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세나 - le-o sena

한 대 피우고 떠나.

본 작품은 문스독 패러디입니다. 자살, 상해, 우울증, 미약하거나 그렇지 않은 정서적 학대에 관한 내용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그게 괜찮으시면 모쪼록 재밌게 읽어주세요. 저는 독자 여러분을 정말로 좋아합니다. 행복하세요. 원래 머리가 좋은 인간이 꼭 더 좋은 선생이 되리란 법은 없다. 원리를 쉽게 깨치면 범인이 중간과정에서 헤매는 걸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

맨 아래에 요약있음

세나랑 마코토랑 둘이 어렸을 시절 키즈모델을 같이 했었고 서로 의지하며 어린나이에 사회 생활을 지냈음

세나가 아이돌로 전향해 유메노사키에 입학하고 마코토는 모종의 이유로 모델계를 그만둠 이 이유는 지금껏 안나옴

당시 유메노사키는 아이돌 학교에서 졸업한 빨에 기대서 대충 성공할거란 마음가짐을 갖고 노력 안하고 늘어져있는 병신들만 많았음

이거때문에 에이치가 혁명 기획한거고ㅇㅇ

세나는 원래 노력가 형이여서 열심히 하려했고 레오가 노력하는 세나를 보고 반해서 말을 걸고 둘은 친해짐

세나 성격이 원래 챙겨주기 좋아하는 성격이고 레오는 어디 하나 나사빠져서 챙김받기 좋은 애새끼라 상성이 좋았음

서로 집에 드나들정도로 친했고 레오는 아직도 세나 집의 냄새를 기억하고 세나도 레오 동생을 기억할정도

세나는 재능이 있다기보단 노력가여서 처음에 음치였는데 레오가 노래방에서 듣고 못부른다고 지적하다가 세나가 의자 던지고 그걸 피하는 장면도 있음 (소설외전)

그런데 체크메이트를 읽으면 알겠지만 레오는 모두에게 호의적으로 굴다가 말그대로 호구처럼 이용당했고 세나는 이를 싫어했음

모델계 사회생활을 해와서 나름 어른스러운 세나는 그런건 좋지않다, 네가 호구다 지적을 많이 해줬고 레오는 말귀를 처 알아듣지않음

솔직하지않은 성격의 세나는 레오랑 절친처럼 어울리면서도 이새끼랑 딱히 친구도 아니고 이새끼의 재능을 이용해 성장만 하면 될뿐이라고 생각함

물론 친구아니라면 조언도 안했고 챙겨주지도 않았고 병원도 안데려다줬지

그냥 비지니스인 누가 병문안까지가서 좋아할만한거 가득히 싸가고 푸딩도 직접 떠먹여줌?

자기가 호구란걸,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는단걸 깨달은 레오가 다른애들한테 호구짓한걸 깨닫고 그냥 세나에게만 모든걸 주기로 결심한 뒤

