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부정적?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후회와 함께 살아가는 법'
2022년 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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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보통 후회를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후회는 우리의 발전을 돕는 중요한 감정이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후회를 통해 강력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한 편의 로맨스 소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1981년 브루스라는 이름의 젊은 미국 남성이 프랑스 북부 기차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때 파리에서 기차에 탄 산드라라는 예쁜 갈색 머리 여성이 그의 옆에 앉았다. 두 사람은 말이 잘 통했고, 이내 마음이 통했다.
어느덧 산드라가 내릴 벨기에에 도착했다. 작별의 키스를 나누던 브루스의 머릿속에 갑자기 그녀와 함께 기차에서 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종이에 자신의 이름과 부모님이 살고 있는 집 주소를 적어주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기차의 문이 닫히는 순간, 브루스는 직감을 따르지 않은 게 후회됐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간 후, 산드라에게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미쳤다고 할 지도 모르지만, 당신만 생각하면 미소를 짓게 된다"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편지에는 답장을 보낼 주소가 없었다. 그로부터 수십 년간 브루스는 만약 그때 기차에서 내렸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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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화는 작가 다니엘 핑크가 '세계의 후회 조사'를 위해 수집한 1만6000개의 사례중 하나다. 핑크는 이 데이터를 분석해 4가지 후회 유형을 도출하고, 각각의 후회에 따른 가장 개연성 높은 결과를 정리했다.
이 연구는 핑크의 신간 저서 '후회의 힘'에 정리됐다. 친구들과 우정을 쌓고 책임감 있는 결정을 내리는 것부터 위험을 가늠하는 것까지 후회가 우리 삶에서 하는 역할을 이해하게 해주는 책이다. 더불어 어떤 후회가 가장 마음에 오래 남는지를 보여주고, 실망이나 실수와 화해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도 제시해준다.
후회하지 않아?
다른 부정적인 감정들처럼, 사람들은 보통 후회를 바람직하지 않은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후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에디트 피아프, 에미루 해리스, 로비 윌리엄스 등 "후회 없이 사는" 것을 노래한 아티스트들을 생각해 보라.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후회가 매우 유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퀸스 벨파스트 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에이단 피니는 "인생에서 후회하지 않겠다는 것은 매우 그릇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후회는 의사 결정을 개선하는 해주는 메커니즘이며, 자신의 전략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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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의사 결정을 개선하게 해주는 메커니즘이자 자신의 전략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다" - 에이단 피니
피니에 따르면, 후회에는 반사적 사고가 포함돼 있다. 후회를 하려면, 이미 벌어진 일과 관련된 다른 선택지를 상상하고 다양한 결과를 비교하며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을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복잡하기에 보통 6~7세 정도는 돼야 후회라는 감정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니는 '만족 지연(더 큰 보상을 위해 작은 보상을 미룰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깨닫는 과정에서 후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테레사 맥코맥과 함께 6~7세 아이들에게 두 개의 상자를 보여줬다. 상자에는 시간에 맞춰 열리는 자물쇠가 있었는데, 하나는 30초 후에 열리고 다른 하나는 10분 후에 열리도록 설정해 놓았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보상이 들어있으니 상자를 하나만 고르라고 했다.
각각의 상자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아이들은 대부분 빨리 열리는 상자를 선택했다. 그 상자에는 사탕 두 개가 들어있었다. 선택이 끝난 후에 연구팀은 아이들에게 다른 상자를 선택했더라면 사탕 네 개를 받을 수 있었다고 알려줬다.
연구팀은 아이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는지 살펴봤다. 다음 날 그들은 아이들에게 같은 과제를 다시 제시했다. 그 결과 후회했던 아이들에게서는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더 큰 보상을 기다리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아이들은 후회 덕분에 인내심을 가질 수 있었고 당장의 즐거움을 택하고 싶은 유혹을 억누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보통 만족 지연은 자기 통제를 위해 필수적이고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시험 공부를 위해 컴퓨터 게임의 즐거움을 미룰 수 있다면, 좋은 대학에 진학할 확률이 높아져 미래에 재정적 안정을 갖게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심리학 연구 문헌에는 후회의 또다른 이점 사례들도 많이 나온다. 예를 들어 잘못된 사업 협상에 대한 후회는 장차 더 나은 거래를 할 수 있게 돕는다. 그리고 어떤 결정을 성급히 했다는 후회는 우리로 하여금 미래에는 더 많은 정보를 고려하게 해준다.
핑크는 이러한 사례들은 우리가 감정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유용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후회를 우리에게 중요한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4가지 후회
후회가 우리의 인식에서 근본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사람들은 후회를 자주 경험할 수밖에 없다. 핑크는 1984년부터 대학생 부부들의 대화를 조사했더니 사랑 다음으로 가장 많이 거론된 감정이 후회라는 한 연구를 소개했다. 이러한 결과는 사람들이 후회를 경험하는 빈도를 측정했던 핑크의 연구와도 일치한다. 핑크의 연구에서는 응답자의 약 20%가 "항상" 후회를 경험한다고 답했다.
