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에 걸쳐 드디어 천공시리즈라 불리는 드래곤퀘스트 4, 5, 6의 엔딩을 봤다. 일본에서는 파이널 판타지와 함께 드래곤 퀘스트라는 게임이 RPG의 양대산맥이라는데.. 나는 파이널 판타지는 한번도 해본적이 없고, 드래곤 퀘스트만 벌써 네시리즈다.
7년전인가 드래곤 퀘스트 4를 누군가 정성으로 한글화를 해줘서 드디어 플레이해볼 수 있게 되었다. 그 당시에 나는 RPG하면 팔콤을 젤 좋아했고, 그 중에서도 영웅전설 하얀마녀를 제일 좋아했었다. 드래곤 퀘스트4를 해보면서 용자의 스토리, 전투, 모험이 균형있게 잘 묘사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거구나라는 감탄을 하게 되었다.
게임이 에피소드식으로 각장마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여 플레이어는 각 동료들의 스토리를 먼저 즐기게 된다. 후반부쯤에야 주인공과 합류해서 마왕을 대항하러 가기 때문에 주인공뿐
아니라 동료 캐릭터의 이야기를 직접 겪으며 더욱 몰입하게 되고, 동료애가 깊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드래곤 퀘스트의 특이한 시스템 중의 하나인 동료와의 대화는 게임을 더욱 몰입하게 해준다. 모험을 하다가 버튼 하나만 누르면 동료들의 대사를 들을 수 있는데.. 이게 그렇게 중독적이다. 마을사람들과 이야기를 할때마다 그때마다 바뀌는 동료들의 대사를 들을 수 있어서인지 동료와 수다를 떠는 느낌으로 모험을 하게 된다. 이 대화 시스템은 드퀘를 참 드퀘답게 하는 시스템이다.
요즘은 별로 인기가 없는 턴제전투. 나도 RPG를 수없이 해보았지만.. 턴제하면 왠지 올드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그래도 턴제만의 재미가 있고, 드래곤 퀘스트는 그런 턴제의 묘미를 잘 살렸다. 처음에는 너무 강하게 느껴지는 몬스터들, 이어지는 레벨 노가다와 금화벌기, 방어구및 무기교체, 이후 다시 레벨이 강해지는 몬스터들.. 전투가 너무 시시해지지않게 밸런스를 잘 맞춰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이후 막보스는 히구레메탈 노가다를 통해 열렙을 해야하는 전통이 있는 오래된 시리즈이다.
나의 첫 드래곤 퀘스트 4를 시작으로 이 시리즈에 대한 좋은 인상을 받았다. 불행한 주인공이 동료들을 통해 위로를 받으며 세계를 구하는 엔딩은 뻔하고 유치한 이야기임에도 감동적이었다. 또한 작은 게임기 안에 담긴 세계와 그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마을 사람들의 생활을 보는 것도 좋았고, 그들과 수다를 떠는 것도 작은 가상여행의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몇년 후 드래곤 퀘스트5를 플레이하게 되었다. 예전에 나온 시리즈들이 NDS를 통해 리메이크 되어 나온것들이라 그런지 게임그래픽은 비슷비슷했다.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에서 인기가 많은 작품중에 하나이다. 3대에 걸쳐 진행되는 스토리라는 점에 기대를 잔뜩안고 플레이하게 된 작품.
요즘 화려한 그래픽의 게임이 무수히 쏟아져나오는 시점에, 왜 나는 굳이 도트로 무장된 게임을 몇십시간동안 하는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어쨋든 명작은 그래픽이 어찌되었든 명작이다.
드래곤 퀘스트5을 플레이하는 내내, 스토리텔링이 정말 잘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을 시작하면 아버지와의 여행이 시작되는데, 이후에 아버지와 이별하면서 겪게되는 고생이 후에... 마침내 어릴적 상처와 고난을 잊고 히로인 세명 중 한명과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듯 했으나.. 다시 찾아오는 불행. 내가 여지껏 플레이했던 RPG주인공 중에 이렇게 고생한 주인공이 또 있었나? 생각해볼정도로 불쌍한 주인공이다. 드퀘5는 아버지와 어머니와의 이야기, 주인공과 아내와의 이야기, 그리고 그 아이들. 이렇게 3대가 자연스럽게 이어져 멋진 게임을 만들어 냈다.
아쉬웠던 것은 몬스터 동료들이 워낙 강해 나중엔 동료들이 다 마차에 있고,, 몬스터동료들만 주구장창 데리고 다녔던 것이 좀 아쉽다. 그점때문에 드퀘4만큼 동료간의 대화를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특히 저 슬라임나이트.. 중독성있는 몬스터다.
