결말 해석, 스포 O

악의 교전은 몇 년 전 소설로 읽고 꽤나 감명(?)을 받았었는데 마침 왓챠플레이에 영화가 있어 퇴근 후 맥주와 함께 감상했다. 소설원작 영화들은 [살인자의 기억법]처럼 엔딩을 다르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악의교전은 영화와 소설의 스토리, 엔딩이 동일하다.

물론 소설은 두꺼운 책 2권 분량이라 영화에서 축약 또는 삭제된 인물과 장면들이 있고 순서가 바뀐 것도 있지만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들 연기도 훌륭하고 스토리 흐름도 좋아 잘 만든 소설원작 영화였다.

참고로 악의교전 저자는 기시 유스케.

대표작으로 이 작품과 한국에서도 영화로 리메이크된 <검은집>이 있다.

<<전체 줄거리, 엔딩이 있으니 스포주의>>

악의 교전 영화 - ag-ui gyojeon yeonghwa

악의교전 Lesson of the Evil

장르: 스릴러

감독: 미이케 다카시(대표작: 착신아리)

출연: 이토 히데아키(하스미 세이지), 니카이도 후미(카타기리 레이코), 소메타니 쇼타(하야미 케이스케), 하야시 켄토(마에지마 마사히코), 야마다 타카유키(시바하라 테츠로)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의 처음 장면은 한 부부의 괴로워 하는 모습.

이들 부부는 자식을 잘못 키웠다며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한다고 하는데, 한편 누군가 칼을 들고 올라오고 있다.

십 몇 년 후, 교무회의에서 집단 컨닝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선생님들끼리 회의를 하는데 하스미 선생은 학생들이 휴대폰으로 컨닝을 하기 때문에 방해전파를 사용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한다. 잘생기고 자상하고 학생들을 위한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는 이 시대의 완벽남 하스미 선생님의 말씀~ 하지만 불법적인 일이라 하지 않기로 결론이 난다. 그러나 시험을 치는 동안 휴대폰이 작동을 하지 않게 되고 이를 수상히 여기던 한 선생은 하스미를 의심한다.

... 이후 줄거리, 엔딩 ...

하스미를 수상하게 여기던 선생과 한 학생은 학교에서 몰래 그의 뒤를 파며 얘기를 나누는데, 이미 학교 곳곳에 도청장치를 설치한 하스미에게 들킨다. 선생은 지하철에서 자살로 위장하여 살해하고 다른 학생은 이 일에 대해 누가 더 알고있는지 물어보며 끔직하게 고문해 죽여버린다. 체육선생인 시바하라로부터 약점을 잡혀 성추행을 당하던 여학생 야스하라를 애인으로 만들어 몰래 만나던 중, 자기가 죽인 학생의 휴대폰을 들고다니는걸 야스하라에게 들켜 의심을 받는다.

학교 축제 준비가 한창인 어느 날 하스미는 야스하라를 학교 옥상으로 불러내 투신자살로 위장하고 그 일마저 지나가던 다른 학생에게 들켜 죽인다. 한꺼번에 개연성이 없는 두 명을 죽여 범죄가 들킬 것 같아 불안해진 하스미는 동성의 학생과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선생님의 약점을 잡아 학교로 부른다. 그가 미쳐 학생들을 다 총으로 쏴 죽이고 자살을 한다는 시나리오를 짜고 카운트를 세며 총으로 학생들을 학살한다.

물론 학교에는 방해전파로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하고, 방송으로 누군가 총을 들고 있으니 다들 옥상으로 대피하라고 교란시킨 덕에 순조롭게 학살이 진행된다. 학생 수를 모두 세었기 때문에 다 죽였을거라 확신하고 본인은 머리 한 대 맞아 기절한 듯 연극을 하며 뒤늦게 온 경찰에게 끔찍한 밤이었어요~ 하며 어필을 하는데 생존한 학생이 둘이나 있네?

이 학생들은 하스미가 머리 수를 세는걸 눈치채고 이미 죽은 학우 시체를 자신들로 위장해 카운트를 맞췄던 것. 하지만 눈으로 본 건 있어도 하스미가 살해했단 증거가 없고 그걸 파악한 하스미는 아니라고 발뺌. 그러다 양호실에 자동으로 녹음이 되는 기구가 있다는걸 생각해내고 다행히 다른 학생들이 죽으며 하스미 센세가 어떻게... 하는 말과 하스미가 원샷투킬은 역시 힘들어~ 하는 말이 녹음되어 있어 증거로 채택! 현행범으로 체포된다.

