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공전 주기 - dal-ui gongjeon jugi

혹시 이런 의문을 가져보셨나요? 하루의 뜻은 “한낮과 한밤이 지나는 동안”입니다. 보통 자정부터 오전, 오후를 거쳐 다시 자정이 될 때까지를 말하지요.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하루는 “지구에서의 하루”를 뜻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달에 살고 있다면 하루의 길이는 얼마나 될까요? 달에서 아침 해가 뜨고, 다시 해가 져서 다음 날 아침 해가 떠오를 때까지를 “달에서의 하루”라고 부를 만하겠죠? (지구에서 볼 때는 한 달입니다.)

정답부터 알려드릴게요. 달의 하루는 지구 시간으로 따지면 ‘약 29.5일’이랍니다. 달의 주기를 기준으로 정한 태음력(음력)에서는 한 달이 29일, 또는 30일이죠. 음력만 따져도 평균적으로 29.5일이니까 금세 알 수 있는데요, 왜 달의 하루가 저렇게 되는지 원리를 알아보겠습니다.

보름달이 다시 떠오를 때까지 29.5일 걸린다. © Widehdimages

달은 약 27.3일마다 한 번씩 자전하는데요,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공전 주기도 똑같이 27.3일입니다. 이렇게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가 같은 이유는 ‘조석 고정’이라는 현상 때문인데요, 모성 가까이에서 공전하는 위성이라면 겪게 되는 일이지요. 조석 고정으로 자전, 공전 주기가 같아지면 모성에서는 항상 위성의 같은 면만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지구에서는 달의 뒷면을 볼 수 없는 거죠.

여기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하셨나요? 앞서 달의 하루는 분명히 29.5일이라고 했는데 자전 주기는 27.3일이라니, 약 2.2일의 시차가 발생합니다. 하루라고 하면 자전 주기를 뜻할 것 같지만, 조금 다른 이유는 뭘까요? 그것은 바로 지구도 태양을 공전하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달이 지구를 한 바퀴 공전할 동안, 지구도 태양을 공전하기 때문에 태양을 향해서 약 30° 각도 차가 발생한다. © Wikimedia Commons

위 그림을 보면 쉽게 이해될 거예요. 하루를 정하는 기준은 “태양이 하늘에서 같은 위치로 돌아오느냐?”입니다. 그런데 달이 지구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다시 제 위치로 돌아오는 사이에 태양의 방향이 바뀌게 됩니다. 달 입장에서는 하루를 다 채우려면 태양의 방향이 바뀐 각도만큼 지구를 더 돌아야 하는데요, 그 시간이 약 2.2일 걸립니다.

달이 순수하게 지구를 한 바퀴 공전하는 시간을 ‘항성월(恒星月, Sidereal month)’이라고 합니다. 반면에 달이 태양을 향해 같은 면을 보일 때까지 계속 공전하는 시간은 ‘삭망월(朔望月, Synodic month)’입니다. 여기서 ‘삭(朔)’이란 태양과 지구 사이에 달이 껴서 보이지 않는 음력 초하루, ‘망(望)’은 지구 뒤편에 달이 위치한 보름이지요.

이것은 기준을 태양으로 잡느냐, 지구로 잡느냐의 차이입니다. 하루라는 단어의 뜻은 밤낮의 길이를 합친 것이므로 태양을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달의 자전과 공전 주기는 27.32일

달의 하루(지구에서 볼 때 한 달)는 29.53일

달의 하루(한 달)는 삭에서 다음 삭, 또는 망에서 다음 망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 Durham Univ.

또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지구는 태양을 공전하고 있으니까 달처럼 자전 주기와 하루의 길이가 다르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365일 동안 360°를 돌아야 하니까 하루에 1° 가까이 움직입니다. 지구의 자전 주기는 약 23시간 56분인데요, 이것을 ‘항성일(Sidereal day)’이라고 합니다. 인류는 하루의 길이를 정확히 24시간으로 정해놨죠. 그렇다면 1 항성일과 하루는 약 4분의 차이가 생기는 셈입니다.

