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호퍼 저작권 - edeuwodeu hopeo jeojaggwon

▼저작권 : 창작물을 만든 사람이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 가지는 법적 권리.

▼범위 : 예술, 건축설계면, 컴퓨터프로그램, 영상, 폰트, 논문 등 광범위.

모든 예술작품에는 타인의 허락 없는 모방, 남용으로부터 보호하는 권리, 즉 저작권이 있다. 반면 저작권에도 만료기간이 있는데, 이는 작가의 사후 70년까지다. 이때부터 작가가 남긴 작품 공유가 가능해진다. 이른바 “Copyleft”. 시리즈 기사 <만인의 그림>에서는 생전 수많은 명작을 남기고 이제는 만인의 그림으로 돌아온 저작권만료 예술가들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에드워드 호퍼 [사진제공 : Wikipedia]

이름 :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출생 : 1882년 7월 22일

사망 : 1967년 5월 15일

국적 : 미국

화조 : 사실주의

주요작품 : ‘Nighthawks’, ‘Morning Sun’, ‘rooms by the sea’, ‘Room in New York’

어떤 매력적인 이성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아마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쟁취하려 할 것이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예술적으로 상업적으로 엄청난 가치가 보이는 그림이 있다면 설령 불법이라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 오늘 만인의 그림에서는 관리 소홀로 일부 그림의 저작권이 만료된 ‘에드워드 호퍼’ 이야기를 소개한다.

에드워드 호퍼는 미국의 중심도시 뉴욕에서 태어났다. 화가보다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해 뉴욕예술학교에 진학해 미국의 대표 사실주의 화가 ‘로버트 헨리’에게 그림을 배웠다. 24살이 된 1906년 당시 예술가의 꿈을 가진 사람들 누구나 그랬듯이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지만, 별다른 감흥 없이 4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당시 유해하던 화풍에 영향을 받지 않고 싶어하던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1913년 그는 아모리 쇼에 그림들을 전시했으며 이후 삽화용 에칭 판화를 제작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전향해 광고미술을 했다. 도시의 일상적 공간을 주로 그렸던 에드워드 호퍼는 당시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냈던 동료들과 달리 마치 사진같은 구도속에서 조용한 분위기와 개성없는 인물, 엄격한 기하학적 형태를 통해 도심의 고독함을 표현했다.

에드워드 호퍼의 'Room in newyork' [사진제공 : Wikipedia]

도심 속 고독함을 느끼게 하는 그의 대표작으로는 1932년 ‘Room in newyork’과 한국어로 ‘밤샘하는 사람들’로 유명한 1942년 ‘Nighthawks’이 있다. 어두운 밤 배경 속 등장하는 인물들의 얼굴 표정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저 인물묘사보다는 전체적인 구도와 분위기로 그림의 전체적인 느낌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사실 에드워드 호퍼가 작품활동하던 시기는 미국에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로, 회사들이 하나 둘씩 파산하고 동시에 실업자들이 늘어나는 비극적인 상황의 연속이었다. 이른바 ‘Chaos(카오스)’의 대도시 상황을 점잖으면서 다소 침체 된 분위기로 묘사했다.

그런데 이런 안 좋은 상황을 묘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에드워드의 색감을 굉장히 빛이 났다. 상황은 어둡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밝게 해주고 싶었던 것일까? 도시인의 고독함을 주제로 인물들이 대체로 표정도 몸짓도 굳은 모습이지만, 조명은 어두운 그들을 찬란하게 비추고 있었다.

에드워드 호퍼의 'Second story sunlight' [사진제공 : Wikipedia]

도심을 주제로 하면서 아주 깔끔한 색채 조합을 이뤄낸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들은 2020년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큰 공감을 얻고 있다. 물론 그가 어두운 그림만 그린 것은 아니다. 대공황과 전쟁 이후 크게 발전한 미국의 모습을 잘 담은 그의 말년 작품들은 아주 밝은 풍경과 색감으로 많은 이들을 매료시켰다.

1951년 작품 ‘Rooms By The Sea’부터 1952년 작품 ‘Morning Sun’, 1953년 작품 ‘Office in a Small City’ 그리고 1960년 작품 ‘Second Story Sunlight’까지 고독함과 도시라는 주제는 같지만, 색감이 완전히 다르다. 크게 알려진 바 없는 미국의 한 화가였던 에드워드 호퍼는 이러한 특유의 색감과 느낌 때문에 어느 한 광고의 모티브가 되었다.