체포되면서도 태연하게 휘파람을 흥얼거리는 하스미를 보고 생존 학생들은 "하스미는 다음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포에 떨며 끝난다.

덧. 야스하라는 다행히 죽지 않았다.

경찰에 연행되면서도 하스미는 모리타트를 휘파람으로 부르며 태연한 자세를 취한다. 모든 것은 신의 뜻이었다는 괴변을 하며. 생존한 두 학생은 그가 다음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고 확신하며 끝. 소설 역시 똑같은 엔딩이다.

☞ 모든 것은 신의 뜻?

소설이나 영화에서 하스미가 신을 믿거나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환청을 들었다는 컨셉으로 정신병 인정을 받아 유리하게 재판을 진행하려는 시나리오를 짜고 있는 것.

☞ 다음 게임을 준비?

다음 게임의 의미는 후속편을 예고하는게 아닌,

하스미가 사형을 선고받을지 아닌지, 만약 사형이 아닌 교도소 수감이라면 어떻게든 사회로 돌아와 가까스로 생존한 자신들을 죽일 거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흉악범죄자에 대한 재판임에도 정신병을 어필하며 자신의 뜻대로 흘러갈 거라는 자신감도 내비치기도 한다.

똑똑한 하스미이니 양형을 받을 여러 근거들(부모를 잃은 어린 시절, 평소 좋았던 평판 등)을 내밀며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어 갈 것이다. 재판은 사건의 진실을 밝혀 그에 상응하는 벌을 내리는 일인데, 법과 규정또한 인간이 만든 불완전한 것이니 그 속에서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빠지며 형량을 낮추겠지.

참...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듯하다.

영화에서 잘 설명되지 않았던 부분

악의교전 소설에서 가져옴

악의 교전 영화 - ag-ui gyojeon yeonghwa
악의 교전 영화 - ag-ui gyojeon yeonghwa

(왼)영화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시바하라 선생 야마다 타카유키는 당시에도 일본 탑배우

소설과 영화는 전체적인 흐름은 같으나 세세한 부분들이 다르다. 아무래도 소설은 등장하는 인물들이 많고 저마다의 캐릭터가 강해 영화로 모두 옮길 수가 없어 몇몇은 합치기도 하고 변형을 시켰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하스미 선생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에서는 굉장히 축약되어 나와 아무리 장면을 돌려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 하스미가 미국에서 쫓겨난 이유

하버드 졸업생인 엘리트 하스미는 모르겐슈테르 투자은행(유럽 계열의 유명한 투자은행)에서 일하다 윗선에서 거액의 돈을 빼돌리는걸 알게되고 그 돈을 자기계좌로 넣기 위해 회사에 야간침입한다. 그러나 이미 하스미의 계획을 파악한 회장은 방해가 되는 인물(빈센트)를 자살로 위장해 살해 후 하스미가 현장을 발각하게 해 약점을 잡아 부정을 찌르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뒷조사로 하스미가 싸이코패스 살인자인것도 이미 파악해, 자기를 죽이지 못하게 현장에는 무장경호를 붙이고 미국 블랙리스트에 신원을 등록해 다시는 미국 땅에 발을 디디지 못하게 만들었다.

▶ 하스미가 크레이를 죽인 이유

하스미가 하버드 시절 만난 살인 메이트 클레이를 죽인 이유. 영화에서는 하스미가 "나는 너처럼 재미로 살인하지 않는다." 고 말하며 자세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지만, 소설에는 다 나와있다. 우선 크레이와 하스미가 죽이고 싶은 사람이 일치하지 않았다는 것. 하스미는 자기에게 방해가 되는 사람을 죽일 뿐, 크레이는 온전히 쾌락만을 위해 살인했고 나중에는 하스미에게 쾌락 살인에 참가하도록 끈질기게 요구했다. 귀찮아진 하스미는 크레이를 기절시켜 드럼통에 뒤집어 넣어 불로 태워 살해했지만, 크레이는 죽고난 뒤에도 하스미의 유일한 베스트프랜드였다.