그리고 올해 즐긴 드래곤 퀘스트6, 드퀘4나 드퀘5에 비해 평이 좋지 못해 그다지 기대를 하지않고 시작했다. 처음 모험은 평범한 오누이의 하루로 시작했다. 단순히 마왕이 잠식해오는 세계를 주인공이 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나름 반전이 있었다.
바로 주인공이 있는 곳이 꿈의 세계이고, 진짜 세계는 아래에 있다는 것을.. 이러한 설정 덕에 플레이타임이 길어진 것 같다. 두가지 세계를 우물을 통해 왔다갔다하며 스토리를 진행해야했다. 꿈의 세계와
현실세계는 비슷해보이지만 다른 세계이다. 현실세계의 사람들의 욕망이 반영된 꿈의 세계. 동일인물 같지만 꿈의 세계에서는 자신의 욕망이 반영된 캐릭터로 변해있다. 이런 점 때문에 나는 세계들을 방문하며 마을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고.. 동료들이랑 주구장창 대화하고.. 참 소소한 재미인데 그 재미가 참 컸다. 스토리가 진행될 수록 마을 사람들의 스토리도 진행되고, 그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들도 곳곳에 숨겨져 있다.
이번작은 꿈의 세계, 현실 세계, 바다 속 세계, 마왕의 세계. 꽤 많은 세계들이 공존해 있다. 특히 게임이 일직선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며 추리를 통해 갈곳을 알아내야하는 점 때문에 중간중간 막힐때마다 진짜 모험을 하듯이 이곳저곳 돌아다녀봐야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이러한 자유도가 정말 좋은 시스템이고 흥미진진한것은 맞지만.. 전투의 빈도수가 정말 높아서.. 5발자국 움직이면 전투, 5발자국 움직이면 전투.. 그래서 돌아다니기가 귀찮아 스토리를 진행하기가 참 어려웠다. 그 점이 정말 아쉽다.
전투는 전체적으로 난이도가 낮은편이었다. 워낙 턴제에 익숙해져서인지 이런 게임할때마다 중간중간 레벨 노가다를 하는편이라 막히는 보스는 없었다. 허나.. 마지막 보스가 정말 복병이었는데..
이 보스는 정말.. 2번 변신을 해서 총 3번 싸워야하는데... 그동안 특별한 레벨 노가다 없이, 직업도 대충 맘가는데로 정해서 데리고 다녔던 것을 엄청나게 후회하게 하는 보스였다.. 뭐 보스가 이리 강한지..
특히 마지막 변신은 저 손가락이 계속 부활을 해서 진짜 괴로웠다. 두번 전멸 후에.. 시리즈 최초로 카지노의 슬롯머신까지 손을 대보았으나.. 3시간 남짓 슬롯머신을 하며 메달교환 가능한 무기를 얻으려 노력하다. 결국 신랑의 조언으로 렙노가다를 하기시작함. 빛의 속도로 도망가는 킹메탈 슬라임을.. 10분에 한마리정도 잡아가는 노가다를 통해 레벨 45까지 올려서 도전하니.. 생각보다 쉽게 깨졌다. ㅎㅎ 역시 레벨노가다에는 장사없다. 동료들 중 제일 좋았던 드래곤 드라고.. 드라고는 꼭 동료로 얻어야만 한다.
모든 모험을 끝내고 자신의 성에서 동료들과 축하 축제를 열며 끝나는 마무리. 게임 시작부터 예상가능한 이 뻔한 스토리 속에도 새로움이 있고 모험이 있고 감동이 있다는 점이
일본식 RPG의 매력이다. 그중에서 드래곤 퀘스트는 이런 스토리 외에도, 전투, 노가다, 직업, 몬스터, 이민자마을 같은 시리즈마다 시스템 특징이 조금씩 달라서 재미가 다르게 느껴진다. 드래곤 퀘스트 6는 4나 5만큼 스토리가 인상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냥 지나쳤다면 아쉬웠을 작품이다. 이번 작은 각 세계의 다른점과 비슷한점을 찾아가며 동료들과 대화하며 마을사람들 일에 참견하는 일들을 가장 많이 즐길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이렇게 드래곤 퀘스트 4, 5, 6을 클리어하다니 참 보람된다. 이제 7, 8이 목표이다. ㅎㅎ 드래곤 퀘스트 매력있고, 재미있고, 전통있는 어느 시리즈를 하더라도 재미는 보장되는 시리즈. 애정하는 작품 시리즈 중에 하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