세계의 후회 조사를 진행하면서, 핑크는 사람들이 하는 가장 큰 후회를 크게 4가지로 분류했다.
'근본적 후회'는 책임감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다. 여기에는 학교를 빠지거나, 과소비를 하거나, 건강을 소홀히 관리하는 등 장기적으로 삶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나쁜 습관에 대한 후회가 포함된다.
'과감함에 대한 후회'는 지나친 신중함에서 나온다. 브루스가 프랑스와 벨기에를 잇는 기차에서 경험한 것처럼, 지나친 신중함은 때때로 찾아오는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
'도덕적 후회'는 자신의 잘못으로 상처를 입은 다른 사람들에게 집중된다. 연인을 두고 바람을 피웠을 때 생기는 후회가 대표적이다.
'연결에 대한 후회'는 보통 자신의 태만함으로 가족, 친구 또는 동료와의 관계가 상실된 것에 대한 후회다.
핑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4가지 종류의 후회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훗날 후회하지 않으려면
이중 연결에 대한 후회가 핑크의 조사에서 가장 흔한 후회 경험으로 조사됐다. 핑크는 거리감이 생겼다고 생각될 때 바로 관계 복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누군가에게 연락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된다면, 그 고민이 든다는 것 자체가 바로 해답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이 연구의 가장 큰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과감함에 대한 후회는 우리가 과도하게 위험을 회피하려 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보여준다. 때로는 충동적인 것이 옳을 수 있다. 즉흥적인 행동의 위험을 적극적으로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사람들은 실제 존재하는 것보다 위험을 더 과장해서 생각한다"는 것이다.
수줍음이나 소심함 때문에 일생에 한 번뿐인 경력의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사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행복을 놓치는 경우가 특히 그렇다. 물론 실망감이나 당혹감을 피하기 위해 소극적으로 행동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대가는 '만약에 그때 과감했더라면?'이라는 질문을 평생 되풀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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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러운 감정을 억누르면, 그 감정이 곪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상황을 이야기하면 보다 분석적으로 상황을 볼 수 있게 된다
핑크는 후회하지 않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결정을 내리기 전 의도적으로 최악의 결과를 상상하는 "사전 분석"을 제안했다. 이는 자신의 가치를 존중하지 못하거나 미래의 건강과 행복을 고려해 행동하지 못했을 때 생기는 도덕적, 근본적 후회를 피하는 데 특히 유용하다.
그래도 후회를 하게 된다면
핑크의 연구는 후회를 할 때 이에 대한 대처법도 다룬다. 모든 감정마다 이점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감정을 완전히 억누르며 사는 것은 원치 않는다.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과거의 실수를 마냥 한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주는 메시지를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핑크는 이를 위한 첫 단계가 공개라고 했다. 고통스러운 감정을 억누르면, 그 감정은 곪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상황을 이야기하면 보다 분석적으로 상황을 볼 수 있게 된다. 만약 자신이 후회하는 것을 남들에게 털어놓고 싶지 않다면, 글을 써보는 것도 좋다. 감정을 단어에 담는 것은 감정을 좀 더 건설적으로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두 번째로는 자기를 비판하지 않고 연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나는 패배자다"와 같은 말로 자신을 자책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잘못된 결정으로 자신을 이끌었을지 모르는 상황적 요소들을 확인하고, 고통 속에 있는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핑크는 "우리는 때로 자신의 경험이 실제보다 더 독특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한 실수를 저지르고 후회하는 것은 이 세상에 자기밖에 없다고 믿는다"고 했다. "하지만 당신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습니다. 저를 믿으세요."
텍사스 오스틴에 대학의 교수인 크리스틴 네프의 연구에 따르면, 자기 연민을 훈련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와 슬픔으로부터 더 빨리 회복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 비판적인 사람들보다 향후 자신의 행동을 바꿀 가능성이 더 높다. 그래서 일단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면, 자신에게 조금 관대해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핑크가 추천한 마지막 전략은 자기와의 거리 두기다. 자신의 문제에 대해 제3자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것. 비슷한 문제를 가진 친구에게 조언한다고 가정하는 것이 한 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는 우리의 생각이 감정에 압도되지 않고 상황을 보다 철학적으로 보게 해준다.
치유에 늦은 타이밍은 없다. 책을 쓰면서 핑크는 세계의 후회 조사에 참여했던 몇 명을 인터뷰했다. 일부는 과거의 배신감을 벌충하려 노력 중이었고, 갑자기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과 연락을 시도하고 있었다. 연구에 참여하며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였고, 행동에 옮기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브루스 역시 자신의 가장 큰 후회와 화해하려 하고 있다. 연락이 끊긴 지 40여년이 지났지만 최근 그는 생활 정보 사이트 '크레이그리스트 파리'에 산드라를 다시 만날 수 있기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후회를 받아들이고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려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