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PG) [제작 이태호]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유엔개발계획(UNDP)이 세계 189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불평등지수(GII)' 조사에서 한국은 작년과 같은 10위로 아시아에서 가장 성적으로 평등한 국가로 평가됐다. 18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한국은 이번 조사에서 GII가 0.058점이었다. 국가 성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GII는 점수가 0이면 완전 평등하고, 1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점수가 낮고 순위가 높을수록 해당 국가가 성적으로 평등하다는 의미다. 부문별 세부 현황을 보면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52.2%에서 52.8%로 소폭 개선됐다. 여성의원 비율(17.0%), 중등교육 이상 교육받은 여성 비율(89.8%)로 구성된 여성 권한 영역은 전년도와 동일했다. 모성 사망비도 전년도와 동일했으나 청소년 출산율은 1.6명에서 1.4명으로 감소하는 등 불평등이 줄었다. GII조사에서는 스위스가 0.037점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 스웨덴·덴마크가 0.040점으로 공동 2위, 네덜란드(0.041점), 노르웨이(0.044점) 순이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 10위에 이어 싱가포르(0.065점) 11위, 일본(0.099점) 23위, 중국(0.163점) 39위로 파악됐다. 함께 조사된 성개발지수(GDI)에서 한국은 전년과 동일한 3그룹에 속했다. GDI는 각 나라의 성 격차 수준을 1∼5그룹으로 나타내며 순위는 발표하지 않는다. GDI가 상대적으로 낮은 원인으로는 남녀 소득수준 격차 때문으로 분석됐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남성 5만241달러, 여성 2만3천228달러로 큰 차이가 났다. 아울러 GII는 10위지만 GDI는 3그룹,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성격차지수(GGI·Gender Gap Index)가 전체 153개국 중 108위로 차이를 보이는 데는 지수를 구성하는 지표와 산출방식 차이에 따른 것이라고 여가부는 설명했다. GII와 GDI 등 두 지수는 지난 12일 배포된 UNDP의 '2019년 인간개발보고서(2019 Human Development Report)'에 담겼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12/18 20:22 송고 세계 11위라는 높은 순위 그리고 세계 108위라는 낮은 순위는 모두 대한민국의 성평등 현황을 보여주는 국제지수 순위입니다(여성가족부 <2020 양성평등정책 연차보고서> 2021). 2022년 대한민국의 성평등에 대한 서로 엇갈린 인식처럼 극과 극입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 여러 매체에서 우리나라의 성 평등 수준이 전 세계 하위권이라는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현지시간으로 13일 내놓은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2022) 내용을 전한 기사들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젠더 격차 지수(GGI)가 0.689로 카메룬(97위), 캄보디아(98위)에 이어 99위입니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필리핀(19위·0.783), 몽골(70위·0.715), 태국(79위·0.709), 베트남(83위·0.705)보다도 낮았습니다. GGI는 1에 가까울수록 성 격차가 적은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관련 내용을 보도한 인터넷 기사에는 '믿을 수 없다', '오히려 남자가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등의 댓글이 대거 달렸습니다. 다수의 누리꾼이 의심하는 것처럼 WEF 보고서 내용은 믿을 게 못 되는 걸까요? 아니면 기사에 표현된 것처럼 한국이 정말 '양성 평등 후진국'이라서 그런 걸까요? 어느 쪽이 맞는지 따져봤습니다. ■ 뭔가 이상해 보이는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 그런데 한국은 줄곧 하위권이었습니다. 보고서가 처음 나온 2006년 이후 지금까지 100위권 안팎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조사 대상 146개국 중에 99위입니다. 세부항목을 살펴볼까요? 