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 혼주 인사말 - gyeolhonsigjang honju insamal

며칠 전 아들을 장가 보내면서 혼주 대표 인사를 하게 되었다. 2부 피로연을 진행하는 가운데 혼주 인사를 신랑 아버지가 하는 것으 되어 있다는 말을 사전에 듣고 약간의 준비를 하였다. 공식적인 석상에 별 준비 없이 말을 하다면 횡설수설하게 된다. 

요즘 시대에 길게 말하면 안 되니까 3분 정도를 넘기지 않으면서 할 말은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인삿말을 준하였다. 그리고 잘못 읽지 않도록 작성한 원고를 몇번이고 소리내어 읽어보기도 하였다. 

그런데 결혼식 당일, 피로연에서 있었던 혼주인사는 나를 당황케 하였다. 애초에 예상하기로는 내가 대표로 올라가 혼주 인사를 하는 것이었는데 이날 사회자가 진행하는 혼주인사는 양가의 내외분들을 모두 단상에 세워놓고 나에게 혼주대표인사를 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하객들에게 와 주셔서 감사하다는 정도의 인삿말만 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다소 당황하기는 했지만 준비한 원고를 손에들고 청중을 둘러보면서 끝까지 할 말을 다하고 말았다. 3분이라는 시간이 10분이 넘게 느껴졌다. 사전에 미리 사회자와 만나 좀더 프로그램의 진행상황을 살펴보았더라면 이렇게 별도의 원고까지 작성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음식을 먹으면서 즐기던 하객들은 난데없는 훈화말씀을 듣고 서로 쑤군댔을 같기도 하다. 사돈 내외는 3분간이나 단상에 서서 마치 벌받는 기분으로 나의 인삿말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상황분석을 사전에 하지 못해 일어난 해프닝이다. 

참고로 그날 행한 인삿말을 소개한다. 

신랑 아버지 아무개입니다.

황금같이 소중한 주말에 장마철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저희집 혼사에 귀한 발걸음을 해 주셨습니다. 양가를 대표해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두 젊은이에게 주례목사님께서 주옥같은 말씀으로 삶의 지혜를 일깨워주셨고, 하객 여러분께서는 부모형제와 같은 마음으로, 축하하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부모로서 또 인생 선배로서, 신랑과 신부에게 부탁하겠습니다.

억겁의 인연으로 찾은 나의 반쪽입니다. 초원의 많은 꽃 중에서 단 하나의 꽃이 내게 와서 의미있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하고 많은 사람 중에서 단 한사람이 내게 와서 소중한 존재가 된 것입니다. 그러니 신랑신부는 초심을 잃지 말고 항상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기 바랍니다.

흔히 연애는 꿈이고 결혼은 현실이라고 합니다. 두 사람의 인생길에 만나게 될, 희로애락의 어떤 문제라도, 서로 손을 꼭 잡고, 소통하고 배려하며잘 풀어나가기 바랍니다.

참고로 지금까지 신랑이 한 효도 중에서 가장 잘한 효도는 마음씨 곱고 예쁜 신부를 짝으로 맞이한 것입니다.

끝으로, 궂은 날씨를 마다않고 먼곳까지 찾아주신 하객 여러분께,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귀댁에 경조사가 있을 때에는 꼭 연락주셔서 보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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