세나는 드디어 병신새끼들에게 낭비안하고 내 성공에만 모든 지원을 해주겠구나! 하고 좋아함

하지만 예정된 파멸이었고 (체크메이트 읽으면 앎) 레오는 폐인이 됨

세나는 레오의 곡을, 아니 사실은 레오를 좋아했다며 레오의 자리를 비워두고 나이츠의 이름을 유지한채 있기로 결심

그런데 레오의 일이 트라우마기는 했는지 마코토도 에이치에게 당해 레오처럼 폐인이 될까봐 납치감금함

레오는 그렇게 됐지만 마코토라도 살리려는 심리로ㅇㅇ 물론 그건 트릭스타에겐 방해였을 뿐이고 마코토는 탈출해서 스바루와 나감

이 건으로 트릭스타는 전원 세나를 견제하는 편이고 마코토는 옛정에 경찰신고는 안해줌 이 일때문에 나이츠는 반년간 봉사활동도 함

세나는 마코토를 스토킹하고 좋아한다 하면서 계속 아이돌 관두고 잘하는 모델일이나 하라고 잔소리함

모델계에 트라우마가 있던 마코토는 이를 씹고 트릭스타랑 잘활동하며 지냄

잘 성장한 마코토는 착해서 세나가 들러붙어 오는걸 왠만큼 참고 지내줬음

이때 리츠가 보답받은 사랑을 주지도 않고 어느정도 거리는 유지하며 참기만 하는걸 지적하며 잔인하다고 마코토를 깜

그러면서 세나가 레오를 좋아한다고 말하는거도 웃김ㅋㅋ

마코토는 세나에게 별로 사람은 싫어하지 않지만 얀데레같은 짓은 안했으면 좋겠고 멀리서 자신이 성장하는걸 봐달라고 말함

세나는 자길 싫어하는게 아니었단것에 기뻐함

근데 레오가 복귀함

세나는 레오가 껄끄러워하던 무기(곡을 기사느낌있게 비유한말)란 말을 쓰면서 예전처럼 나이츠가 승리해나갈수 있을거라며 신나했음

할로윈때 레오가 자기가 자리를 비우는동안 네가 세나에게 납치당하고 이것저것 당했던것에 사과하고 이제 그럴필요가 없다고 말함

참느라, 대용품역할하느라 고생했다는 레오말에 이제 세나가 부담스럽게 굴지 않고 서로 이해해 나가기로 했는데

뒤늦게 나타나 이런말을 하니까 마코토도 화가남

그런데 세나가 갑자기 나타나 레오가 못살게 굴었을거라며 여전히 마코토를 한사람의 인간이라기보단 지켜줘야하는 귀여운 동생취급을 함

레오말이 뭔가 틀린게 없어서 빡친 마코토는 대결선언을 하고 무대에서 세나에게 사정을 듣게됨

와중 레오는 세나한테 둔감러브코미디 남주라고 놀림

세나는 본인입으로 레오에게 받은 사랑을 마코토에게 준것이었다고 네가 대신해왔던것이 맞았다고 고백ㅋㅋ

마코토는 어이없어서 본인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되지 않냐 했더니

레오가 부서질까봐 라는 말도 안되는 변명을 함

누가 사랑을 주는데 부서짐? 세나잘알들은 잘 알겠지만 이새낀 그냥 자존심을 내세운거고

이태껏 사랑을 줬던 레오에게 이제서야 되돌려주기가 쪽팔리고 무안한거임ㅋㅋ

눈치챘겠지만 세나는 여태껏 마코토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않았고 일방적임

마코토는 거의 얻어걸린거고 상대방에게 잘해주는 나에 취해있었다에 가까움

마코토는 이때쯤 아씨발 내가 염장커플의 사이에 껴서 놀아났구나 하고 깨닫고 이후로 철저히 세나를 먹금함

세나가 뭔지랄을 떨어도 네 혼자떠드세요~상태가 됨 대충 어울려주고 이득만 채가기도 하는 어른이 됨

세나는 습관처럼 마코토에게 잘해주지만 (목도리 떠줌) 레오도 꼭 챙김 (모자장갑 등등 떠줌)

마코토에게 입으론 바다가 보이는 결혼식장을 가자 하지만 결국 그 스토리에서 레오랑 피렌체에서 유사동거(옆집)를 하게됨

그리고 마코토는 할로윈 일로 레오가 껄끄러운 존재가 되어서 가끔 은근슬쩍 딜을 넣게 됨

물론 마코토가 갓성이라 충고, 조언으로 이어지는 딜임 (아무에게나 사랑을 주면 안된다던지)