한국은 '경제적 참여 및 기회' 부문에서 115위를 기록해 에티오피아(112위), 멕시코(113위), 서아프리카 국가 베냉(114위)보다 못했습니다. '경제적 참여 및 기회' 부문은 여성의 노동 참여율, 임금평등 지수, 예상 근로소득 등을 살펴 점수를 매깁니다. '교육 성취도'에선 미얀마에 이어 97위, '건강과 생존' 부문은 아프리카 앙골라(50위),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바누아투(51위)에 이어 52위로 나타났습니다. '경제적 참여 및 기회' 부문은 여성의 노동 참여율, 임금평등 지수, 예상 근로소득 등이 평가 항목입니다. '교육 성취도'는 문해력과 초·중·고등교육 등록률 등으로, '건강과 생존'은 출생 성비와 건강 기대수명 등으로 평가합니다. 마지막 '정치적 권한 부여' 부문에선 온두라스에 이어 72위였습니다. 온두라스는 중앙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불안정하고 가난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지난 4월에는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이 퇴임 3개월 만에 마약 밀매 피의자 신분으로 미국에 압송되기도 했습니다. '정치적 권한 부여' 부문은 의회, 행정부에 진출한 여성 수 등으로 평가합니다. 이 정도 되면 뭔가 이상합니다. 전체 순위를 보나 세부항목 순위를 봐도 선뜻 납득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이름도 생소한 나라, 혹은 일반적인 국력 수준으로 봤을 때 '그럴 리 없다'고 생각되는 나라들이 우리보다 한참 높은 순위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걸까요? ■ '남녀 간 격차'에만 집중한 결과…"착시 경계해야"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는 말 그대로 남녀 간 격차(Gender Gap)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결과 값(세계 젠더 격차 지수·GGI)에는 개별 국가의 발전 수준은 반영돼 있지 않습니다. 단지 조사 대상 국가 내에서 남녀 간 격차가 얼마나 벌어졌는지를 보여줄 뿐입니다. 따라서 이 결과만 가지고 여성 인권의 '절대적 수준'을 파악한다거나 국가 간 직접 비교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치·사회 전반적으로 수준이 훨씬 높은 A 국가라고 해도 A 국가 내 남녀 간 격차가 많이 벌어져 있다면, A 국가에 비해 국가 전체의 수준이 떨어져도 남녀 격차가 적은 B 국가의 순위가 더 높게 나오는 겁니다. 몇몇 아프리카나 중동 국가, 이름도 생소한 국가들이 우리보다 앞선 순위를 기록한 이유입니다. 이는 '성 평등'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른 결과이기도 합니다. 나라 간 비교 우위를 성 평등 사회로 볼지, 한 사회 내에서의 격차를 줄이는 것을 성 평등으로 볼지의 문제입니다. 세계 젠더 격차 지수는 후자를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일부 항목에서는 평가 방식의 차이로 우리가 불리하게 계산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게 '교육 성취도'입니다. 세계경제포럼은 교육성취도에 남녀가 받는 고등교육 수학 기간을 반영합니다. 고등교육을 받는 기간이 길수록 교육성취도가 높다고 보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의 현실이 왜곡돼 반영되고 있습니다. 한국 남성의 경우 대학 재학뿐만 아니라 휴학 후 군 복무 중인 기간까지 모두 고등교육을 받는 기간에 포함하다보니 여성보다 고등교육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계산돼 '교육 성취도' 값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아지는 겁니다. 2022년 한국의 '교육 성취도'가 97위에 그친 이유입니다. 과거부터 그랬습니다. 그래서 세계 젠더 격차 지수는 결과만 보고 '한국의 성 평등 수준이 146개국 중 99위 하위권'이라고 판단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체 순위를 가지고 우리가 양성 평등 후진국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소위 경제적 후진국이라고 하는 곳들은 남녀 간 격차가 더 작거든요. 그런 나라를 양성 평등 국가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냐는 거죠. 그래서 (이 지표는) 우리가 어느 측면에서 성 격차가 크고 어느측 면에서 적은지 세부 항목별로 봐야 합니다." ■ '닮은 듯 다른' 또 다른 지표 '성 불평등 지수' 앞서 살펴본 세계 젠더 격차 지수와 함께 성 평등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또 다른 글로벌 지수가 있습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하는 '성 불평등 지수(Gender Inequality Index·GII)’입니다. 유엔개발계획은 인간자원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성 불평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이익을 측정하기 위해 2010년부터 이 지수를 발표하고 있는데요. 