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 사탕 서정 - bagha satang seojeong

청순하면서 도발적인 영화배우 서정(28)이 영화계의 차세대 주자로 떠오 르고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 에서 남자주연 김영호(설경구 분)의 섹스파트너인 가구점 미스 리역, 등급 보류된 '둘하나섹스'의 허무한 캐릭터, 4월 개봉될 '섬'의 치명적인 사랑 을 나누는 희진역. 모두 거친 세상의 한 단면에서 힘들게 사는 여인의 삶 이다. 고난을 메우려는 몸짓이 섹스로 발산된다. 영화마다의 정사신은 그녀에게 전혀 다른 느낌이다. '둘하나섹스'의 40 분간의 섹스보다는 '박하사탕'의 15초간의 섹스신이 힘들었고 이번 '섬'엔 더욱 강렬한 정사신이 있다고 말한다. '섬'은 작가주의를 지향해온 김기덕 감독의 신작. '악어' '야생동물보호 구역' '파란대문'을 통해 밑바닥 인생을 사는 인간 내면의 파괴적인 모습 을 그려온 그의 작품세계의 연장선상에 있다. '섬'은 낮엔 음식을 팔고 밤 엔 몸을 파는 낚시터 주인 희진과 도시의 삶에서 도피한 전직 경찰관(김유 석 분)과의 위험한 사랑이 줄거리. '섬'에서 희진은 비명소리 외엔 대사한마디 없고 극단적인 심리묘사를 보이는 캐릭터. "희진은 과거 어마어마한 상처가 있는 여자입니다. 너무 진실하기 때문에 행위들이 광기로 비쳐지고 이성보다는 본능에 의존하는 인물이죠." 지난해 11월부터 촬영에 들어간 서정은 한달 반동안 촬영지인 경기도 안 성 고삼저수지에 머무르면서 매일 촬영을 했다. 한겨울에 여름장면을 찍어 야 해 고생이 만만치 않았다. 얇은 옷을 입는 것은 물론, 물에 빠지는 일 도 밥먹듯해야 했다. 김기덕 감독은 "순수함의 이면에 감추어진 도발적인 이미지가 '섬'의 희 진역에 적격이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촬영내내 희진의 내면을 닮기 위해 감독과의 대화 외엔 입을 다 물었고, 영화촬영이 끝난후 영양실조와 탈진으로 1주일동안 병원에 입원하 는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그러고도 "영화 기술시사회를 보고 좀더 망가지 고 거칠어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그녀는 당차다. 등급보류중인 '둘하나섹스'에 대해 그녀는 "시나리오는 좋았지만 결과적 으로 섹스만 남은 영화입니다. 솔직히 개봉이 안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서정은 독립영화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배우다. 95년 '탈순정시대'로 데뷔 해 '눈물'(98) '아쿠아 레퀴엠'(99)에 출연, 탄탄한 경력을 쌓았다. 요즘 영화배우들의 데뷔행로와 달리 상업영화보다는 독립영화를 택한 이 유에 '영화를 알고 연기를 하자'는 생각에서다. "정식으로 영화공부를 하 지 않아 독립영화 감독들과 영화와 연기에 대해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 니다." 본격 장편은 '섬'이 처음이라는 그녀는 단편에서 장편으로 옮겨 오면서 영화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흥행이라는 족 쇄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진공상태'처럼 나혼자의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그녀는 요즘 여러 영화제작사들로부터 시나리오가 쇄도하고 있다. 하지 만 탈이미지를 위해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찾으려고 한다. "50%는 제 내 면을 닮고 나머지는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습니다." /배동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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