살인 좀 하는구나. 난 너같은 사람 금방 알아보거든.

크레이

OST - Mack the Knife(맥더나이프)

영화와 소설 둘 다 모리타트로 첫 시작을 한다.

첨부한 링크는 영화에서 나온 ost와 동일한 으스스한 분위기의 재즈풍 모리타트.

'모리타트(독일어로 살인행위 라는 뜻)' 노래는 각색되어

<서푼짜리 오페라>라는 연극의 "맥 더 나이프"에 삽입되어 더 유명해졌다.

악의 교전에서 하스미가 휘파람으로 흥얼거리고, 영화와 소설 모두 이 노래가 끊이질 않고 등장한다.

악의 교전 영화 - ag-ui gyojeon yeong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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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는 중간, 영화에서는 첫 씬으로 하스미가 부모를 칼로 살해하는 장면에서 이 노래가 깔린다.

옷을 벗고 살인을 하는 이유는 증거를 최대한 남기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피가 튀니까)

영화에서는 클레이가 갑툭튀해 하스미와 영혼의 대화를 나누는데,

두 살인마에게 영감을 준 노래인 듯 하다.

C: 이노래 맥 더 나이프잖아.

H: 아니 모리타트야. 브레히트의 서푼짜리 오페라.

C: 그래 알아, 맥 더 나이프가 모리타트의 재즈 버전이야.

H: 가사가 조금 다르지만 역시 살인자의 노래지. 내 주제곡이야.

크레이와 하스미의 대화

악의 교전 영화 - ag-ui gyojeon yeonghwa
악의 교전 영화 - ag-ui gyojeon yeonghwa

미리 줄거리를 알고 있지 않다면 소설과 영화 둘 다 하스미가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라는 사실이 초반쯤 나중에야 밝혀진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열심히 자기 관리를 하며 착실히 살아가는 주인공을 보다가 어? 어? 하며 아 변태사이코였구나... 이런 미친놈... 하고 경멸을 하며 소설을 읽었는데 어떻게 끝날지가 너무 궁금해서 손을 놓을 수 없던 작품이었다.

하스미가 정상이 아니라는 건 영화에서는 갑자기 야스하라에게 키스를 하는 장면, 소설에서는 까마귀를 죽이는 장면에서 드러나 그 후로 제대로 노선을 잡고 살인이 쭉쭉 진행된다. 하스미가 죽인 사람들이 100명은 넘을 듯.

하스미에게 학교는 자기가 언제든 컨트롤 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학생과 선생 모두 자기의 꼭두각시 인형일 뿐, 조종에서 벗어나려는 사람은 모두 제거한다.

학생들의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 돕지만 그건 학생들을 위함이 아니라 자기만의 왕국에서 해가 되는 것들을 제거하고 편한 것들을 취해 왕처럼 누리기 위한 것. 귀찮은 학부모는 제거하고 다른 사람의 약점을 이용해 갖고 싶은 걸 가지는, 겉으론 온화하지만 폭군이 따로 없다.

자신의 정체를 파악하려는 선생을 제거하고 학생을 고문해 죽일 때, 이미 하스미는 이 학생이 컨닝 주동자임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을 묻는 목적도 있지만 컨닝에 대해서도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내가 완벽히 제어할 수 있는 학교에 감히 니가 나에게 대적해? 뿌리를 뽑아주겠어.' 라는 생각도 가지지 않았을까 싶다. 끝까지 입을 다문 학생을 묻으러 가는 길에 "훌륭한 학생이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자신이 잘~키운 학생이었다는 걸 암시한다.

악의교전 영화가 잘 만든 소설원작 영화인 이유는 긴 분량의 소설을 끊김이나 어색함 없이 두시간의 영화로 잘 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짧은 시간에 풀다보니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 위에서 설명한 미국에서 추방당한 사건과 클레이를 죽인 이유가 대표적인데, 하지만 세상 어떤 영화가 원작소설의 모든걸 담을 수 있겠나. 영화를 감명 깊게 본 사람들이 소설을 사게끔 만드는 것만으로도 성공한게 아닌가 생각한다.

영화는 책의 큰 스토리만을 담았다. 책은 하스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주인공의 속마음과 생각을 알 수 있고 이 외 많은 스토리가 담겨있기 때문에 영화를 재밌게 봤다면 꼭 원작소설을 읽어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