레오도 사이안좋은 사람 없이 잘지내왔어서 자신에게 가시돋친 사람이 처음이라 마코토를 좀 껄끄러워하게 됨

세나는 해외에서 고생하느라 옛날처럼 여유부리는 선배처럼 굴수가 없어서

마냥 마코토를 지켜주는 포지션이 될 수 없고, 게다가 마코토가 ss에 영화배우일까지 거쳐서 크게 성공함

이제서야 동등한 관계가 되었다고 볼 수 있음 담백한 사이가 됨

그리고 세나와 레오의 관계는 ... 세나가 좀 더 솔직하게 굴수있게 되어서 자기가 솔직하지 않다고 말할정도는 됨

자기가 레오의 프로듀서가 되겠다며 레오가 어디론가 튀지 않게 지켜준다며 같이 동거하기로 하고

대신 예전에 자신을 좋아해서 잔뜩 일거리를 가져다줬던걸 다시 해주면 된다고 말함

이게 이 삼각관계의 현주소임

결론요약

1. 세나는 마코토에게 잘해주는(사실은 꼰대짓, 혐성짓, 민폐짓에 가까움) 자기 모습에 취해있었을뿐 배려가 없었음

2. 레오는 세나를 정말 좋아하고 사랑함

3. 마코토는 세나를 선배로서 존경은 하고있지만 그 이상의 감정은 없음 예전엔 부담스러워 했으나 이제 뭔짓을 해도 씹고 냅둠

4. 세나도 레오를 좋아하나 대놓고 좋아하고 잘해주기 멋쩍어함 그래서 레오앞에선 츤데레, 마코토 앞에서 쇼윈도 얀데레가 됨

5. 세나=병신 

(스토리라이터도 하도 삐뚤어져서 쓰기 재밌는 병신이라고 공언)

-쇼우님 리퀘!!!!!!

-과거날조

-사자심장 네타가 있습니다.. ㅜㅜ

-섹피au라지만 설정이 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뭔 소릴 했는지 모르겠다

-뭔가 의도했던 바는 이게 아니었던 거 같은데

숱하게 많은 종류의 인간들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세나 이즈미는 반류에 속했다. 타인으로 하여금 경외와 공포심, 미약한 껄끄러움마저 가지게 하는 그는 이었다. 그것도 중종의.

번식력은 낮았으나, 중종이라는 이름도 있는 데다 최근에는 소가족이 대세인 바 결혼시장에서 지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었음에도 그는 그 모든 것이 귀찮기만 했다. 섹스야 마음 내키면 딱히 참을 것도 없이 해대긴 했지만 어떻게든 관심을 끌어보고자 어슬렁거리는 이들은 거슬리고 짜증났다. 저를 봐주는 팬들까지 가끔은 귀찮게 느껴지는데 가문의 힘을 빌어 촬영장까지 꿈질꿈질 기어들어오는 이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유메노사키 학원에 온 것은, 그런 의미에서 세나에게 긍정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인기의 정점, 아이돌들이 모인 이곳은 특성상 드림페스와 같은 행사 때가 아닌 이상 외부인의 접근을 철저하게 막았다. 학생들에게마저 학교에 올 적엔 반드시 교복을 입도록 시킬 정도였다. 조금 귀찮기야 하지만, 이러한 환경에 내심 흡족해하던 세나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면 아이돌이 우글우글한 학원에는 지나치게 개성 넘치는 녀석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개중엔 저를 거슬리게 하는 방향으로 특이한 이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세나에겐 심히 유감이게도 그러한 가능성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어느 날 지극히 개인주의적이고 계산적이기도 한 뱀의 표본 같은 그의 테이블에 눈을 반짝이며 난입한 놈이 있었다. 어떤 허락의 말도 제스처도 없었음에도 냉큼 맞은편에 앉아버린.

뭐야?”

세나 이즈미. 맞지.”

그런데?”

아까 지나가다 네 노래를 들었는데 말이야. , 의도한 건 아냐. 그냥 우주의 길을 쫓아 가다가 보니까 연습실을 지나쳤을 뿐이거든? , 난 츠키나가 레오야. 그리고 이 몸은 세기의 천재지. 잘 알아두도록 해.”

뭐지, 이 난잡한 소개는. 어이가 없어 대꾸조차 못하던 세나가 눈썹을 찌푸렸다.

네 이름은 남의 이름 퍽퍽 묻기 전에 미리 밝히라고. 그리고 천재고 뭐고 안 궁금하거든.”