여러모로 GGI와 다릅니다. '성 불평등 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매년 순위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적게는 138개국, 많게는 189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가장 높을 땐 10위, 가장 낮을 때도 27위를 기록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성 불평등 지수'는 남녀 간 격차와 여성 처우의 절대적 수준을 함께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성 불평등 지수는 여권 수준이 다른 나라보다 높으면 남녀 간 격차가 커도 최종 순위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지수가 0이면 완전히 평등한 상태를, 1이면 완전히 불평등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세계 젠더 격차 지수와는 정반대입니다. 성 불평등 지수는 ▲생식 건강(모성 사망비/청소년 출산율) ▲여성 권한(여성 국회의원 비율/중등 이상 교육받은 여성 비율) ▲노동 참여(경제활동 참가율) 등 3개 부문에서 5개 지표를 통해 측정합니다. 그렇다면 이 성 불평등 지수가 앞서 본 세계 젠더 격차 지수보다 정확한 평가 방식일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성 불평등 지수 역시 한계는 존재합니다. 지수 값 중 경제활동 영역지표가 제한적이어서 성 평등 수준을 충분히 나타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반대로 남녀 간 차이를 드러내는 지표라기보다는 여성특화지표인 모성 사망비, 청소년 출산율이 타 지표에 비해 큰 영향을 주게 된다는 한계점도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여성 권한'과 '노동 참여' 부문이 평균 이상으로 나오지만, 생식 건강 부문의 모성 사망비와 청소년 출산율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기에 전체 순위가 높습니다. "우리나라가 청소년이나 아동에 대한 금기라든가 통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심한 편이잖아요? 그래서 청소년 출산율도 아주 낮게 나오고 높은 점수를 받았어요. 그 결과 굉장히 순위가 높게 나오는 거죠." ■ "보고 싶은 것만 보면 안 돼"…추세 파악이 중요 전문가들은 그래서 "보고 싶은 것만 보면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성 평등 지수가 언론을 통해 전해질 때마다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자신의 입장에 맞는 지수만 끌어다 인용하면 건설적인 논의가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표마다 각자의 기능과 목적이 다른 만큼 함께 살펴봐야 하고 특정 기간만 볼 게 아니라 여러 해에 걸친 '추세'를 봐야 가장 현실에 근접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가 양성 평등 후진국이다, 이런 걸 강조하고 싶은 사람들은 그런 수치를 막 받아 쓸 거고, 그렇지 않는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그거 별로 의미 없는 값이라면서 논쟁을 해요. 그런데 이런 논쟁이 매년 반복되거든요. 특정 지표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세계 젠더 격차 지수는 여성이 처한 차별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여러 접근 중 하나로서 굉장히 유효한 측면이 있다고 봐요. 더불어 성 불평등 지수를 가지고 성 평등 수준이 높다고 얘기하지도 않거든요. 두 지표가 굉장히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보면 되게 간단하고 그게 맞는 것 같아요."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두 지표 모두 정치·경제 영역에서는 성 불평등이 대체로 큰 것으로 나와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최근 여러 매체에서 우리나라의 성 평등 수준이 전 세계 하위권이라는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현지시간으로 13일 내놓은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2022) 내용을 전한 기사들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젠더 격차 지수(GGI)가 0.689로 카메룬(97위), 캄보디아(98위)에 이어 99위입니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필리핀(19위·0.783), 몽골(70위·0.715), 태국(79위·0.709), 베트남(83위·0.705)보다도 낮았습니다. GGI는 1에 가까울수록 성 격차가 적은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관련 내용을 보도한 인터넷 기사에는 '믿을 수 없다', '오히려 남자가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등의 댓글이 대거 달렸습니다. 