지구는 1년에 태양을 한 바퀴 공전하는데요, 1년은 365일이니까 “4분 x 365 = 약 24시간”의 차이가 납니다. 실제로 지구는 366 항성일(366번 자전) 동안에 태양을 한 번 돌고 있습니다.

지구의 자전 주기는 23시간 56분 4초

지구는 일 년에 366번 자전한다.

‘삭’과 ‘망’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마저 설명해볼게요. ‘식(蝕, Eclipse)’이라는 용어는 다들 아실 거예요. 달이 삭 위치에 도달하여 태양-달-지구가 일렬로 서면 달이 햇빛을 가려서 ‘일식(日蝕)’이 발생하곤 합니다. 반대로 망에는 태양-지구-달의 순서로 정렬해서 달이 지구 그림자에 가려 ‘월식(月蝕)’이 생기죠.

일식의 원리. © Wikimedia Commons

일식은 지구의 한정된 지역에서만 볼 수 있지만, 월식은 밤인 곳이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어서 일식보다 더 자주 관측되죠. 또한, 지구의 본그림자가 달의 본그림자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월식이 일식에 비해 오랫동안 지속됩니다. 일식의 지속 시간은 최대 8분에 불과하지만, 월식은 1시간 40분간 진행되기도 하니까요.

달의 공전 궤도는 타원이므로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일정하지 않아서 달과 태양의 겉보기 크기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개기 일식이 일어날 때 달의 겉보기 크기가 태양의 겉보기 크기보다 작으면 달이 태양을 모두 가리지 못해 태양의 테두리가 보이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를 ‘금환 일식’이라고 하는데요,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장 멋진 천문 현상 중 하나랍니다.

태양이 달에 거의 가려져서 반지처럼 보이는 금환 일식. © Pexels

삭이나 망에서 매번 일식, 월식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

그렇다면 일식과 월식은 언제 일어날까요? 한 달에 각각 한 번씩 삭, 망이 되니까 매달 일식과 월식이 일어날 것만 같죠? 아닙니다. 일식과 월식은 특별한 조건이 맞아떨어져야만 볼 수 있습니다.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궤도면을 ‘황도면(黃道面, Ecliptic plane)’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궤도인 ‘백도(白道, Moon's path)’는 이 황도면에서 약 5° 기울어져 있죠. 만약 달이 삭, 망 위치에 오더라도 백도가 황도면과 일치해야만 ‘식’이 발생합니다.

녹청색 바둑판무늬는 황도면, 노랑-빨강 바둑판무늬가 백도면이다. © moonblink.info

삭과 망일 때 백도와 황도면이 겹치는 시기는 1년에 딱 두 번입니다. 즉, 6개월마다 한 번씩 일식이나 월식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달에 관한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더 알아볼게요. 조석 고정 때문에 지구에서는 항상 달의 앞면만 볼 수 있다고 했죠? 하지만 달은 멈춰있는 듯 조용히 지구를 돌고 있는 게 아닙니다.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는 약 36~40만 km를 오가는데요, 평균적으로 38만 4천 km 정도가 됩니다.

한 달 동안 달 모습을 촬영한 영상. © gifer.com

달은 지구와 거리가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는데요, 이를 ‘칭동(秤動)’이라고 부릅니다. 이 때문에 지구에서 달 면적의 약 59%를 볼 수 있습니다. 달 뒷면 전체를 볼 수는 없지만, 일부는 엿볼 수가 있는 거죠.

의외로 많은 사람이 “달 뒷면은 항상 밤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지구적 시점으로 보면 그렇게 여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달 뒷면도 앞면처럼 밤낮이 있습니다.

아폴로 16호가 촬영한 달 뒷면 모습. © NASA

태양-달-지구가 일직선에 놓이는 삭이 되면 지구에서는 초하루라서 달이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에 달 뒷면은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한낮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망에는 달 앞면이 낮이고, 달 뒷면은 밤이 되죠.

지금까지 달에 관한 몇 가지 상식을 알아봤는데요, 분명히 학교에서 배웠어도 너무나 당연해서 간혹 잊기 쉬운 것들입니다. 가끔 잊었던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태어난 우주의 신비를 만끽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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