그런데 있지, 썩 맘에 차는 기존 유닛이 없어서 내가 만들고 싶은데 인재가 필요해. 나 이래봬도 천재니까 곡은 잘 쓸 수 있어. 대단하지? , 혹시 세나 작사는 해본 적 있어? 아직 없으려나. 천재지만 바보라서 언어는 별로라~”

, 짜증나. 이쪽 얘기는 하나도 안 듣고 제 말만 줄줄 쏟아놓는 것이 참으로 건방지고 무례했다. 정신도 없었다. 어려서부터 사회생활을 하며 또래에 비해 많은 인간군상을 접해보기는 했지만 맹세컨대 이런 놈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뭐야. 노래를 들었는데, 어쩌라고. 그가 유닛을 만들든 말든 저와는 관계가 없는 얘기였다. 제 잘못은 하나도 모르는지 여전히 헛소리를 지껄이며 방긋거리는 꼴에 짜증이 확 치밀었다. 여기 더 앉아있는 것 자체가 시간낭비였다.

저런 미친놈의 소리를 들어주느니, 차라리 가서 부족한 보컬 레슨이나 더.

근데 네가 노래를 못하더라고!”

, 가감 없이 튀어나온 말에 세나의 얼굴이 한층 더 구겨졌다. 거의 선언과도 다름없는 확고한 어조였다. 안 그래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던 감정 그래프가 한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오늘은 연습도 더 잘 안 되더니, 재수가 없으려니. 지금의 제 노래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쯤은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었으나 그것을 일면식도 없는 타인에게 들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세나 이즈미는 싸늘해진 눈으로 맞은편의 레오를 응시했다. 몸속을 도는 차가운 피에 금방 뇌리가 차분해졌다. 그런 줄 알았다.

, 어쩌라고.”

그러니까 내 유닛에 들어와라!”

?”

엉뚱하게 튀어나온 제안에 눈썹이 확 치켜 올라갔다. 이건 뭐, 내 동료가 되라 소리보다도 맥락 없고 뜬금없다. 세나의 반문은 못 알아들었다는 것보다는 이게 뭔 개소리냐는 쪽에 더 가까웠으나, 그런 것은 개의치 않는 듯 레오는 반복해 말했다.

세나, 내가 만들 유닛에 들어와.”

무슨 헛소리야.”

너 노래는 엉망이지만, 마음에 들었어.”

목소리도 예쁘고 얼굴도 예쁘고. 너는 분명 굉장한 녀석이 될 거야. 지금도 굉장하지만! 욕 같은 소리를 뱉어놓더니, 이젠 노골적일 정도로 펑펑 터지는 칭찬이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분명 음정도 기법도 엉망진창이었지만,”

네 노래에서 우주를 봤어. 날카롭게 치켜 올라가 있던 눈매가 배시시 흘리는 웃음에 곱게 휘어졌다. 제법 매력적인 눈웃음이었다. 그래서 세나는 방긋, 마주 웃어주었다. 그리고 경쾌하게 입을 열었다.

거절.”

! ?!”

너 완전 짜증나. 방해야. 내 시간을 방해하지 말고 빨리 좀 꺼져줄래?”

아니, 내가 일어나는 게 빠르겠네. 세나는 화사하게 웃으며 늘어놓았던 악보며 필기구를 모으고 착착 자리를 정돈했다. 그러나 그 거침없는 손길 위로, 갑작스레 레오의 고개가 숙여졌다. 당황할 틈도 없이 주홍빛의 삐죽삐죽한 머리칼이 세나의 서늘한 손등을 간질였다.

, 냄새를 맡는 듯 조그만 녀석의 코가 벌름거렸다. 그러더니 금세 방긋 웃었다.

세나, 뱀이야?”

무례하네, .”

, 알아. 그래서 너 뱀이지? 역시나.”

저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잘도 논다. 세나는 제대로 된 대꾸 따윈 한 마디 해주지도 않았는데 이미 세나를 뱀으로 확정하는 투가 단호했다. 그것은 곧 자신 또한 반류라고 밝히는 것과 같았다. 이제는 난데없는 반밍아웃까지. 머리가 아팠다. 그러나 지끈거려오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는 그의 귀를 두드리는 말은 그 두통을 싹 날아가게 할 만큼 깔끔했다.

그럼 우리 거래를 할까.”

?”