공유, 공효진 출연한 'SSG 광고' [사진제공 : SSG TV광고 캡쳐본]

공유, 공효진이라는 인기스타가 출연한 SSG의 TV광고는 영상 속 인테리어, 의상 등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세련되면서 알록달록하고 깔끔한 영상미를 줬다. 광고를 통해 국내에서 크게 부각된 에드워드 호퍼는 지금까지 그의 작품과 관련된 그림, 인테리어, 티셔츠 등 상업적인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이의제기할 것이 있다. 오늘의 주인공 에드워드 호퍼의 사망 연도를 보고 아마 의아할 분들이 많을 것이다. 보통 저작권만료를 뜻하는 ‘Copyleft’ 는 저작권자 사후 70년이다. 1967년 사망한 에드워드 호퍼의 저작권은 무려 2037년이 지나야만 만료가 된다. 왜? 그리고 어떻게 그의 그림이 판매되고 있는 것일까?

우선 2011년 기준 저작권만료 시기가 70년으로 바뀐 탓에, 법의 혜택을 받지 못한 화가 ‘앙리 마티스’의 경우와는 다소 다르다. (만인의 그림 ‘앙리마티스’ 편 참고) 저작권 기간이 상당히 많이 남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버젓이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황. 우선 정리하자면 모든 예술가의 저작권은 사후 70년까지 보장되지만, 모든 그림이 무조건 70년씩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중간에 갱신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에드워드 호퍼의 'Nighthawks' [사진제공 : 시카고 미술관]

“These publications illustrate more artworks that are now in the public domain in the United States because the artists did not file copyright renewal applications within the one-year renewal window at the end of the 28 years following the first publication.”

-시카고 미술관-

미국의 저작권법상 그림이 그려진 시기 이후 28년이 되는 해에 예술가 본인 혹은 사망했다면 가족, 주변인이 저작권을 갱신해야만 한다. 에드워드 호퍼에게는 아내가 하나 있었는데, 그가 사망한 해 1년 뒤 곧바로 세상을 떠났으며, 호퍼 부부에게는 아이도 없었다. 안타깝게도 호퍼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신경 쓸 사람이 주변에 없었으며, 결국 갱신되지 않은 채 몇몇 작품의 저작권은 만료된 것이다.

즉, 예술가 저작권 기간은 많이 남아 있지만, 각각의 그림에 대한 저작권자가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사실상 미국에서는 그림이 상업적으로 사용되어도 막을 방법이 없다. 시카고 미술관에서 소장 중인 에드워드 호퍼의 대표작 ‘Nighthawks’의 경우가 그렇다.

에드워드 호퍼의 'Rooms By The Sea' [사진제공 : Wikipedia]

하지만 그의 모든 작품이 저작권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베를린, 파리, 런던 등 유럽의 각 도시를 연고로 세계 명화들의 저작권을 사들여 관리하는 ‘Bridgeman Art Library’의 경우 에드워드 호퍼는 물론이고 우리가 알고 있는 화가들의 그림을 관리하고 있다. 크게 눈에 띄지 않고 사소한 의도라면 몰라도 만약 어느 글로벌 기업이 에드워드 호퍼 그림을 전면에 놓고 엄청난 수입을 벌어들인다면? 그때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한국에서는 국내 저작권법을 따르기 때문에 저작권자의 갱신 여부와 상관없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에드워드 호퍼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Bridgeman Art Library에서 미국 법이 아닌 한국 법을 인용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상업적으로 사용한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호퍼의 'Morning sun' [사진제공 : Wikipedia]

그림이나 영상은 퍼 나를 때는 쉽다. 하지만 나중에 저작권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때는 되돌이킬 수 없는 부분이다. 주변인의 관리 소홀로 일부 저작권이 만료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이한 미국의 사실주의 작가 에드워드 호퍼.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기 때문에 여러 방면에서 그의 작품을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다른 유명 예술가에 비해 비교적 우리와 가까운 시기에 세상을 떠났다. 현대 고시인의 일상을 비춘 한 예술가에 대한 존경심으로, 그의 그림은 널리 알리되 상업적인 사용은 다소 자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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