다수의 누리꾼이 의심하는 것처럼 WEF 보고서 내용은 믿을 게 못 되는 걸까요? 아니면 기사에 표현된 것처럼 한국이 정말 '양성 평등 후진국'이라서 그런 걸까요? 어느 쪽이 맞는지 따져봤습니다. ■ 뭔가 이상해 보이는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 그런데 한국은 줄곧 하위권이었습니다. 보고서가 처음 나온 2006년 이후 지금까지 100위권 안팎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조사 대상 146개국 중에 99위입니다. 세부항목을 살펴볼까요? 한국은 '경제적 참여 및 기회' 부문에서 115위를 기록해 에티오피아(112위), 멕시코(113위), 서아프리카 국가 베냉(114위)보다 못했습니다. '경제적 참여 및 기회' 부문은 여성의 노동 참여율, 임금평등 지수, 예상 근로소득 등을 살펴 점수를 매깁니다. '교육 성취도'에선 미얀마에 이어 97위, '건강과 생존' 부문은 아프리카 앙골라(50위),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바누아투(51위)에 이어 52위로 나타났습니다. '경제적 참여 및 기회' 부문은 여성의 노동 참여율, 임금평등 지수, 예상 근로소득 등이 평가 항목입니다. '교육 성취도'는 문해력과 초·중·고등교육 등록률 등으로, '건강과 생존'은 출생 성비와 건강 기대수명 등으로 평가합니다. 마지막 '정치적 권한 부여' 부문에선 온두라스에 이어 72위였습니다. 온두라스는 중앙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불안정하고 가난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지난 4월에는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이 퇴임 3개월 만에 마약 밀매 피의자 신분으로 미국에 압송되기도 했습니다. '정치적 권한 부여' 부문은 의회, 행정부에 진출한 여성 수 등으로 평가합니다. 이 정도 되면 뭔가 이상합니다. 전체 순위를 보나 세부항목 순위를 봐도 선뜻 납득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이름도 생소한 나라, 혹은 일반적인 국력 수준으로 봤을 때 '그럴 리 없다'고 생각되는 나라들이 우리보다 한참 높은 순위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걸까요? ■ '남녀 간 격차'에만 집중한 결과…"착시 경계해야"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는 말 그대로 남녀 간 격차(Gender Gap)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결과 값(세계 젠더 격차 지수·GGI)에는 개별 국가의 발전 수준은 반영돼 있지 않습니다. 단지 조사 대상 국가 내에서 남녀 간 격차가 얼마나 벌어졌는지를 보여줄 뿐입니다. 따라서 이 결과만 가지고 여성 인권의 '절대적 수준'을 파악한다거나 국가 간 직접 비교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치·사회 전반적으로 수준이 훨씬 높은 A 국가라고 해도 A 국가 내 남녀 간 격차가 많이 벌어져 있다면, A 국가에 비해 국가 전체의 수준이 떨어져도 남녀 격차가 적은 B 국가의 순위가 더 높게 나오는 겁니다. 몇몇 아프리카나 중동 국가, 이름도 생소한 국가들이 우리보다 앞선 순위를 기록한 이유입니다. 이는 '성 평등'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른 결과이기도 합니다. 나라 간 비교 우위를 성 평등 사회로 볼지, 한 사회 내에서의 격차를 줄이는 것을 성 평등으로 볼지의 문제입니다. 세계 젠더 격차 지수는 후자를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일부 항목에서는 평가 방식의 차이로 우리가 불리하게 계산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게 '교육 성취도'입니다. 세계경제포럼은 교육성취도에 남녀가 받는 고등교육 수학 기간을 반영합니다. 고등교육을 받는 기간이 길수록 교육성취도가 높다고 보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의 현실이 왜곡돼 반영되고 있습니다. 한국 남성의 경우 대학 재학뿐만 아니라 휴학 후 군 복무 중인 기간까지 모두 고등교육을 받는 기간에 포함하다보니 여성보다 고등교육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계산돼 '교육 성취도' 값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아지는 겁니다. 2022년 한국의 '교육 성취도'가 97위에 그친 이유입니다. 과거부터 그랬습니다. 그래서 세계 젠더 격차 지수는 결과만 보고 '한국의 성 평등 수준이 146개국 중 99위 하위권'이라고 판단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체 순위를 가지고 우리가 양성 평등 후진국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소위 경제적 후진국이라고 하는 곳들은 남녀 간 격차가 더 작거든요. 그런 나라를 양성 평등 국가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냐는 거죠. 