아이돌의 본질은 비즈니스야. 그걸 부정할 수는 없지. 비즈니스로 묶일 관계, 지나친 친분관계는 없는 것보다 못할 때도 있지.”

실지로 수많은 사례들이 입증하듯이. 노래하듯, 여전히 유쾌한 어조로 나오지만 내용은 방금 전처럼 정신 나간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지나치게 현실적이어서 위화감마저 들었다. 뭐야, 이거. 방금 전까지 우주가 어쩌고 하던 놈 어디 갔어?

딱히 돈벌이의 수단이니 하는 것까지 가고 싶은 건 아냐. 다만 어느 정도의 거리는 필요할 수 있단 소리지. 적절하고, 절묘한, 어느 정도는 미지근한 관계. 그러나 유닛의 근간인 규칙은 명확한.”

나는 그런 것 또한 원해. 너는 뱀이니 내 말쯤은 쉽게 이해하겠지.

그리고 나도 반류인걸.”

온도와 습도에 예민한 파충류 동료를 배려할 정도의 마음가짐쯤은 되어있어.

어깨를 으쓱거리며 자랑스럽게 자신을 어필하던 레오가 순간 흠칫하더니 멀거니 세나를 올려다보았다. 뱀 맞지? 파충류인 건 확실한 거 같은데. 지금까지 당당하게 지껄여놓고 이제 와 조심조심 눈치를 보는 꼴이 우스웠다. 흔히 보기 힘든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저도 모르게 기분이 풀어져있던 세나가 너그럽게 대답했다.

제법이네.”

그 말은 레오의 짐작이 맞음을 입증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 얼굴이 밝아지는 것이 참으로 알기 쉬웠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딱히 티낸 것도 아닌데.”

그냥, ? 나 눈치는 좀 빨라.”

눈치가 빠르다는 놈이 대화하는 게 그 모양이냐?”

그거랑 이건 다르거든.”

오호라, 그러니까 눈치가 빨라 알아차렸음에도 불구하고 제 좋은 대로 하셨다 이 말씀이렷다. 타인에겐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란 소리가 퍽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 세나였으나, 어쩌면 그 자리는 눈앞의 이 건방진 녀석에게 넘겨주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시시껄렁한 생각을 하며 턱을 괴었다. 흥미가 생겼다. 적어도 한번쯤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을 것도 같은.

넌 뭐, 고양이라도 되냐?”

아아니?”

그러는 세나는 눈치가 느리네. 히죽 웃는 날카로운 눈매가 재수 없게 접혔다. 몸이 뜨끈뜨끈한 걸 봐선 포유류인 건 확실한데. 세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눈앞의 녀석의 세세한 종까지 특정하기는 어쩐지 까다로웠다. 개라고 하기엔 뭐하고, 얼핏 고양이 같기도 하지만 저런 반응을 봐선 아닌 것도 같고. 뭐야, 진짜 모르겠는데.

오랜만에 진심으로 당혹스러워졌다. 그런 세나를 보며 느물느물 웃던 레오가 홀랑 정답을 말했다.

, 여우야.”

여우라고?”

. 여우. 개과.”

하지만 고양잇과의 특성이 많이 보인다고들 하지. 낄낄 웃으며 레오가 테이블을 탕탕 두드렸다. 이제껏 다들 제 혼현을 맞춰보라 하면 그런 반응이었단다. 뭐가 그렇게 웃겨, 하고 인상을 찡그리자 넌 멍청한 표정도 내 취향이네, 하는 핀트 나간 대답이 돌아왔다.

욕인지 칭찬인지 모를 소리가 재차 이어짐에 심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유닛이고 뭐고 얘랑 있으면 피곤해 죽을 것 같은데 다 때려 치는 게 좋지 않을까? 하아, 한숨을 내쉬니 저를 빤히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얘가 또 뭔 소리를 하려고. 만난 지 몇 분이나 되었다고 본능적으로 형성된 불안감을 레오는 결코 배신하지 않았다.

혀가 섹시하네.”

예쁜 붉은색이야. 뱀이어서 그런가? 천진하기까지 한 모습에 다시금 뒷골이 당겨왔다. 어디 이 세상물정 모르는 여우가 위험한 소릴 턱턱 하고 앉았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어쩐지 얄미워지는 코를 잡아 흔들며 일갈하던 때에는 몰랐다.

