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회사 메일 없으면 - beullaindeu hoesa meil eobs-eumyeon

LH·KBS, 직원 추정 글로 사과…일부 직장인 '자기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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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이 물의를 빚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KBS 등이 사과한 일을 계기로 다른 기업에서도 '블라인드 경계'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LH는 지난 10일 직원들의 투기 의혹 사태를 두고 소속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용자가 올린 글과 관련해 공개 사과했다.

해당 글은 "꼬우면 너희도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 "공부 못해서 못 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돌림 극혐(극히 혐오스러움)" 등 표현을 써 LH를 지탄하는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LH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대단히 안타깝고 죄송하다"면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해당 직원을 고발하기까지 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KBS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가 "밖에서 욕하지 말고, 능력 되고 기회 되면 우리 사우님 돼라"는 글을 올려 공분을 샀다.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던 KBS는 사과문을 냈다.

이처럼 블라인드에 올라온 부적절한 글이 회사에 대한 여론을 한순간에 악화시키는 일이 잇따르자 기업들이 블라인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여의도 금융권에 근무하는 A씨는 "우리 회사는 올해 상반기부터 블라인드 가입이 막혔다"면서 "블라인드에서 오는 메일은 회사 메일계정으로 받을 수 없게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라인드에 가입하려면 소속 회사 메일계정으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 착안해 임직원들의 접근을 원천 봉쇄한 셈이다.

기업 인사팀이나 홍보팀이 블라인드 게시판을 모니터링하기도 한다. 대기업 유통업체 인사팀 사원 B씨는 "블라인드 모니터링 전담팀까지 둔 것은 아니지만 어떤 글이 올라오는지 확인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적절한 글 하나로 조직 전체가 휘청거린 선례를 보며 '자기 검열'을 하게 됐다는 직장인들도 있다.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4년차 직장인 김모(28)씨는 "LH 사태를 보면서 글 올리기가 두려워졌다"며 "회사에 대한 단순한 불만을 말해도 어떤 비난으로 돌아올지 모르지 않나"라고 했다.

불매운동에 민감한 소비재 회사의 차장급 직원 C(40)씨는 "개인이 쓴 글이 조직 전체에 악영향을 줄까 봐 걱정"이라며 "회사 인사팀이 신입 교육할 때 단단히 일러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블라인드는 2013년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이다. 약 5만개 회사에 재직 중인 직장인 300만명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기업이나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갑질' 등 비위 폭로가 이뤄지기도 한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1/03/21 09: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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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익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라인드 광고. 팀블라인드 제공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의 인사팀원인 A씨의 하루 업무 시작은 직장인 익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블라인드' 응용소프트웨어(앱) 검토로 시작된다. 자사 게시판과 IT라운지 게시글 확인이 주요한 업무로 주어지면서다. 매월 퇴사자 명단을 블라인드 퇴사자 요청페이지에 제출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A씨는 "아마 국내 대부분의 기업에서 상시적으로 블라인드 게시판을 체크할 것"이라며 "회사에 말 못할 내용들이 올라올 때는 속이 시원하기도 한데, 가끔 말도 안 되는 억측이 올라올 때는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블라인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익명 게시판이다 보니, 민감한 조직 문화가 폭로되거나 대외비로 취급된 근무 환경도 속속 공개되고 있어서다. 이 과정에선 미확인 소문이 돌거나 회사를 음해하려는 시도도 벌어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을 위한 블라인드 대응 프로그램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성 철저 보장'...직장인 가려운 곳 긁어주는 블라인드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출시한 블라인드의 가입자 수는 500만 명을 넘어섰다. 이용자들의 재직 회사 수는 7만 개 이상으로, 국내 재직자 300인 이상 기업체 근로자의 85% 이상이 블라인드를 사용 중이다. 하루 평균 이용시간도 40분에 이른다.

블라인드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익명성이다. 블라인드는 가입 시 이름이나 나이, 성별, 전화번호 등 어떠한 개인 정보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가입자가 해당 회사 소속인지 확인하기 위해 회사 이메일 계정으로 인증만 진행한다. 이후 앱 내에서 활동할 때는 가입 이메일과 완전히 다른 데이터를 생성한다. 이 과정에 암호화 작업까지 거치는 만큼 블라인드 관계자조차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알 수 없다. 본사와 서버도 미국에 있다.