그래서 (이 지표는) 우리가 어느 측면에서 성 격차가 크고 어느측 면에서 적은지 세부 항목별로 봐야 합니다." ■ '닮은 듯 다른' 또 다른 지표 '성 불평등 지수' 앞서 살펴본 세계 젠더 격차 지수와 함께 성 평등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또 다른 글로벌 지수가 있습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하는 '성 불평등 지수(Gender Inequality Index·GII)’입니다. 유엔개발계획은 인간자원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성 불평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이익을 측정하기 위해 2010년부터 이 지수를 발표하고 있는데요. 여러모로 GGI와 다릅니다. '성 불평등 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매년 순위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적게는 138개국, 많게는 189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가장 높을 땐 10위, 가장 낮을 때도 27위를 기록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성 불평등 지수'는 남녀 간 격차와 여성 처우의 절대적 수준을 함께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성 불평등 지수는 여권 수준이 다른 나라보다 높으면 남녀 간 격차가 커도 최종 순위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지수가 0이면 완전히 평등한 상태를, 1이면 완전히 불평등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세계 젠더 격차 지수와는 정반대입니다. 성 불평등 지수는 ▲생식 건강(모성 사망비/청소년 출산율) ▲여성 권한(여성 국회의원 비율/중등 이상 교육받은 여성 비율) ▲노동 참여(경제활동 참가율) 등 3개 부문에서 5개 지표를 통해 측정합니다. 그렇다면 이 성 불평등 지수가 앞서 본 세계 젠더 격차 지수보다 정확한 평가 방식일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성 불평등 지수 역시 한계는 존재합니다. 지수 값 중 경제활동 영역지표가 제한적이어서 성 평등 수준을 충분히 나타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반대로 남녀 간 차이를 드러내는 지표라기보다는 여성특화지표인 모성 사망비, 청소년 출산율이 타 지표에 비해 큰 영향을 주게 된다는 한계점도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여성 권한'과 '노동 참여' 부문이 평균 이상으로 나오지만, 생식 건강 부문의 모성 사망비와 청소년 출산율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기에 전체 순위가 높습니다. "우리나라가 청소년이나 아동에 대한 금기라든가 통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심한 편이잖아요? 그래서 청소년 출산율도 아주 낮게 나오고 높은 점수를 받았어요. 그 결과 굉장히 순위가 높게 나오는 거죠." ■ "보고 싶은 것만 보면 안 돼"…추세 파악이 중요 전문가들은 그래서 "보고 싶은 것만 보면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성 평등 지수가 언론을 통해 전해질 때마다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자신의 입장에 맞는 지수만 끌어다 인용하면 건설적인 논의가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표마다 각자의 기능과 목적이 다른 만큼 함께 살펴봐야 하고 특정 기간만 볼 게 아니라 여러 해에 걸친 '추세'를 봐야 가장 현실에 근접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가 양성 평등 후진국이다, 이런 걸 강조하고 싶은 사람들은 그런 수치를 막 받아 쓸 거고, 그렇지 않는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그거 별로 의미 없는 값이라면서 논쟁을 해요. 그런데 이런 논쟁이 매년 반복되거든요. 특정 지표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세계 젠더 격차 지수는 여성이 처한 차별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여러 접근 중 하나로서 굉장히 유효한 측면이 있다고 봐요. 더불어 성 불평등 지수를 가지고 성 평등 수준이 높다고 얘기하지도 않거든요. 두 지표가 굉장히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보면 되게 간단하고 그게 맞는 것 같아요."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두 지표 모두 정치·경제 영역에서는 성 불평등이 대체로 큰 것으로 나와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