그래서, 유닛 이름은 뭔데?”

순진한 척 생글대던 그 여우는 실상 교활하기 짝이 없다는 것을.

“-나이츠(Knights)."

그렇게 츠키나가 레오는 세나 이즈미의 왕이 되었다.

***

그리고 그것은 한참을 칩거하던 레오가 돌아온 이후에도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빌어먹게 짜증나고, 사람 귀찮게 하고, 번거로운 녀석이었지만 레오는 저의 왕이었다.

작기는 하였으나 단 한 번도 약한 적 없었던 그가 처음으로 무너졌을 때에도, 바스라지는 미소로 저를 돌려보냈을 때에도, 손끝을 떨며 제 시선을 피했을 때에도, 오로지 저만을 위해 울부짖었을 때에도. 한 순간도 레오는 나이츠의, 세나의 왕이 아닌 적이 없었다.

안타깝게도 그것은 지금도 그랬다.

세나, 화났어?”

쪼르르 달려와 낑낑대며 눈치를 보는 것이 이제야 좀 개과의 동물 같다. 세나가 잔소리를 멈춘다는 것은 정말로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의미함을 잘 아는 레오가 악보마저 팽개치고 부리나케 뛰어와 세나의 주위를 맴돌았다.

내 혼현 보여줄까?”

이거랑 비슷한 말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눈을 가늘게 뜬 세나가 응? ? 하며 애처롭게 올려다보는 시선과 마주했다. 그거면 다 해결될 줄 아나. 세상사는 게 쉬운 줄 알아? 그런 비뚤어진 심경을 슬쩍 감추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자 레오가 화사하게 웃더니, 훅 눈앞에서 사라졌다. 정확히는, 작아졌다.

주홍빛의 복슬복슬한 꼬리가 단박에 시선을 빼앗았다. 미친. 나지막하게 욕설을 읊조리던 세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야살스럽게 치켜 올라간 눈매를 하고 있으면서, 커다란 녹색의 눈이 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마냥 순진하게 세나를 올려다보았다. 그 간극에 다시 한 번 세나가 목 안에서 앓는 소리를 내며 여우를 안아들었다. 촉촉하고 새까만 코가 한 차례 움찔거리더니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는 것도 잠시, 금방 눈높이가 다시 맞은 레오가 방글방글 웃었다.

어때? 귀엽지?”

귀엽긴 개뿔.”

어허, 세나. 감히 왕에게 거짓말하는 거 아냐. 귀엽지? 사랑스럽지? 내 혼현이 좀 예쁘고 귀엽긴 하지.”

얘 언제부터 이런 나르시즘도 있었지?

왕님 짜증나.”

응응, 걱정 마 세나. 세나도 예뻐.”

세나의 비늘은 반짝반짝해서 눈이 부셔.

온전히 저를 눈에 담으며 웃음 짓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오롯이 세나만을 위해 퍼지던 하울링을 기억한다. 나를, 이토록 또렷하게 보고 절절하게 애정을 쏟아 붓는 이를. 어찌.

아마 나는 너를 놓지 못할 것이다.

***

왕님.”

? 찬 바닥에 주저앉아 악보를 끼적거리던 레오가 고개를 돌리는 찰나, 세나가 레오를 끌어안았다. 어어, 하는 사이 품으로 파고들더니 가슴팍에 볼을 비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아름다운 생물이라고 생각했던 이가 품 안에서 은빛의 머리칼을 흐트러뜨렸다. 내려앉은 속눈썹 또한 예쁜 은빛이었다.

세나.”

.”

잠깐만 일어나봐.”

싫어.”

추워서 그렇잖아. 너 지금 몸 차가워졌어.”