보장된 익명성 덕분에 블라인드엔 종종 기업 내부자의 폭로가 올라와 화제를 모으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2014년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비행기를 돌린 '땅콩회항' 사건은 블라인드 게시판에서 처음 밝혀진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꼬우면 이직하라"는 글이 논란이 되면서 경찰 수사까지 벌어졌으며,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일어난 '직장 내 괴롭힘' 사건도 블라인드를 통해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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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9일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 올라온 LH 직원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게시글. 블라인드 화면 캡처

가입 차단까지 시도하지만..."투명한 조직구조 갖추는 것이 중요"

기업에선 블라인드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동종업계 관계자들도 게시글을 볼 수 있는 만큼 회사 이미지 실추는 가장 큰 부담이다. 한 IT업체 관계자는 "아무래도 불만이 있는 직원 중심으로 블라인드에 글을 쓰다 보니 외부에서 봤을때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며 "일부 퇴사자들의 경우 악의적인 글을 쓰거나 노조가 자기들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한 목적에서 블라인드 게시판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에선 블라인드 가입을 막기 위해 블라인드 인증 메일을 차단하기도 한다. 심지어 문제 게시글을 보면 단체 '신고하기'로, 해당 글을 숨김 처리까지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직장인들 사이에선 회사 측의 이런 조치를 피한 대응 방법도 공유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통제 불가능한 블라인드에서 '잠재적인 폭탄'이 터지기 전에 먼저 나서서 직원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SK텔레콤, 네이버, 카카오 등은 올 초 블라인드를 중심으로 성과급 논란이 불거지자 공식적으로 최고경영진(CEO)과의 대화 자리를 열어 대응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매일 조직 문화나 처우 등에 대한 직장인들의 솔직한 글이 올라오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결국 회사가 '블라인드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선 과거와는 다른 소통 방식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며 "이는 블라인드의 순기능"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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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인드 앱. 사진=한경DB

    직장 부조리 고발의 장으로 부각된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앱의 파급력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실시간 모니터링과 가입 차단 등을 통해 부정적 여론 선제 차단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에 일부 앱 이용자들은 우회 가입을 하거나, 작성글을 삭제하고 탈퇴하는 방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회사서 직접 '댓글 관리'…수위 따라 징계 사례도"

    23일 정보기술(IT) 업계 등에 따르면 한 대기업에 근무 중인 직장인 A씨는 "블라인드 앱 영향력이 커지면서 최근 회사에서 앱 가입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에서 가입을 막았다는 소문이 돌곤 했는데, 실제로 오늘 가입을 시도해보니 인증 메일이 수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앱에 가입하려면 재직 중인 회사 이메일을 통해 인증을 해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일부 기업에서는 메일 수신을 차단해 가입을 원천 봉쇄한 것이다. 최근 앱 내에서 인사 평가 제도 불만과 성과급 논란, 땅 투기 이슈와 방만 경영 등 기업 내부 불만을 담은 폭로글이 잇따르면서 사회적으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자 기업들이 부랴부랴 '관리'에 나선 것이다.

    또 다른 직장인 B 씨는 "그간 앱을 사용하면서 느낀 것은 인사팀과 홍보실에서 확실히 모니터링을 한다는 것"이라며 "실제로 블라인드 글 작성으로 색출 당해 징계를 받은 직원도 있고, 자진 삭제한 직원도 있다"고 밝혔다. B 씨에 따르면 작성글 내용에 따라 일부 직원의 경우 감사팀 조사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는 "회사 차원에서 블라인드 앱 '댓글 관리'도 직접하기도 한다"며 "기사화 되면서 일이 커지는 경우 최고 해고에 이르는 경우도 봤다"고 덧붙였다.

    일부 가입자들 '흔적 없는 탈퇴' 방법에 관심

    기업들이 가입 차단 등 '관리'에 나서자 일부 이용자들은 우회 가입 또는 탈퇴 방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블라인드 앱 가입자는 "회사가 앱 가입을 차단해서 페이스북으로 인증해 가입했다"며 "회사가 가입을 막아 이런 방식으로 동료들도 대부분 앱을 이용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 역시 "회사에서 블라인드 메일 수신이 되지 않고, 페북 인증도 안돼 운영자에게 따로 메일을 보내 겨우 가입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인증을 사용하려면 해당 소셜네트워크(SNS) 계정 주소가 회사 이메일로 설정돼 있어야 한다. 이 외에도 운영사가 제공하는 별도의 '랜덤 이메일' 주소를 통해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아예 '흔적 없는 탈퇴' 방법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가끔 소속팀이나 부서 관련 구체적 내용을 적어 작성자 특정이 가능한 경우 글을 삭제하고 탈퇴하기도 한다"며 "글을 삭제하지 못하고 탈퇴한 경우 새 아이디를 만들어 기존 작성글을 수차례 신고해 지우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블라인드 앱 운영사 팀블라인드에 따르면 탈퇴해도 재가입이 가능하다. 탈퇴시 기존 작성글은 자동 삭제되지 않지만 작성자 특정이 불가능해 사실상 '색출'이 어렵다. 그럼에도 일부 앱 이용자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안전한 탈퇴 방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땅 투기 논란'이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 역시 집단 탈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팀블라인드 압수수색에 나선 만큼, 내부적으로 이용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팀블라인드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 요청에 최선을 다해 협조할 계획"이라며 "다만 가입자의 개인정보는 아예 저장돼 있지 않아 전달할 개인정보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