바닥에서 이러지 말고, 침대로 가, ? 드물게도 레오가 세나를 어르고 달래는 상황이 됐다. 수중계로서 어쩔 수 없는 신체현상이기도 하지만, 평소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자기관리에 철저한 세나가 이토록 늘어지는 것은 사뭇 의도적인 것도 있었다. 누가 여우 아니랄까봐 눈치도 귀신같으면서, 정작 이런 것은 아직도 모르는지 그답지 않게 순진한 초록빛 눈망울을 걱정으로 깜박인다. 하기야 교활함의 정도로만 따지자면 세나 또한 여우에겐 지지 않을 자신이 만만한 뱀이었다. 비록 학창시절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할 수 없는-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는-레오에게 홀라당 낚여버리긴 했지만.

-덫은 너만 놓는 게 아니지. 세련되게 정돈된 탐욕이 두 갈래로 찢어진 혀로 날름거렸다.

, 짜증나.”

알았으니까 일어나봐.”

한창 매몰되어 있던 악보마저 한쪽으로 밀어놓은 레오가 본격적으로 세나의 몸을 일으켰다. 작고 호리호리하지만 옹골찬 몸이 낑낑대며 힘을 쓰는 것에 슬쩍 발에 힘을 실어 저를 부축하기 쉽게 도왔다. 어렵잖게 세나를 짊어지더니 그를 침대에 앉힌 레오가 얼른 이불로 세나를 둘둘 감았다. 그리고는 리모콘을 눌러 온도를 조절하며 그 위로 온몸을 꼭 껴안았다.

체격 차이가 있으니 레오가 세나를 완전히 품에 감싸는 것이 가능할 리가 만무한 고로, 불만스레 눈을 깜박이던 세나가 느리게 손을 뻗어 레오를 끌어당겼다. , 이불을 걷고 작은 몸을 저와 찰싹 붙인 뒤에 얼른 다시 바람을 차단했다. 정말로, 좀 서늘하기는 했나보다. 부르르 몸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품 안의 여우를 좀 더 꼭 안았다. 따뜻하다.

두근두근한 심장소리가 별처럼 반짝이며 심장을 두드린다. 담담하고, 조용하지만 또렷하게.

왕님.”

?”

나 이제 좀 따뜻해진 것 같은데.”

, 그래?”

그런데 아직 좀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어쩐지 세나답지 않은 모습에 레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혼현이 나오지도 않았거늘, 그 머리 위로 뾰족한 귀가 쫑긋거리는 듯한 느낌에 세나가 낮은 웃음을 흘렸다. 개과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미묘함은 그의 매력 중 하나였다. 세상에, 역시 저는 이 요망한 여우에게 홀려도 단단히 홀렸나보다.

그러니까 섹스하자.”

?”

뭐야, 싫어?”

? 아니아니, 싫다는 게 아니라!”

웬일이야? 정말로 놀랐던 것인지 레오의 동공이 세차게 떨리고 있었다. 하기야 온기를 찾아 종종 레오에게 파고들기도 하는 세나였으나 항상 먼저 섹스를 요구하는 쪽은 레오였던 것이다. 내가 먹어버려야지, 하고 생글생글 웃으며 조그만 여우 주제에 뱀을 삼키면 배탈 날 거라는 농에도 난 천재니까 괜찮다느니 하는 말도 안 되는 대답으로 응수하며 목을 끌어안곤 했는데.

싫으면 말고.”

저렇게 미련 없다는 듯이 멀끔한 태도가 얄밉기 그지없다. 하지만 자신은 자비로운 왕이니, 사랑하는 기사의 앙탈 정도야 못 받아줄 것도 없지. 세나는 아닌 것 같아도 부끄럼쟁이니까 말이야. 상당히 자기합치적인 생각에 홀로 고개를 끄덕거리던 레오가 몸을 일으키려던 세나를 붙잡았다.

세나.”

안아줘. 아아, 그래. 본질은 교활하기 짝이 없는 여우가 샐쭉 웃으며 손을 뻗었다. 잠깐 어이가 없어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얼른, 하고 재촉하며 양손을 파닥파닥 흔든다. 결국 헛웃음을 흘리며 세나는 레오를 끌어당겨 안았다. 저와는 꽤 다른, 뜨끈한 피가 도는 작은 몸이 단번에 안겨 들어와 세나를 덥혔다. 이 제멋대로인 왕님 덕에 몸이 따뜻해지는 것인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이 피를 달구어주는 것이 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든다. 결국 나에게 돌아와 만족스럽다는, 음습한 만족감도.

펄떡이는 짐승을 짓누르는 유려한 몸통이 전통적인 비유와 같이 음탕하게 구불거리며 여우를 휘감았다. 부드러운 목덜미를 물어뜯는 뱀이 지독하게 웃었다.

***

내가 먼저 깨버렸어.”

세나, 피곤하긴 했나보다. 뭔가 굉장한 컨셉의 화보 촬영 막바지라고 한창 바쁘긴 했었지. 그런 이가 겨우 귀가했는데 작곡에 빠져있던 저도 조금 너무하긴 했던 것 같다.

후아암. 레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하품을 한 차례 하고는 머리맡을 더듬었다. 어젯밤에 머리를 풀었던 것 같긴 한데 머리끈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속옷도 아니고 머리끈이니 박력 있게 침대 밖으로 던질 이유도 없을 텐데. 아래로 떨어졌나? 목을 쭉 빼고 대충 내려다봤지만 보이질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귀찮다. 도로 돌아누운 레오가 눈을 비비다가 조심스럽게 이불을 들춰 올렸다.

포근하고 보드란 솜이불 아래에 저의 기사가 본연의 모습으로 고이 잠들어있었다.

유순하게 눈을 감고 시트 위에 몸을 돌돌 말아 콜콜 자는 뱀은, 귀여웠다. 예쁘고, 조금 멋있는 것도 같지만 역시 귀여운 게 제일 크다. 레오는 킬킬 웃으며 뱀의 미간을 살살 문질렀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비늘이 아침햇살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모습까지 아름다웠다. 햇빛이 부서져 내리는 강과도 같았다.

역시 난 천재라니까. 세나를 자신의 기사로 꼬시다니 자신에겐 선견지명이 있던 것이 틀림없다. 거기다 덫을 놔서 뱀을 사냥하기까지 하다니, 똑똑하기도 하지. , 역시 이 몸 천재.

의식의 흐름을 따라 제 찬양으로 넘어가는데 다음 순간 은빛의 우아한 뱀이 세나 이즈미로 변했다. , 깨워버렸나. 레오는 난처하게 웃으며 세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세팅을 하지 않은 머리카락이 엉망으로 흩어져 있었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아침의 그도 여전히 예뻤다. , 졸음 가득한 하늘빛 눈동자가 천천히 드러났다.

눈이 마주쳤다.

정적이 맴돌았다.

보석 같은 시선이 부딪히다, 레오가 세나를 부르기 위해 입을 열려는 찰나 세나가 한 발 앞섰다.

……레오.”

, 하는 소리가 전신에 퍼졌다. 막 잠에서 깬, 낮게 잠긴 톤은 빌어먹게 섹시했다. 그런 목소리로 레오의 이름을 담는 세나는 정말, 무서울 정도로.

.”

한없이 조심스러운 손놀림으로. 어젯밤의 열락과는 전혀 다른, 그러나 본질은 같은 눈빛으로. 세나가 레오의 손을 들어 손등에 입술을 내렸다. 그간의 피로에 조금은 거칠어진 듯한 입술이 정중하게 그를 영접했다.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기분에 레오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멍하니 세나의 키스를 받았다.

내 작은 여우, 나의 왕.

피부로, 심장으로 느껴지는 소리 없는 고백은 나를 위한 것이다. 어쩐지 울 것만 같아 숨을 참던 레오는 결국 세나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과연 진정 사냥에 성공한 것이 어느 쪽인지는 몰랐다. 다만 이대로도 좋을 것 같았다. 아니, 좋을 것이다.

네가 여기 있어준다면 분명히.

***

세나.”

.”

우리 슬슬 자녀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보는 게 어때?”

……?!”

괜찮아, 내가 낳을게.”

왕님, 그게 문제가 아니거든!!”

, 그럼 세나가 낳을 거야? 난 그래도 좋지만!”

왕님, 사람 얘기를 들어! ! 짜증나!!”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